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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경기 눈앞, 대구FC '플레잉코치' 이용래의 투혼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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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경기 눈앞, 대구FC '플레잉코치' 이용래의 투혼 [K리그]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4.12.0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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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올해 목표가 K리그 300경기였는데 (입단 후) 99경기 뛴 건 방금 알았어요. 내년에도 감독님이 선수 생활 연장해 주시면 100경기를 목표로 잡을게요. (웃음)”

대구FC 플레잉코치 이용래(38)는 ‘취업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농담을 4년째 듣고 있다. 2021년 1월 대구 입단 소식이 발표될 때만 해도 그가 지금까지 현역으로 뛸 거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대다수 플레잉코치처럼 지도자를 준비하면서 서서히 은퇴 수순을 밟는 것처럼 보였다.

세간의 예상을 비웃듯 이용래는 매 시즌 두 자릿수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24경기, 2022년 28경기 1도움, 2023년 29경기 1도움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해는 정규시즌 17경기, 승강 플레이오프(PO) 1경기 1도움을 기록했다. 4년간 99경기 3도움. 대구 이적 후 100경기까지 어느덧 단 한 걸음 밖에 남지 않았다. 그가 대구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용래. [사진=신희재 기자]

베테랑 이용래는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충남아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 승강 PO 2024 2차전. 1차전을 3-4로 패한 대구는 대대적인 라인업 변화로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이용래의 선발 기용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경남FC, 수원 삼성, 안산 무궁화를 거치며 승강 PO 전까지 312경기 19골 20도움을 올린 이용래지만 올 시즌 선발 출전은 한 번밖에 없었다. 정상 컨디션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경기 전 박창현 대구 감독은 “세징야(브라질)와 이용래가 나선다. 1차전에서 요시노 쿄헤이(일본)-황재원 조합이 경험에서 진 것 같았다”며 “오늘은 (이용래 포함) 미드필더 3명으로 중원 싸움을 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래(왼쪽)가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K리그 제공]

이용래는 나이를 잊은 듯한 활약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가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2010~2011년) A매치 17경기에 출전했던 전성기 시절을 다시 보는 듯했다.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요시노, 박세진과 더불어 대구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문전을 노리는 왼발 패스 퀄리티 또한 수준급이었다.

경기 내내 존재감을 발휘한 이용래는 후반 38분 공격포인트로 방점을 찍었다. 대구가 1-0으로 앞선 상황, 코너킥 과정에서 흘러나온 공을 약발인 오른발로 때려 에드가(브라질)의 추가골을 도왔다. 1,2차전 합산 5-4 역전에 성공하자 이용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면서 북받치는 감정을 표현했다. 이후 후반 45분 이찬동과 교체될 때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벤치로 물러났다.

대구는 2차전 3-1 승리로 1차전 결과를 뒤집고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 후 이용래는 “마무리를 잘해서 기쁘다”며 “대구가 K리그2에서 승격한 팀인데, 경기를 앞두고 이 팀을 K리그1에 올려놓은 선수들이 떠올랐다. 세징야, 에드가, 김진혁, 정치인이 아직 뛰고 있다. 그들이 힘들게 고생해서 승격했는데 이 경기 하나로 잘못되면 속상할 것 같았다.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용래가 올해 초 태국 치앙라이에서 오전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K리그 제공]

이날 이용래가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그의 현역 연장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박창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선수를 더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베테랑으로서 정말 성실히 해줬다. 우리 미드필더가 부실한데 너무 잘해줬다. 그저께 본인도 ‘선수를 더 하고 싶고, 축구가 보인다’고 말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용래는 “감독님이 결정하셔야 한다. 나는 감독님 구상에 있으면 계속 뛸 의향이 있다”며 “오늘 경기로 충분히 어필했다. 이런 중요한 경기를 꼭 뛰고 싶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해도 내 역할이 있다고 봤다. 결과를 내서 다행”이라 이야기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이용래는 여전히 20대 선수들과 비슷한 훈련량을 유지하고 있다. “훈련이나 연습할 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안 주셨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이용래는 “20대 시절엔 열심히 뛰기만 했는데, 요즘엔 볼 소유를 하고 싶어졌다. 축구하는 게 재밌어져서 감독님께 ‘축구가 보인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플레잉코치 이용래는 훈련과 코치 역할을 병행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내년에는 올해의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감독님이 대구의 카운터 어택(역습) 스타일을 기본적으로 가져가되, (부임 직후처럼) 공격적인 축구를 구상하고 계신다”며 “그 변화를 선수들이 잘 따라가야 할 것 같다. 동계훈련부터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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