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황성빈(27·롯데 자이언츠)은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현재, 유튜브 쇼츠(Shorts·1분 이내 영상), 인스타그램 영상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달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기아) 타이거즈와의 방문 경기에서 1루로 출루한 뒤 상대 투수 양현종(36)과 심리전을 펼친 게 시작이었다. 1루에서 2루 쪽으로 리드를 가져가던 황성빈은 두 발만 붙인 채 2루로 갈 것처럼 몸을 앞으로 내밀기를 6번 연속 반복했다.
보통 주자들은 투수가 바라볼 때는 몸을 살짝 움츠린 채 뛸 타이밍을 잰다.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가면 두 발을 때고 움직인다. 황성빈처럼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진 않는다. 좌완 투수 양현종은 투구 준비를 하면서 황성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황성빈의 자극에 양현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 장면은 유튜브 쇼츠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 쇼츠의 조회 수는 100만이 넘었다. 일부 팬들은 이 쇼츠에 노래를 입혀서 올리기도 했다.
황성빈은 “자극한 게 아니다”고 했지만 당시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내가 좀 민망하더라.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양현종은 “그게 황성빈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팬들의 입장은 반으로 갈린다. “제 할 일을 열심히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불필요한 자극”이라고도 전한다.
하지만 황재균(KT 위즈)과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 경기 중에 황성빈의 행동을 따라 하면서 ‘황성빈 챌린지’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황재균은 마운드에 양현종이 있을 때 했다. 양현종도 그런 황재균을 바라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황성빈 본인 생각은 어떨까. 황성빈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뱅크 KBO리그 LG(엘지) 트윈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9-2로 승리한 뒤 “저를 보고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미지가 상대 팀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까지 생각하면 제가 준비한 것을 못 하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상대 팀이 신경을 쓰도록 제 이미지를 (최대한)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황성빈은 올 시즌 9도루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황성빈은 이날 5타수 2안타 2득점 1도루로 펄펄 날았다. 황성빈은 1회초 풀카운트 끝에 안타를 때린 뒤 2루를 훔쳤다. 빅터 레이예스의 내야 안타 때 과감한 주루로 홈까지 파고들었다. LG 2루수 신민재가 3루에 공을 송구했을 때 황성빈은 이미 3루를 돌아 홈 플레이트로 질주하고 있었다.
3회에는 LG 선발 케이시 켈리와의 신경전이 나왔다. 앞서 황성빈이 파울타구를 치고 1루를 지나칠 때까지 뛰었다. 타석으로 천천히 돌아가자 켈리가 답답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황성빈은 이후 볼카운트 1-2에서 연거푸 3개의 파울로 걷어낸 후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켈리는 1루에 송구 실책을 범하면서 2루를 밟았다. 결국 켈리는 황성빈과 신경전을 벌였고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7회에는 LG 유격수 오지환이 황성빈의 땅볼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포구 실책을 범했다.
황성빈의 활약을 앞세운 롯데는 지긋지긋했던 8연패에서 벗어났다. 황성빈은 "올 시즌 백업으로 스타트하면서 김주찬, 임훈 코치님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으니 타격을 절대 놓지 말라'고 하셨다. 오늘 출루는 두 코치님이 도와주신 게 가장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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