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지난달 김병지(전남)가 통산 7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여기에 또 한 명의 '판타지 스타'가 400경기 출장기록을 달성했다. 바로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 현대)이다.
이동국은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부산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를 통해 통산 4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역대 K리거 가운데 오직 9명만이 갖고 있던 대기록에 이동국이 10번째로 밟는 영광을 누렸다. 지난 1998년 데뷔 이후 17년 만에 쓴 기록이다.
1998년 포항을 통해 데뷔한 이동국은 청소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에 소집되는 등 한국 축구의 미래였다. 그러나 온갖 부상과 역경이 그를 괴롭혔다. 여기에 베르더 브레멘(독일)과 미들스브러(잉글랜드) 등 두 차례 해외에 진출하느라 2년의 공백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400경기 출장기록을 썼다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승리라고 할 수도 있다.
이동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면서 축구를 그만 두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광주 상무(현재 상주 상무)에 들어가 마음을 바꾸고 축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의 황태자가 됐다. 하지만 2006년 4월 18일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히 끊어지는 부상을 입으면서 독일 월드컵 출전의 꿈이 산산히 부서졌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미들스브러 입단을 통해 두 번째 해외 진출의 꿈을 이뤄냈지만 돌아온 것은 비아냥 뿐이었다. 성남 일화(현재 성남FC)에 2008년 입단했지만 13경기 출전에 그치며 사실상 방출됐다. 이 때 이동국을 잡아준 지도자가 바로 최강희 감독이었다. 현재 이동국은 전북에서는 전체 출전 경기의 절반이 훨씬 넘는 213경기에 나섰다. 포철공고 출신이고 포항을 통해 데뷔했지만 이젠 오히려 전북의 이동국이 더 익숙하다.
이동국은 앞으로 2경기만 더 출전하면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 겸 대표팀 코치가 갖고 있는 401경기를 넘어서 역대 9위의 출전기록을 갖게 된다. 다음 시즌까지 꾸준히 뛰면 김은중이 갖고 있는 역대 5위 기록인 444경기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처럼 출장 기록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여전한 그의 기량 때문이기도 하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111골을 기록하는 등 통산 175골을 넣으며 K리그 역대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나가고 있는 이동국은 올 시즌도 8골에 3도움을 올리며 일곱 시즌 연속 두자리 득점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6개의 도움만 더하면 K리그 최초의 '70(골)-70(도움)'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것에서 보듯 이동국의 전성기는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기에 김기동이 갖고 있는 K리그 역대 필드 플레이어 최다 출장 기록인 501경기를 넘어서는 것도 기대해볼만 하다.
이런 대기록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부시다. 김병지와 함께 이미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이동국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