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20 21:23 (월)
‘148km’ 찍은 니퍼트가 떠올린 양의지·김선우·김성근
상태바
‘148km’ 찍은 니퍼트가 떠올린 양의지·김선우·김성근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5.07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더스틴 니퍼트(43)는 프로야구 KBO리그의 레전드 외인 투수다. 2011시즌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2018시즌 KT 위즈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8시즌을 뛰었다. 214경기에 나서 102승(5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9를 거두며 외인으로는 최초로 100승 고지를 밟았다. 2018년 6월 29일 100승을 달성하던 날 외인 최초로 1000탈삼진까지 기록했다.

203cm의 장신으로 내리꽂는 강속구가 위력적이었다. 완봉승이 2번, 완투가 8번이었고 6시즌 150이닝 이상씩 소화하며 KBO리그 통산 1291⅓이닝을 던졌다. 2016시즌에는 22승(3패)을 거두면서 다승왕에도 올랐다. 은퇴 후에는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피지컬: 100’ 등 방송에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야구팬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강야구에 외인선수가 출연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트라이아웃 50m 달리기와 캐치볼에서는 기대 이하였지만 마지막 선발 심사에서 시속 144km까지 구속을 끌어올리며 주변의 환호성을 샀다. 결국 최강 몬스터즈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양의지와 니퍼트. [사진=연합뉴스]

이후 나선 장충고와의 1차전(6일 방송). 니퍼트는 6회 초에 등판했다. KT 소속으로 등판한 2018년 10월 13일 이후 5년 7월여만의 실전 경기 출전이었다. 마운드에 올라 3구 만에 시속 148km의 강속구를 뿌렸다. 최강야구 역대 최고 구속이었다. 8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한 니퍼트는 9회에는 흔들리며 6점을 내주며 부진했다.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은퇴 후 오랜만에 마운드에 선 그를 나무랄 이는 없었다.

사실 니퍼트는 2018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기 싫었다고 한다. 그 당시 니퍼트는 서른 후반.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고 한다. 니퍼트는 6일 유튜브 채널 ‘정근우의 야구인생’에 나와 “(당시 내가) 나이 많은 선수였는데 다른 곳에서 시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니퍼트는 2010시즌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4승 5패 5홀드 평균자책점 4.29에 그쳤고 이후 25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면서 KBO리그에 도전했다. 2011시즌부터 두산에서 7시즌을 뛰면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는 “두산 선수들과 함께 할 때 행복했다. 가족처럼 느껴졌고 100% 안 떠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매년 계약했다”고 했다.

6일 방송한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사진=JTBC 갈무리]
6일 방송한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사진=JTBC 갈무리]

다만 처음에 대도시인 서울에서의 적응은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야구장을 어떻게 가는지 지하철도 잘 모르겠고 택시도 몰랐다”며 “양의지와 통역, 김선우가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니퍼트는 김선우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양의지에 대해서는 “(제가) 한국에 온 첫해에 한국말 못했고 의지도 영어를 못했지만 야구 선수의 느낌이 있었다”며 “제가 피칭을 안 해도 의지를 많이 보고 있었다. 의지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기 위해서). 의지도 내 스타일에 대해서 (저와) 똑같이 (알기 위해) 보고 있었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나고) 굿 매치가 됐다”고 했다.

실제로 니퍼트와 양의지는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실제로도 친했다. 니퍼트는 자신의 KBO리그 마지막 등판이었던 2018년 10월 13일 마운드를 내려오다 상대팀이었던 양의지와 포옹을 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양의지는 2018년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니퍼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방송을 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항상 내 마음속 1선발로 새겨두고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니퍼트는 양의지가 자신을 언급해 준 점에 대해 “기분 너무 좋고 행복했다”라며 “마이 브라더(my brother) 의지”라고 말했다. 니퍼트가 1987년생인 양의지보다 6살 더 많다.

'정근우의 야구인생'에 출연한 니퍼트. [사진=정근우의 야구인생 갈무리]

한편, 니퍼트는 김성근 감독에 대해서는 “조금 무서웠다”고 했다. 그는 “(김성근 감독이)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와 한화 이글스 감독할 때 다른 외인 선수들에게 (김성근 감독에 대해) 물어봤는데 조금 무섭다고 하더라. 행복할 때와 화날 때 표정이 같다. 감독님의 (기분이) 괜찮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