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글 박영웅 기자 ㆍ사진 손힘찬 기자] 애니메이션 '달빛 천사'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인기 성우 겸 가수 이용신이 지난 3일 자신의 17번째 싱글 '세상에서 가장 긴 플레이리스트'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성우에서 가수로 한 발 더 도약하려는 이용신의 '도전 정신'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만큼 높은 수준의 음악성을 자랑한다. 스포츠Q는 이용신의 이런 음악적 도전을 더 알아보기 위해 최근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변가요제 출신 이용신 프로 가수의 길을 가지 않은 이유
이용신은 지난 1997년 강변가요제 수상자 출신이다. 당시 강변가요제에 출전해 아름다운 목소리와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가수로서의 재능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용신은 가수의 길 대신 성우의 길을 선택했다. 왜였을까?
"제가 대학 시절 축제나 과대 가요제 이런 곳을 자주 나가서 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주변 권유를 받았고 1997년 강변가요제에 출전했습니다. 수상까지 하고 다 좋았는데 당시는 강변가요제가 가수로서의 등용문이 많이 약해진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는 1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신인 가수들의 나이가 어려지는 추세다 보니 제안은 들어오긴 했지만, 졸업을 앞둔 대학생인 제가 연습생으로 기획사를 들어가는 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몇 군데 오디션을 봤어요. 하광훈, 박칼린 씨 앞에서 노래도 했었죠. 하지만 당시는 김건모, 이소라 같이 특이한 음색을 원하는 곳이 많았고 제 목소리는 너무 예뻐서 개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프로 가수의 길은 힘들겠다고 판단했고 다른 길을 찾았습니다."
◆이용신이 선택한 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프로 가수로서는 개성이 없다는 박한 평가에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였다. 이 대회의 출전이 이용신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놨다. CM송 가수의 길이었다.
"졸업할 때쯤 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가 열렸어요. 케이블채널이 95년쯤에 활성화 되면서 이런 대회를 개최한 거예요. 그래서 90년대 말쯤에 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를 나가서 대상을 탔고 거기 오신 심사위원이 CM송 유명 감독님이셨는데 CM송까지 제안받으면서 신기하게 노래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CM송 가수가 된 거죠. 당시 제가 초코파이 CM송을 불렀는데 이게 대박에 나면서 업계에서는 자리를 확실히 잡게 됐습니다."
◆본격적인 성우의 시작, 승승장구 성우의 길
이용신은 CM송(광고용 노래) 가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광고 내레이션을 도맡게 됐다. 주변 관계자들로부터 성우 같이 않게 성우의 역할을 너무 잘한다는 극찬을 받았다. 결국 그는 성우 공채 시험을 봤고 이후 승승장구의 길을 걷게 됐다.
"광고용 노래를 부르면서 여러 멘트도 함께 소화해야 했습니다. 홈페이지 참조와 관련한 멘트부터 브랜드 이름 등광고에서 내레이션하게 됐죠.. 주변에서는 자연스럽게 너무 잘한다. 성우의 티가 안 나면서 성우 같은 발음과 깔끔함이 있다고 극찬을 해주셨습니다. 이후 연예 뉴스 프로에도 스카우트가 되면서 생방송 멘트까지 소화했습니다. 결국 성우 일을 자연스럽게 배웠고 길을 정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2003년 투니버스에서 시험을 보고 공채로 입사를 했죠. 이후 탄탄대로였어요. 성우가 된 지 고작 1년 지나고 52부작 장편 애니메이션 달빛 천사 주연인 루나 캐릭터를 맡았어요. 이 작품이 대박이 났고 짧은 경력에 작품 주연을 맡는 성우로 도약했습니다. 이후에도 짱구는못말려 등 유명한 애니메이션 작품 주연을 맡으며 성우로서 만족한 삶을 살게 됐습니다."
◆음악에 대한 갈증. 가수로 다시 도전하다
이용신은 달빛 천사 속 가수 지망생 캐릭터 루나로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이 작품은 주연 캐릭터가 노래를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래 실력이 뛰어났던 이용신이 빛이 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작품 속에서 주제가를 비롯해 풀버전 노래 6곡 등 노래를 계속 소화했다. 자연스럽게 이용신의 애니메이션 속 노래들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그가 가지고 있던 가수의 꿈에 다시 불을 지폈다.
