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홀수해 징크스’가 돌아온 것일까. 한때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로 군림했던 장원삼(32·삼성 라이온즈)이 혹독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면서 곧 매미가 울 기세이지만 장원삼의 마음은 한없이 춥기만하다.
철옹성같은 삼성 선발 마운드에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장원삼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 13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 등판, 2⅓이닝 동안 7피안타(2피홈런) 2볼넷 7실점하며 강판된 장원삼은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BB아크에서 투구 밸런스를 다시 찾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6번째 5이닝 이전 강판이다. 장원삼이 누구인가. 2006년 현대에서 데뷔한 뒤 2010년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2012년 17승을 올리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대투수가 아니던가. 2013년에는 4년 60억원의 FA(자유계약) 잭팟을 터트리며 명실상부 사자군단의 에이스로 떠올랐던 그다.
최근 3년간 기복 없이 41승을 챙겼기에 2015시즌 역시 탄탄대로일 것 같았다. 하지만 올 시즌 장원삼은 그간 우리가 알던 장원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부진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12경기에 선발로 나서 4승 7패 평균자책점 7.63을 기록 중이다. 특히 4경기에서 13⅔이닝 동안 24실점을 헌납,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다.
11승을 올린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성적이 매우 저조하다. 지난 시즌 등판 경기의 절반을 출전한 장원삼은 올해 피홈런 개수가 지난해의 그것과 같다. 16개로 압도적 1위. 볼넷과 자책점 역시 지난 시즌에 버금가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다시 떠오를 법한 단어. 바로 ‘홀수해 징크스’다. 그간 장원삼은 홀수해엔 부진하고 짝수해에는 좋은 성적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2007년 9승, 2009년 4승, 2011년 8승 등 장원삼은 홀수해만 되면 10승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엔 13승을 올리며 징크스를 깨기도 했다.
지난해 11승으로 다소 주춤했던 장원삼. 올 시즌 장원삼은 개인 트레이너까지 고용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때문에 장원삼이나 류중일 감독은 답답한 심정이다. 구위를 억지로 끌어올리려다 투구 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제구 난조로 이어졌다는 게 류 감독의 분석이다.
장원삼의 부진은 삼성에도 큰 악재다.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며 우승 후보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6월 들어 5승 7패로 부진, 두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에는 외국인 선발투수 타일러 클로이드가 아내의 출산으로 미국으로 떠났고 장원삼마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그렇다고 삼성에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 2군에 머무르면서 효과를 본 선수가 있다. 바로 미치 탈보트(한화)와 브래드 스나이더(넥센). 이들은 시즌 초반 나란히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이들은 1군 복귀 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장원삼 역시 이점에서 기대해볼 만하다.
장원삼이 그간 부진을 딛고 다시 최고 좌완투수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상민 leecommon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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