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잘하는 선수들임엔 분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공룡군단의 영건 듀오가 소속팀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환히 빛나고 있다.
NC 다이노스의 이재학(24)과 나성범(25)이 풀타임 2년차를 맞아 '소포모어 징크스' 없이 2014 시즌 초반부터 물오른 기량을 한껏 펼치고 있다. 지난해 강렬한 인상으로 야구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이들은 단점을 보완하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프로야구 개막 전 미디어데이&펜페스트 행사에는 두산 홍성흔, LG 박용택, 롯데 손아섭, SK 김광현 등 각 팀과 야구계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총출동했다. NC에서는 나성범과 이재학이 나섰다.
이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NC를 다크호스로 뽑아주신만큼 보여드리겠다. 선발투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둘은 내뱉은 말을 몸소 실천하면서 투타에서 NC의 초반 돌풍을 쌍끌이하고 있다.
◆ 이쯤되면 최고 아닌가, 이닝이터 이재학
이재학은 5경기에 선발등판해 34.2이닝을 소화했다. 리그에서 최다 이닝을 소화한 투수다. 아웃카운트 한 개가 모자라 경기당 평균이닝 7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4경기에서 28.1이닝을 던진 유희관에 이어 경기당 평균이닝 2위다. 나란히 5경기에 나선 니퍼트, 옥스프링, 밴헤켄, 김광현과 비교해 훨씬 많은 이닝을 던졌다.
쟁쟁한 선배인 양현종과 김광현 맞대결에서도 전혀 눌리지 않았다. 광주-KIA챔피언스필드의 개장 경기이자 NC의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1일 이재학은 7이닝 무실점 역투로 8이닝 무실점한 양현종과 당당히 맞섰다.
23일 문학 SK전에서는 김광현에 압승을 거뒀다. 탈삼진은 2개에 불과했지만 ‘춤추는 체인지업’으로 SK 타자들을 줄줄이 범타로 돌려세웠다. 8이닝 1실점으로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김광현을 압도했다.
이쯤되면 두산 유희관과 함께 명실상부한 최고 토종투수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2.88로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매 경기 증명해보이고 있다. 더 날카로워진 체인지업은 리그의 최고 구종 중 하나다.
◆ 정확성까지 겸비한 나성범, ‘한국의 추신수’로 진화중
나성범은 지난 시즌 손바닥 부상을 당해 개막 후 한 달이 이달들어서야 데뷔전을 치렀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여름이 지나며 변화구 대처에 약점을 노출하며 104경기 나서 0.243 14홈런 64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정확성까지 겸비하며 리그 적응을 완벽하게 끝낸 모습이다. 지난 23일 문학 SK전에서 2안타를 추가하며 같은날 1안타에 그친 손아섭과 최다안타 공동 1위에 올랐다. 타율 0.350으로 7위에 랭크됐다.
컨택트 능력이 급상승했다고 해서 장타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5개의 홈런으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장타율 7위, OPS(장타율+출루율) 8위 등 주요 타격 전 부문에서 고루 상위권에 차지하고 있다. 5개의 대포 중 3개를 왼손 투수에게 뽑아내며 좌우도 가리지 않고 있다.
득점권에서도 강하다. 지난 22일 문학 SK전서 나성범은 7회 2사 1,3루에서 진해수를 상대로 역전 3점홈런을 쳐냈다. 현재 0.471으로 득점권 타율 5위다. 타점도 13개를 쓸어담았다.
나성범은 ‘리틀 추신수’라는 별명답게 다양한 재능을 갖췄다. 5툴(정확성, 파워, 수비, 송구, 주루)을 모두 지닌 선수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지 2년6개월밖에 되지 않은 그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은 선수다.
◆ 공룡의 얼굴, 레전드로 거듭나라
프로야구가 33년을 맞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대단했던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이제 구단들은 한 유니폼을 입고 오랜 시간 최고로 활약해준 선수들에게 영구결번을 부여한다. 성대한 은퇴식까지 곁들이며 팀의 레전드들을 예우하고 있다.
NC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팀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1군 무대에 합류해 KIA와 한화를 제치고 7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FA로 영입한 이호준이 중심이 됐고 기존 팀들에서 경쟁에 밀렸던 조영훈, 지석훈, 모창민, 김종호 등이 대활약하며 프로야구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이호준 영입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본 NC는 두산으로부터 이종욱과 손시헌도 데려왔다. 방출, 은퇴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손민한, 김진성, 원종현, 홍성용 등도 영입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마케팅, 선수단 운영 등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으며 어엿한 프로 구단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발굴이다. 팀의 레전드는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20대부터 꾸준히 한 팀에서 활약하며 10년 이상 수준급의 기량을 유지해야만 한다. 2년차를 맞아 기량이 만개한 이재학과 나성범이 NC의 레전드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기 시작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