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솔직히 지금도 100% 몸 상태라 말하기는 어렵다. 1년 공백으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답답한 게 있다. 1세트 이후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올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을 기록했지만, 만족 대신 반성이 먼저였다.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아웃사이드 히터 나경복(31)은 겸손한 자세로 경기를 되돌아봤다.
타점 높은 스파이크와 강력한 서브가 일품인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나경복은 새로운 팀, 새로운 환경에서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15년 데뷔 후 줄곧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에서 뛴 나경복은 2023년 4월 자유계약선수(FA)로 KB손해보험에 새 둥지를 틀었다. 3년 총액 24억원(연봉 6억원·옵션 매년 2억원)의 대형 계약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이적 직후 상근 예비역으로 입대하면서 지난해 10월 전역까지 데뷔가 미뤄졌다.
올 시즌 초반 코트로 복귀한 나경복은 조금씩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1라운드 5경기 73점, 2라운드 6경기 85점, 3라운드 6경기 81점으로 꾸준히 팀 내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는 아포짓 스파이커 안드레스 비예나(스페인)와 함께 위력적인 쌍포를 구축했다.
나경복은 후반기 들어 첫 세 경기에서 49점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이후 19일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전 선발 제외로 체력을 아낀 뒤 다음 경기에서 올 시즌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23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와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 나경복은 선발 출전해 서브 에이스 5개 포함 23점(공격 성공률 58.62%)으로 폭발했다. 나경복의 활약으로 KB손해보험은 5위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1(23-25 25-22 25-20 25-20)로 제압하고 3위를 굳혔다.
이날 나경복은 경기 내내 존재감이 대단했다. 1세트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0점을 올리더니 2,3세트는 초중반 연이은 강서브로 분위기를 바꿨다. 경기 후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이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면서 흐름을 내준 게 문제였다”고 콕 집어 언급할 정도.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 또한 “1세트 막판부터 나경복의 서브가 잘 들어가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비예나와 함께 우리 팀에서 공격적인 서브를 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서브는 두말할 것 없이 위협적이고 블로킹도 좋다. 특히 전위에 있을 때 빛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삼성화재전 맹활약으로 나경복은 올 시즌 성적을 22경기 313점(공격 성공률 49.43%)으로 끌어올렸다. 리그 득점 7위, 토종 선수 중에서는 허수봉(377점)에 이은 2위다. 4라운드 기준으로는 리그 6위, 토종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나경복 스스로는 양 팀 사령탑의 칭찬에도 “최근 내 경기력이 안 좋았다”며 “(올 시즌) 내가 뛰어난 실력으로 이끌어가는 경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냉정함을 유지했다. 입대 직전이었던 2022~2023시즌 개인 커리어하이(603점) 시절의 폼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나경복은 전역 첫 시즌 점수도 ‘50점’이라 답한 뒤 “항상 점수를 짜게 주는 편이다. 시즌이 끝났을 때 좋은 성적을 내야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정상급 아웃사이드히터인 나경복은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올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중단됐다. 2020~2021시즌 준우승이 봄배구 최고 성적이다.
나경복은 “1라운드를 6위(1승 5패)로 마무리했을 땐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2라운드부터 이기기 시작하면서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시즌 전부터 봄배구 이야기를 계속했다. 무조건 가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KB손해보험은 오는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4위 우리카드를 상대로 3위 굳히기에 도전한다. 친정팀과 맞대결을 앞둔 나경복은 “우리카드전이 중요한 경기다.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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