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프로야구 홈런왕 출신 박병호(38)가 프로야구 KT 위즈에 이적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28일, 오후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언론도 팬들도 들썩였다. 성적 부진에 최근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박병호가 먼저 구단에 이적 희망을 드러낸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선수가 구단에 거취 문제를 먼저 제안하는 건 드물다.
KT 관계자가 "복귀 설득과 트레이드, 방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라고 했다. 결국 트레이드로 결론이 났다. 28일 오후 10시를 직전에 두고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박병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가고 삼성에서 뛴 오재일(38)이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KBO리그 통산 383홈런을 날리며 6번이나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와 207홈런을 터뜨린 오재일의 맞교환이다. 박병호는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 소속이던 2014시즌과 2015시 각각 50개 이상의 홈런을 쳤다. 오재일은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다.
1986년생 동갑내기에 거포들의 트레이드라는 점에서 화끈하게 주목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둘 다 저조한 올 시즌 성적으로 부활이 시급하다.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했다가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게 된 것도 같다.
박병호는 올 시즌 44경기에서 타율 0.198, 3홈런, 10타점으로 부진하다. 4번 타자마저 타격감이 좋은 문상철(33)에게 내줬다. 문상철은 28일까지 올 시즌 46경기에서 타율 0.322 9홈런 26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병호는 이미 4월부터 대타로 더 많이 출전하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박병호는 2022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30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KT로 이적했다. 첫 해 타율 0.275, 35홈런, 98타점으로 홈런왕과 골든글러브(1루수)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시즌에는 타율 0.283, 18홈런, 87타점으로 제 역할을 했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한 오재일은 2021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총액 50억원에 FA 계약했다. 2021시즌 타율 0.285 25홈런 97타점, 2022시즌 타율 0.268 21홈런 94타점으로 중심타자로의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타율 0.203 11홈런 54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올 시즌에도 22경기에서 타율 0.234, 3홈런, 8타점에 그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에 지난 4월 2군에 내려갔다가 37일 만에 복귀하기도 했다. 오재일은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4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 홈 경기에서 9회 대타로 나와 솔로 홈런을 때리며 대구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KT는 박병호와 끝까지 함께 하려고 했으나 되지 않았고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오른손 거포가 필요한 삼성과 뜻이 맞아떨어졌다. 삼성은 박병호에 대해 “팀에 필요한 오른손 장타자로서 팀 타선의 좌우 균형을 공고히 하고 펜스 거리가 짧은 라이온즈파크에서 월등한 홈런 생산성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라이온즈파크의 좌우 펜스는 99.5m이고 좌중·우중 펜스는 107~108m이다.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좌우 펜스 98m·좌중·우중 펜스 115m)보다 좀 더 타자가 장타를 때려내기에 유리한 구조다.
오재일은 29일 KT에 합류할 예정이다. 허리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간 박병호는 몸 상태에 따라 삼성 1군 합류 시기가 결정된다.
이강철 KT 감독은 28일 박병호의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진 뒤 "(박병호가) 매우 서운할 텐데 삼성에서 기회를 많이 받아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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