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이틀 연속의 백투백 일정. 더군다나 전날 2점차 진땀승을 거둬 힘이 빠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거침이 없었다.
창원 LG(엘지) 세이커스가 프로농구(KBL) 판도를 흔들고 있다. 8연패 뒤 8연승으로 수원 KT(케이티) 소닉붐과 함께 공동 4위, 상위권 진입을 눈앞에 뒀다. 불과 한 달 전 9위까지 추락했던 팀의 믿기 어려운 반전이다.
상승세의 중심엔 가드 유기상(23)이 있다. 지난 18일 데뷔 2년 만에 올스타 최다 득표 1위로 주목받은 스타. 최근 3경기 주춤했으나 8연승을 앞두고 혁혁한 공을 세웠다. 승부처였던 3쿼터에만 3점슛 3개 포함 11점을 몰아넣으며 LG의 대승을 이끌었다.
유기상은 29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 프로미와의 2024~2025 KCC KBL 3라운드 경기에서 22분 50초 동안 15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과 3점슛(3개) 성공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LG는 DB를 94-60으로 대파하고 8연승을 질주했다.
28일 홈에서 KT를 만나 접전 끝에 74-72로 승리한 LG는 DB를 상대로 전반 41-31로 앞서며 편안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그러나 3쿼터 초반 연속 실점으로 6점 차 추격을 허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기 상황에서 LG를 구한 건 유기상의 외곽포였다. 45-37에서 3연속 3점포로 54-38까지 격차를 벌렸다. 3쿼터 종료 30초 전 뱅크슛을 추가해 3쿼터 팀 공격(26점)의 절반 남짓을 책임졌다. 3쿼터를 19점차로 마친 LG는 4쿼터를 가비지 타임으로 만들면서 올해 마지막 경기를 34점차 대승으로 마무리했다.
최근 8연승을 내달린 LG지만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팀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개막 3연승 후 8연패로 2라운드 초반 뒤에서 두 번째로 내려앉았다. 이후에도 두 차례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면서 8위(5승 10패)에 머물렀다.
13일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원정(79-68 승)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18일 동안 8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도 전승을 내달렸다. 8경기 중 6경기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승리했고, 평균 81.4득점(2위)에 64.5실점(1위)으로 공수 균형이 잡혔다. 부상에서 돌아온 센터 아셈 마레이(이집트)를 필두로 가드 양준석, 포워드 칼 타마요(필리핀), 정인덕이 고른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올스타 1위 유기상이 중심이다. 지난 시즌 신인상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유기상은 올 시즌도 23경기 평균 29분 25초(팀 내 1위)를 뛰면서 9.4점 1.5어시스트 2.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2년차 징크스가 없는 활약이다.
강점인 3점슛이 올 시즌도 위력적이다. 3점슛 성공 46개로 리그 5위이면서 팀 내 1위, 성공률도 34.8%로 준수하다. 전문 슈터 중 보기 드물게 수비력까지 갖춰 리그에서 손꼽히는 3&D(3점슛과 수비)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지난달 태극마크를 달고 인도네시아전 3점슛 3개를 꽂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루키 유기상을 향한 농구팬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그는 18일 발표된 올 시즌 KBL 올스타 선발 투표 결과에서 팬 투표(8만987표)와 선수단 투표(185표 중 55표) 모두 1위에 올라 LG 최초 올스타 1위를 달성했다. 2위 변준형(정관장), 3위 이정현(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등을 따돌리고 줄곧 1위를 지켰던 허씨 형제(허웅과 허훈)의 5년 천하를 끝냈다.
유기상과 LG는 새해 1월 1일 오후 2시 선두 서울 SK 나이츠를 안방 창원체육관으로 불러들여 9연승에 도전한다. 전날 2위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3위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맞대결에 이어 시즌 중반 상위권 판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LG는 후반기 베테랑 가드 두경민과 포워드 최진수가 부상에서 복귀하면 더 강력한 전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기상이 지금의 활약을 이어가면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불가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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