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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73) 양동석] SPOTV 간판 캐스터 "EPL 전담 중계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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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73) 양동석] SPOTV 간판 캐스터 "EPL 전담 중계 비결은"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4.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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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시현 객원기자]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을 외쳐드립니다. 우리는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비로소 유럽 축구의 하늘이 하늘색으로 물듭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트레블을 완성합니다!”

캐스터의 멘트는 스포츠를 한결 풍성하게,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다. 훌륭한 캐스터는 철저한 준비, 빼어난 센스, 우렁찬 발성으로 상황을 정확히 전달해 감동을 배가시킨다. 

스포츠산업의 여러 직업을 소개하는 JOB아먹기가 SPOTV(스포티비)의 간판 아나운서 양동석 캐스터를 만났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득점왕 소식과 맨시티의 유럽 제패를 주옥같은 멘트로 전달해 호평받은 그에게서 캐스터 되는 법과 고충을 들었다.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POTV 캐스터 양동석입니다."

- 업무는?

"EPL 경기를 중점으로, 최근에는 토트넘 홋스퍼 경기를 주로 전담하고 있습니다. 축구 비시즌에는 골프 같은 타 종목도 다루는데요. 두 종목을 중계할 때 텐션을 다르게 둡니다. 축구는 쉼 없이 소리를 지르며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반면 골프는 말이 방해가 될 수 있기에 매 순간 많이 억누릅니다."

- 캐스터 데뷔 당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축구와 친숙해지기 위해 많은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사실 대학교 3학년 때 대한축구협회(KFA)의 인터넷 중계로 갑자기 데뷔하게 됐어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처음에는 (중계) 실력이 좋지 않아 적성에 맞는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일념과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힘든 시기를 버티면서 성장한 것 같습니다."

- 채용 과정은.

"SPOTV는 당사 아카데미 수료자에 한해 인턴 면접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중 두각을 보이면 직원으로 전환되는데요. 아쉽게도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지난 8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돼 현재 아카데미 수료생 대상으로 마지막 인턴이 채용되고 있습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나 이후로는 공개채용 형태이거나 급할 경우 각 아카데미 추천 채용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 경쟁률은 어느정도인지.

"현재 SPOTV 채용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스포츠 캐스터는 일반 아나운서에 비해 경쟁률은 낮지만 허수가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경쟁률은 100:1 정도인데요. 1명의 경쟁자가 10명인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실력자가 많습니다."

- 직업에 필요한 역량은.

"캐스터는 아나운서, 즉 진행자 분야이기에 기본기를 잡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축구 지식도 중요하지만 발성, 발음 같은 중계 스킬은 단시간에 늘기 어렵기 때문에 오랜 시간 기본기를 수련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임형철 캐스터(왼쪽)와 중계를 맡은 EPL 박싱데이 경기. [사진=본인제공]
임형철 해설위원(오른쪽)과 중계를 맡은 EPL 박싱데이 경기. [사진=SPOTV 나우 중계화면 캡처]

- EPL은 주로 새벽에 진행되는데 잠은?

"영국 시차로 살고 있습니다. 중계가 생방송이다 보니 경기 직전에 일어나면 목이 잠기거나 혹은 못 일어나는 대참사가 있을 수 있어서, 보통 오전 9시에 취침해 낮 4시에 일어나 밤을 샙니다. 토트넘 손흥민 선수의 삶에 빗대볼게요. 손흥민 선수가 경기 웜업을 할 때 저는 자료를 준비하고 경기가 끝나면 마찬가지로 쉬는 형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 건강 관리가 필수일 것 같습니다.

"새벽에 일하고 햇빛을 못 보는 직업이니 멜라토닌이 많이 부족합니다. 누적되다 보니 목도 아프고,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현재 목 관리를 위해 매일 10개 이상의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에 소중함을 느끼고 열심히 건강 관리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임하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습니다."

- 2019년도부터 주로 토트넘 경기를 전담했습니다. 계기는.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리버풀-토트넘 현장 중계를 진행한 이후 토트넘 경기를 맡게 됐습니다. 성장해야 겠다는 간절함으로 꾸준히 EPL을 팔로우했기에 우연히 주어진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큰 이슈 없이 마무리했어요. 평소 잘 준비했던 게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 ‘우리는 월드클라스 손흥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코멘트 비하인드.

