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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일군 학전 전신, 김민기 별세... 짤막한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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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일군 학전 전신, 김민기 별세... 짤막한 유언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7.22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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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김민기 학전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학전 측은 22일 공연 연출가 겸 가수 김민기가 지난 21일 별세했다고 알렸다. 김민기는 지난해 가을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 및 발인 등 모든 장례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학전에 따르면 김민기는 19일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돼 응급실로 옮겼으나 가족들 앞에서 작별을 고했다. 유언에 대해서는 "늘 '그저, 고맙지', '할만큼 다 했지', '니가 걱정이지' 그런 말씀을 하셨다"며 향후 유언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고(故) 김민기
고(故) 김민기

학전 측은 "조의금과 조화는 고인의 뜻에 따라 정중히 사양한다"며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고인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마음으로 애도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소식이 전해진 후 학전 출신 가수 박학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민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고 "형님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평안하세요"라는 추모의 글을 남겼다.

앞서 김민기가 투병하는 동안 많은 이들이 그의 쾌유를 빌고 응원을 보낸 바 있다. 조승우는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주연상을 수상한 후 김민기에 대해 "스승님이자 아버지이자 친구이자 가장 편한 동료였다. 지금 투병 중이신데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 꼭 다시 같이 작품해주시면 좋겠다"며 수상 영광을 학전과 김민기에게 돌렸다.

고(故) 김민기(중간 아래). [사진=박학기 인스타그램]
고(故) 김민기(중간 아래). [사진=박학기 인스타그램]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민기는 서울대 회화과 재학 중 1970년 '아침이슬'을 작곡하며 음악가로서 발을 뗐다. 김민기는 '아침이슬', '친구' 등을 통해 시대를 은유적인 노랫말로 풀어냈다. 당시는 예술 검열이 심했던 박정희 정권이었기에 그의 곡 대부분이 방송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시대를 담은 노래를 써냈으며 전두환 정권인 1984년에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했다.

김민기의 가장 큰 업적은 대학로 학전 소극장이다. 1973년부터 공연 연출에 참여한 1994년 그는 20년 가까이 대학로 대표작으로 꼽히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켰다. '지하철 1호선'은 그이게 독일 문화훈장 '괴테 메달'을 안긴 작품이다. 서항석, 윤이상, 백남준에 이어 네 번째 한국인 수상이었다. 

학전을 거친 배우들에게 김민기는 스승이자 동료, 아버지이자 형이었다.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장현성, 김윤석 등 국내 대표 배우들이 학전에서 연기 생활을 하며 배움을 얻었다.

황정민은 지난 5월 진행된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의 원동력은 '학전'이라고 밝히며 김민기에 대해 "자신은 뒷것이고 너희는 앞것이라고 하셨다. 그로부터 겸손함을 배워 왔다. 샘컴퍼니 소속된 젊은 배우들을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이유도 다 김민기 대표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김민기는 대학로 구조를 바로잡은 인물이기도 하다. 표준계약서, 월급 인센티브 제도 등을 도입해 배우와 스태프들이 정당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고민했다.

이런 가운데 학전은 김민기의 투병과 재정난으로 인해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2013년 학전 그린소극장을 폐관한 데 이어 학전 블루소극장까지 폐관했다. 같은 자리에는 생전 어린이극을 제작했던 고인의 뜻을 이어 받아 어린이·청소년극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이 개관됐다. 

학전은 33년간 총 359편의 작품을 기획·제작하며 공연계 역사를 썼다. 그러나 김민기는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지 않았다. 스스로를 '뒷것'이라 칭하며 묵묵히 공연계를 지키는 그림자가 되길 자처했다. 지난 4월에는 SBS 3부작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가 방송됐지만 인터뷰 제안은 극구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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