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맞기 전까지는.”
변성환 수원 삼성 감독의 한마디에 일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행사 내내 겸손해하던 우승 후보가 허울을 벗어던진 순간. K리그2는 올 시즌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19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개막 미디어데이. K리그2 14팀 감독과 주장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의 관심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에 집중됐다. 2023년 K리그1 최하위 수원과 2024년 K리그1 최하위 인천은 비시즌 탄탄한 전력 보강으로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은 지난해 연봉 14억3000만원을 받았던 일류첸코(러시아)를 비롯해 최영준, 권완규, 정동윤, 김지현 등 전 포지션에 걸쳐 굵직한 자원을 보강했다. 인천은 지난해 K리그1에서 함께했던 주축들을 대부분 지키면서 바로우(감비아)~무고사(몬테네그로)~제르소(기니비사우)라는 K리그1 정상급 공격진을 결성했다.
비시즌 공격적인 행보로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 두 팀이지만, 막상 미디어데이에서는 나란히 신중한 태도를 이어갔다. 윤정환 인천 감독은 “K리그2를 처음 경험하는 데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다”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독보적으로 치고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물 흐르듯이 갈 수도 있다. 잘 부딪쳐보고 빨리 깨달아야 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변성환 수원 감독 또한 “여기 계신 모든 감독님이 인천의 선수 구성에 대해 (강력하다는 걸) 다들 공감할 것”이라며 “(수원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해서 상위팀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반면,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두 팀을 향해 다른 팀들은 집중 견제를 이어갔다. 올 시즌 예상 구도에서 인천과 수원이 2강을 형성하자 김도균 서울 이랜드 감독은 “인천이나 수원이 겉보기엔 굉장히 좋은 스쿼드를 갖고 있지만, 독주는 어렵다”며 “정말 만만치 않은 K리그2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배성재 충남아산FC 감독은 ‘K리그2는 늪’이라 표현했고, 김현석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상위권 팀들이 안심하고 서로를 물고 뜯으면 틈새를 노려서 우리가 올라가겠다”고 예고했다. 김태완 천안시티FC 감독은 “앞줄(강등팀· 지난해 2~7위)에 앉은 분들을 다 뒤로 끌어내리고 싶다”며 인천, 수원, 이랜드, 전남을 차례대로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이관우 안산 그리너스 감독의 발언이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었다. 현역 시절 수원에서 5년간 활약했던 이관우 감독은 “첫 경기에서 만나는 수원부터 끌어내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혀 수원을 자극했다.

수원과 인천은 미디어데이 행사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숨겨둔 발톱을 드러냈다. 변성환 감독은 “이관우 감독님이 말실수하셨다. 수원팬들이 감독님을 많이 사랑하는데, 인천을 ‘끌어내리겠다’고 해야 했다”며 “계속 겸손하게 가려고 했는데 마이클 타이슨이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맞기 전까지는’”이라 덧붙였다. 개막전 상대인 안산을 향해 선전포고했다.
윤정환 감독 역시 첫 경기에서 만나는 경남FC를 상대로 “홈 개막전이니까 2-0으로 이기겠다”며 이을용 경남FC 감독을 향해 “괜찮겠어?”라고 물었다. “인천은 올해 승격을 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두 강팀이 가면을 벗어던지면서 K리그2는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K리그2는 오는 22일 오후 2시 인천-경남, 오후 4시 30분 안산-수원 등 개막 라운드를 시작으로 12월까지 대장정에 돌입한다. 화성FC의 합류로 14팀 체제가 돼 총 39라운드를 소화한다. 우승팀은 K리그1으로 직행하고, 2~5위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대 2팀이 승격 기회를 얻는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