[여의도=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반가운 재회일까, 불편한 복귀일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유튜브 스타라는 새로운 피를 수혈해 부활한다.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별관에서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김상미 CP, 이재현 PD을 비롯해 '개콘' 간판 개그맨 김원효, 정범균, 정태호와 신인 크루 김지영, 이수경, 홍현호, 조수연 등이 참석, 개그맨 윤형빈이 MC를 맡아 '개콘' 부활을 실감케 했다.
'개콘'은 2020년 6월 26일 1050회를 끝으로 종영한 바 있다. 1999년 시작해 21년간 시청자들의 밤을 책임진 대한민국 대표 개그 프로그램이지만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며 점차 외면받았다.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개 방송의 메리트마저 잃고 폐지 수순을 밟았다.
'개콘'의 폐지는 예견된 결과였으나 국내 개그맨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는 폐해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대부분의 KBS 공채 개그맨들이 유튜브 시장으로 경로를 넓히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유튜브 내 개그 콘텐츠 활성화를 낳았다.
3년 공백 끝에 다시 시작하는 '개콘'의 첫 공개 방송 방청 신청 인원은 정원 5배에 달하는 2614명으로 알려졌다. 공개 방송에는 박성호, 정태호, 정범균, 송영길, 정찬민, 신윤승 등 '개콘' 전성기 이끈 개그맨들과 홍현호, 김시우, 임선양, 임슬기, 오정율 등 후배 개그맨들이 출연할 예정. 이들은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다채로운 코미디를 준비했다.
김원효는 "KBS 원망도 많이 했다. 이렇게 다시할 거면 왜 없앴지 이런 원망도 많았다. 그럼에도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여기가 고향인데 변함없이 있어줘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다.
'개콘' 작가와 결혼한 정태호는 "'개콘'을 통해 집도 샀고 결혼도 했다"며 "예전에 제가 막내일 때 (김)준호 형, (김)대희 형을 보면서 '마흔 넘어서도 개그하자'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이제 마흔이더라. 그때 형들 못지 않게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시즌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신인' 기용이다. 선배 기수가 메인으로, 후배 기수가 백업으로 서던 방식을 완전히 뒤집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 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인 개그맨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61만 구독자를 보유한 여성 2인조 코미디 채널 레이디액션(임선양, 임슬기)가 합류했고 14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급부상 중인 유튜브 채널 폭씨네의 메인 출연자 김지영을 '개콘'으로 불러들였다. 김지영은 SBS 16기 공채 개그맨 출신이다. KBS 31기 공채 개그맨이자 34만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채널 하이픽션을 운영 중인 방주호도 재합류했다.
김상미 CP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새로운 얼굴이 많아졌다. 새로운 피를 수혈해서 새 얼굴과 함께 코너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KBS 22기 특채 출신인 김원효는 "22기가 기회를 많이 받았던 기수다. 열심히한 만큼 혜택을 주셔서 신인임에도 무대 주인공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선배님들이 주축이 되고 후배들은 작은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선배들이 받쳐주는 역할을 많이 할 것 같다. 신인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미흡해 보일 수 있지만 국민들이 함께 웃으면서 신인도 같이 키워나갔으면 한다. 개그맨을 꿈 꾸는 신인들이 프로그램을 보고 꿈을 더욱 키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개콘' 크루에서 33기 공채가 된 이수경은 "제가 지금 30대인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개그맨을 꿈꾸며 '개콘'을 하고 싶었다. 20년 만에 꿈을 이룬 것"이라며 "당시 일요일 밤은 '개콘' 음악을 들으며 마무리했다. 시그널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개콘'이 다시 생기니까 일요일 밤을 '개콘'의 음악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쪽 유치원', '니퉁의 인간극장'과 같이 기존 프로그램 제목을 따온 코너 2개와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 총 3개 코너를 시연했다. '금쪽 유치원'은 정범균, 홍현호, 이수경이 출연하는 코너로 저출생 시대에 귀한 '금쪽이'들이 다니는 전교생 2명의 유치원 이야기를 담는다.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는 적극적인 여자 조수연과 이성적인 남자 신윤승의 소개팅 스토리를 그린다.
이중 '니퉁의 인간극장'은 폭씨네 채널 콘텐츠를 확장한 코미디 코너다. 필리핀 며느리 니퉁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남편이 니퉁을 구박하는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코미디. 윤형빈은 코너를 소개하며 "'개콘'이 부활하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유튜브에 재미있는 게 많아서 '개콘'이 재미있겠냐는 질문이었다. '니퉁의 인간극장'은 그 고민이 담긴 코너다. 유튜브에서 사랑받고 있는 친구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공개 코미디로 만나는 의미를 지닌다. (김지영은) '개콘' 신인 크루는 아니고 '웃찾사'를 거쳐 '웃찾사'가 폐지되는 과정도 봤다. 이후 유튜브 스케치 코미디를 거쳐 다시 공개 코미디에 서는 친구들이다"고 강조했다. 김지영은 "옛날에 '개콘' 시험도 이 캐릭터로 봤다. '개콘' 무대에 서보고 싶었는데 이 캐릭터를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상미 CP는 최근 코미디 시장이 유튜브 중심으로 흘러가는 점에 대해 "저희도 많이 보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적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공개 코미디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주말 밤 온가족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유튜브는 부모님, 가족과 함께 보기 껄끄러운 19금 개그 위주다. 그러다 보니 세대간 단절이 있는 것 같다. '개콘'을 보면서 자식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생길 거고 자식들은 부모에게 MZ세대 밈도 알려주며 대화를 하게 될 거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까 세대 갈등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소망을 전했다.
이재현 PD는 "공개 코미디만이 개그였던 시절이 있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갔던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 시장과 OTT 분위기 때문에 개그의 새로운 붐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잘 받아들이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1월은 코미디 대전의 달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미디 로얄'이 오는 28일 첫 공개를 앞둔 것. '개콘'과 '코미디 로얄' 두 예능이 맞붙으며 개그쇼 부활에 불을 지핀다. '코미디 로얄'은 K-코미디를 대표하는 20인이 넷플릭스 단독 쇼 런칭 기회를 두고 나이, 경력, 계급장 떼고 붙는 웃음 배틀 예능. 코미디 대부 이경규를 포함해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개그맨 탁재훈, 문세윤, 이용진, 황제성, 이은지 등이 출연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핫한 메타코미디 소속 곽범, 이창호, 엄지윤, 이선민, 조훈 등이 출연한다.
김상미 CP는 오히려 이 소식이 반가웠다고. 그는 "저희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와중에 '코미디 빅리그'가 종료된다는 소식을 듣고 상심했다. 저희만 있다고 좋은 게 아니고 여러 채널에서 코미디가 부흥할 때 힘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생긴다고 하니 반가웠다. 시청자들도 비교하는 재미가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효는 "저희도 경쟁심이 생겨야 자극이 생기고 촉매제가 된다"고 공감했고 정태호는 "저희는 가입하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재치있는 답변을 더했다.
'개콘'은 많은 개그맨들의 응원 속에 부활한다. 박나래는 이날 커피차를 전달했으며 권재관은 도시락을 선물했다. 변기수는 코너 없이 바람잡이를 자처했다. 김상미 CP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만큼 도움에 답하고자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개그콘서트'는 오는 12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0시 2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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