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1일 경기도 화성시 수원삼성축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연 취임 기자회견에서 염기훈(41) 수원 삼성 감독이 유독 목소리가 높아지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건 자신과 관련한 루머에 대해 부인할 때였다. “저도 너무 속상했고 가족들도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그런 얘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찾아봤고… 제가 뭔가 액션을 취했고 제가 뭘 했다면 오픈했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에 염기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위해 선수단을 선동해 수원의 전 직전 사령탑인 김병수 감독을 내보냈다는 루머가 있었다. 염기훈 감독은 “은퇴하려고 그 전에 P급(1급 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루머와 관련한 영상에서는 “쿠데타”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염기훈 감독은 지난 시즌 플레잉 코치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이병근, 김병수 감독이 차례로 경질되자 구단은 염기훈 감독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하지만 수원은 부진에서 탈출할 수 없었다. 최하위에 그쳐 1995년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2(2부리그)로 떨어졌다.
염기훈 감독은 “축구 인생을 걸었다”고 했다. 그는 “선수생활을 오래 하며 감독이라는 자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랐다. 기쁜 마음보다 무거운 마음이고 책임감이 컸다”며 “축구 인생과 제 인생을 걸고 이 자리를 수락했다”고 했다. 그는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며 “잘못되면 책임질 자신도 있다. 선수단에게도 나의 결정은 팀을 위해 할 거라고 했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염기훈 감독이 사령탑 직을 수락한 이유 중에 하나는 작은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감독대행으로) 석 달간 선수들과 동고동락하고 코칭스태프와 준비하면서 변화가 있었다”며 “바꿔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박경훈 수원 신임 단장은 “팀이 패배감을 극복하고 혼선 없이 선수단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염기훈 감독에게 명확한 목표와 방법이 있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하더라. 염기훈 감독이 선수단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그런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염기훈 감독은 선수단에는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고 축구는 역습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가) 허허 웃는 모습을 많이 봤을 텐데 제가 선수 생활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게 규율”이라며 “스스로도 규율을 까다롭게 하는 편이기 때문에 타이트한 감독이 되겠다”고 했다. 추구하고 싶은 축구로는 “패스를 주고 서 있는 점이 수원이 제일 많았는데 제가 감독대행을 하면서 바꾸려고 했다. 가만히 서서 하는 축구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염기훈 감독은 K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다. 2006시즌 전북 현대에서 데뷔한 뒤 2010시즌 수원으로 이적해 본격적으로 활약했다. 선수 시절 445경기 77득점 110도움으로 통산 도움 1위를 달린다. 유일한 세 자릿수 도움이다. 그는 ‘왼발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정확한 킥으로 골을 도왔다. 득점과 도움을 합친 공격포인트는 187개로 통산 3위다.
하지만 수원에서 은퇴식도 갖지 못한 채 감독대행으로 팀의 추락을 지켜봐야 했다. 이제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2010년 수원에 왔을 때 더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어요. 저는 증명해 내겠습니다. 평가는 시즌이 끝나고 했으면 좋겠다. 분명한 건 변화를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라는 겁니다. 저는 이 팀을 너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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