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시상식. 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은 올해도 국내 최고 2루수로 호명됐다. 지난해 신설된 수비상에서 2년 연속 2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은 김혜성이 키움 유니폼을 입고 참석하는 마지막 행사가 될 수도 있다. 올해 초 구단의 허락을 받아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한 김혜성은 12월 중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한 MLB 이적 신청을 앞두고 있다. KBO리그에서 풀타임 7시즌을 마쳐 신청 자격을 갖췄다.
김혜성은 2루수 부문 수비상을 받은 뒤 "미국 추수감사절(지난달 28일) 휴일이 끝나면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이라 밝혔다. 이후 키움은 "29일 오후 김혜성이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했다"고 공지했다. 한국 최고 2루수, 김혜성의 MLB 도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인천 동산고등학교 출신 김혜성은 2017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2년차부터 주전 내야수로 도약했고, 5년차였던 2021년부터 4시즌 연속 규정타석 타율 3할-150안타를 동시에 달성했다. 리그 정상급 타자면서 7시즌 연속 20도루를 기록한 빠른 발, 넓은 수비 범위 등 장점을 고루 갖췄다. 유격수나 외야 수비도 가능하다.
올해도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우투좌타 김혜성은 127경기 타율 0.326 11홈런 75타점 90득점 3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41로 3년 연속 내야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답게 활약했다.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으로 장타력까지 더해 쇼케이스를 훌륭하게 마쳤다.
김혜성을 향한 미국 현지 반응은 나쁘지 않다. 시즌 중 수많은 MLB 스카우트가 키움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10월 31일 MLB 사무국이 신분 조회를 요청한 사실도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김혜성은 유격수로 뛴 경험을 갖춘 2루수”라며 “내년에 26살이 돼 전성기를 맞이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면서 인기 있는 준척급 타자”라 소개했다. 김혜성의 미국행 소식이 알려진 26일에는 MLB닷컴, CBS스포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MLB트레이드루머스 등 복수의 미국 매체가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김혜성의 유력한 행선지로는 시애틀 매리너스,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에인절스 등이 꼽힌다. 가장 강력하게 연결되는 팀은 시애틀. 올 시즌 주전 2루수였던 호르헤 폴랑코가 타율 0.213 16홈런 45타점으로 부진해 대체자를 찾고 있다.
김혜성은 지난 6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소속사로 유명한 CAA스포츠와 계약했다.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김혜성은 현재 소속사에서 마련한 훈련장에서 포스팅 신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성의 해외 진출은 KBO 사무국이 MLB 사무국에 포스팅을 요청한 뒤, MLB 사무국이 이를 공시하면 30일 동안 30개 전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계약이 성사되면 원소속팀 키움은 계약 규모에 따라 이적료를 받게 된다.
키움은 앞서 강정호, 박병호(삼성 라이온즈),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 메이저리거 4명을 배출한 바 있다. 이중 지난해 포스팅을 신청한 이정후는 11월 28일 출국, 12월 5일 협상 시작, 12월 12일 협상을 완료했다.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로 아시아 야수 중 최대 규모 계약을 맺었다. 금액이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1500억원 안팎이었다.
김혜성이 이정후의 계약 규모를 넘기는 어렵다. 그래도 제법 괜찮은 조건에 다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지난달 5일 김혜성의 계약 규모를 3년 2400만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김혜성은 "김하성 선배, 이정후를 만나 조언을 들었다"며 "하성이 형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도시락 챙길 생각을 하라'고 말했다. 정후는 미국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계약할 때 구단의 유망주 명단을 잘 살피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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