"2021~2022시즌 38라운드 노리치와의 최종전에서 나온 멘트인데요. 당시 손흥민 선수가 득점 단독 선두에 오르는 멀티골을 기록했습니다. 시즌 내내 득점왕 가능성을 뒀고 미리 준비했던 멘트를 골이 나오는 순간 힘차게 터뜨렸어요. 12년째 축구 중계를 하면서 대한민국 선수가 EPL 득점왕을 하는 순간이 올 줄 몰랐고 다시 중계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도 있습니다. 노리치전은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입니다."

수기로 작성한 기록지. [출처=양동석 인스타그램]
수기로 작성한 기록지. [출처=본인 인스타그램]

- 경기 전 루틴이 있다면.

"선발 라인업이 나오면 저만의 기록지를 제작합니다. 등번호로 선수를 빠르게 파악 하기 위해 번호순으로 선수를 나열하고 옐로카드 누적, 득점 상황 등 경기 내 이슈도 작성해요. 전체적으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만약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한다면 이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뒷 장에는 선수간 매치업을 한 눈에 파악하도록 포메이션을 정리하고 있어요."

- 대본은 직접 작성하는지.

"스포츠캐스팅의 매력은 대본이 없다는 점입니다. 경기 시작 전 진행하는 킥오프쇼에서도 진행 순서 외에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모든 멘트는 실시간 애드리브로 진행되기에 캐스터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요. 화면에 나오는 장면에 알맞은 캐스팅을 하기 위해 평소 많이 연습하며 준비하곤 합니다."

- 발음하기 어려운 선수 이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연예인 알베르토, 장지현 해설위원과 생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SSC나폴리 소속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려워서 방송 직전까지 줄여서 흐비차로 부를까 고민했어요. 그래도 선수 이름이니 다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 100번 정도 연습하고 방송에 들어갔습니다. 어려운 이름을 부르는 건 적응의 문제인 것 같아요. 충분히 연습을 하면 편하게 부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북런던 더비' 중계 중인 양동석 캐스터 (왼쪽)와 장지현 해설 위원 (오른쪽). [사진=본인제공]
북런던 더비에서 장지현 해설위원(오른쪽)과. [사진=SPOTV 중계화면 캡처]

-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지.

"캐스터는 MC, 해설위원은 전문가입니다. 캐스터는 인점과 아웃점을 잡는 직업이기에 모든 방송의 시작점과 마무리에는 캐스터가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 알맹이를 채우는 게 해설자의 역할입니다. 캐스터가 화두를 던지면 해설자가 전문적인 이야기를 풀어주고 이걸 캐스터가 정리하면서 끝내고 넘어가는 거죠."

- 최고의 해설위원 조합은 누구인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합을 많이 맞춰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수백경기 중계를 같이한 장지현 위원과 가장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해설을 위해 장지현 위원과 경기 전에 팩트, 이슈를 항상 체크하고 있습니다. 경기 중에도 서로 잘못 이야기한 점이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하며 수정, 보완해요."

SPOTV의 간판으로 자리잡은 양동석 캐스터. [사진=본인제공]
양동석 캐스터. [사진=본인 제공]

- 본인만의 강점은.

"항상 '기본에 충실하자'고 다짐합니다. 너무 튀지도 않고, 너무 평범하지도 않은 중계지만 여러 사람의 니즈를 충족하는 중계를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판정 상황, 선수콜 같이 경기장 내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또, 해설자의 전문성을 극대화하자는 철학으로 중계에 임하고 있어요. 제가 빛나기보다 함께 좋은 방송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분들께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 캐스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스포츠캐스터라는 직업이 막연하고 꿈을 꾸기엔 멀다는 느낌이 들어서, 생각을 구체화 시키면 좋을 것 같아요. 확실하게 직업 노선을 정하고 구체화한 단기 계획을 세워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캐스터는 생방송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말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하루에 5분만 투자해서 1분 스피치를 연습하시면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좋아하는 축구 중계를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캐스터는 얼굴이 보이는게 아니라 목소리만 나오는 직업이잖아요. 많은 축구팬분들이 제 목소리를 들었을 때 ‘아, 양동석이구나’ 하고 알아주실 때까지 열심히 중계하겠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좋은 중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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