"작품에 노래가 많았어요. 제가 풀버전 노래 6곡을 불러야 했고 대사 속에도 노래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들이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대히트를 쳤어요. 그러면서 제가 가수의 본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죠. 실제로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레드벨벳 예리, 세븐틴 호시, BTS 정국 등이 인터뷰 등에서 현재까지도 제 노래를 많이 거론해 주시기도 했어요. 이런 팬들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이면서 제가 현재 프로 가수로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해줬습니다."
◆프로 가수 이용신
이용신은 달빛 천사에서 일본 번안곡을 주로 불렀다. 큰 인기를 누렸지만, 그는 더 새로운 장르 그리고 자신 본연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야 하겠다는 열망이 생겼다. 결국 가수로 데뷔한 그는 '애니메이션 속 이용신'이 아닌 '다장르 뮤지션 이용신'의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그가 현재까지 발매한 앨범은 정규앨범 1장과 싱글 17장에 달한다.
"달빛 천사 같은 경우는 일본 곡을 번안해서 불렀죠. 일본 곡들을 번안해서 하다 보니 일본 곡 특유의 코드 진행이 있어요. 항상 이런 번안곡만 하다 보니 제가 순수하게 제 노래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고 성우 10년 차가 되던 해인 2003년 정규앨범을 발매하면서 정식 프로 가수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사실 애니송과는 다르게 가수 이용신으로서 내는 앨범은 제가 좋아서 하는 음악들이고 진짜 제 목소리의 음악입니다. 정말 많은 장르를 도전하고 있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흑인 소울까지 섭렵한 이용신 신곡 '세상에서 가장 긴 플레이 리스트'
이용신은 지난 3일 17번째 싱글 '세상에서 가장 긴 플레이 리스트'를 발매했다. 흑인 소울이 느껴지는 알앤비 계열 네오소울 장르의 곡으로 세련된 사운드와 흑인 음악 특유의 그루브 감이 느껴지는 노래다. 특히 이용신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이전 애니송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느슨한 레이백(lay back) 리듬의 끈적한 감성과 프로 가수로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수 이용신이 이런 슬로우 템포의 흑인 음악까지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뮤지션이라는 부분에 힘을 준 느낌이다.
"이번 새 앨범이 흑인음악 장르라고 제안을 받았고 노래를 듣자마자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이런 장르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동안 부를 일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장르에 대한 제 간절함을 풀어줄 수 있는 곡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곡이 멜로디도 괜찮았지만, 가사도 이별의 슬픔이 절절하게 묻어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저몰입해야 하는 사람인데 이 곡은 이 곡은 이런 몰입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제 20대 시절 슬펐던 연애의 추억 감성을 끄집어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래서인지 녹음할 때도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어요."
"지금 봄날이고 꽃이 만개하는데도 연애 문제로 마음이 우울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이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길 바랍니다. 연애의 아픔은 음악멍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플레이 리스트'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용신의 향후 계획
이용신은 성우와 가수로서의 향후 계획들도 밝혔다. 작품 활동과 공연 등으로 바쁜 나날이 이어질 예정이다.
"먼저 성우로 활동은 현재 오디오 플랫폼을 통해서 '참아주세요. 대공' 오디오 드라마를 하는 중입니다. 오디오 플랫폼 드라마가 이전에는 없던 시장이었는데 확대되는 분위기라 이곳에서 열심히 성우로서 도전을 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가수로서는 저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노래도 하고 낭독도 하는 작은 공연을 해볼 예정입니다. 사실 지난 2019년에 잠실 핸드볼경기장에서 달빛 천사 2회 단독콘서트를 하면서 전석 매진을 시킨 경험이 있는데 규모가 엄청난 공연장에서 하다 보니 이제는 좀 더 작은 곳에서 팬들과 더 가까운 무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리고 직접 작사가로 도전도 할 계획입니다."
◆이용신 본연의 목소리도 사랑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이용신은 팬들에게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벗어난 가수 이용신 자신도 많이 사랑해 달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캐릭터 뒤에 있는 저희 모습 가수 이용신의 목소리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꾸준히 활동하려 하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용신 소개=서울출생.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목소리가 예쁜 아이로 주변에서도 칭찬이 끊임없었다고 한다. 가수를 꿈꾸며 강변가요제까지 나가 수상했지만, 여러 이유로유로 가수 데뷔를 포기하고 1000곡 이상을 소화한 CM송 가수를 거쳐 지난 2003 투니버스 5기 성우로 데뷔했다. 데뷔하자마자 애니메이션 달빛 천사 루나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중견 성우일 뿐만 아니라 정규앨범을 비롯해 총 18장의 앨범을 발매한 프로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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