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탁구도 부전자전이다. ‘한국 탁구의 미래’ 오준성(18·미래에셋증권)이 국제 대회에서 대이변을 연출했다. 세계랭킹 1위 왕추친(중국)을 꺾는 등 동메달 2개를 수확, 밝은 미래를 열어젖혔다.
오준성은 7일(한국시간)부터 13일까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단식과 남자 단체전 등 두 차례 포디움에 올랐다. 한국 탁구대표팀은 금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를 확보하며 종합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막내 오준성의 활약이 빛났다. 맏형 장우진(세아)보다 11세 어린 오준성은 8일 남자 단체 8강 한일전 3경기에서 시노즈카 히로토를 3-2로 제압해 매치 스코어 3-1 승리에 기여했다. 10일 남자 단체 4강 중국과 1경기는 왕추친에 1-3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이는 숨 고르기였다.
오준성은 12일 남자 단식 8강에서 왕추친을 다시 만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1세트와 2세트를 나눠 가진 뒤, 3·4세트를 쓸어 담으며 3-1로 승리했다. 모든 세트에서 먼저 점수를 내주고도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결국 세 차례나 뒤집기에 성공하는 강심장을 자랑했다.
세계랭킹 34위 오준성은 1위 왕추친을 제압하면서 대회 최고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내심 금메달도 노려볼 법했지만 이번엔 준결승 진출에 만족했다. 오준성은 13일 일본 에이스 하리모토 도모카즈에게 1-3으로 패해 대회를 마무리했다.
아시아선수권은 준결승 패배자 모두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지난해 평창 아시아선수권에서 32강 탈락한 오준성은 1년 만에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며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 10명 중 남녀 통틀어 단식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오준성이 유일하다.
오준성은 2012 런던 올림픽 단체 은메달·2008 베이징 올림픽 단체 동메달을 딴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감독의 아들이다. 지난해 국내 최고 권위 대회 종합선수권에서 역대 남자 단식 최연소 우승 기록을 작성한 데 이어 탁구계의 '만리장성' 중국을 누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차범근-차두리(축구), 이종범-이정후(야구), 허재-허웅·허훈(농구) 등을 이을 체육계 부전자전의 아이콘으로 올라섰다.
탁구 대표팀은 남자 쪽의 기대 이상 선전으로 눈길을 끌었다. 임종훈(한국거래소)-안재현(한국거래소) 조가 1992년 뉴델리 대회 이철승-강희찬 조 이후 32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복식 금메달을 딴 점도 오준성의 파란만큼이나 값진 성과다. 단·복식, 단체까지 전 종목 입상에 성공했다. 임종훈-신유빈(대한항공) 조는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추가, 한국은 금 하나, 동 셋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아시아선수권은 원래 2년에 한 번 개최됐으나 올해부터 매년 열리는 형태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대회의 아시아 지역 예선을 겸하게 됐다. 남자 단식에서는 상위 26명이 내년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주어졌다. 오준성은 임종훈, 안재현, 장우진과 함께 내년 세계선수권 남자 단식 참가 자격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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