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3번 만에 공을 넘겨야 하는 배구에서 세터는 최소 한 번 이상의 터치를 담당한다. 리시브나 공격처럼 눈에 띄는 지표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스를 올리는 세터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다. 주전 세터의 컨디션은 그날 팀 전체 경기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인정받는 세터는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다인(27), 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염혜선(34)이다. 2위 현대건설과 3위 정관장의 컨트롤타워인 둘은 꾸준한 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돕고 있다. 1위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대항마로 떠오른 두 팀의 핵심 전력이다.
김다인은 1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4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 현대건설의 세트 스코어 3-0(25-18 25-15 25-21) 완승을 도왔다. 한 차례 서브 득점과 디그 8개, 28개 세트 성공으로 준수하게 활약했다.
이날 김다인은 아포짓 스파이커 모마 바소코(15점·카메룬), 미들블로커 양효진(15점),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시통(10점·태국)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하면서 IBK기업은행을 공략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 전력을 유지한 현대건설은 김다인을 중심으로 뭉쳐 공격(39-31), 블로킹(10-8), 서브(2-0), 상대 범실(24-14) 등 모든 지표에서 우위를 점했다.
김다인의 활약은 IBK기업은행이 4명의 세터를 기용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날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주전 세터 천신통(중국)의 발목 부상 여파로 김하경, 김윤우에 신예 최연진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4명 모두 토스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가대표 주전 세터 김다인과 대조를 이뤘다.
염혜선 또한 1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4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 정관장의 세트 스코어 3-0(25-22 25-22 25-20) 셧아웃 승리에 기여했다. 서브 에이스 하나와 디그 3개, 36개 세트 성공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창단 후 처음으로 11연승을 달리고 있는 정관장은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인도네시아)-아웃사이드 히터 반야 부키리치(세르비아)의 좌우 쌍포가 주목받는 팀이다. 둘의 조력자 역할인 염혜선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지만, 연승 행진의 숨은 공신이라 불릴 만큼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전 직후 차상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염혜선을 최우수선수(MVP)로 꼽은 뒤 "(염혜선이) 전반적인 운영을 맡지 않았다면 오늘 정관장 승리를 예측하기는 조금 힘들었다"며 "위기관리 능력이 좋다. 이제는 공을 어디에 어떻게 올려야 할지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 응한 염혜선은 “연승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 지난 2경기를 5세트까지 했기 때문에 힘든 경기를 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던 게 통했다”며 “(리시브가 불안해도) 최대한 잘 연결하면 경기를 쉽게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길 수 있을 때까지 이겨보겠다”고 다짐했다.
3년 연속 V리그 베스트7 세터상을 받은 김다인, 역대 2번째 통산 세트성공 1만5000개를 달성한 염혜선. V리그 최고 세터 둘은 오는 22일 수원체육관에서 4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과 정관장 모두 15승 6패. 하지만 승점에서 46-41로 현대건설이 앞서는 상황. 승점 6이 걸린 경기에서 김다인과 염혜선의 토스 구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V리그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 두 팀의 경기에 배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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