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재훈 기자] 넥센의 1번 타자 내야수 서건창(25)이 팀의 핵심을 넘어 프로야구의 대표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 시즌 넥센의 상승세 바탕에는 3일까지 21홈런을 기록한 박병호(29)와 14홈런으로 명불허전인 강정호(27)가 버틴 중심 타선의 힘과 함께 서건창이 리드오프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 크게 한몫한다.
서건창은 올 시즌 최고의 리드오프라고 할 수 있다. 타율 0.382로 2위에 올라 있고 득점 또한 45득점으로 2위에 랭크돼 있다. 1위에 오른 팀 동료 박병호(49득점)와 4점 차다.
리드오프의 덕목 중 하나인 도루에서도 서건창은 20개로 올 시즌 21개 도루를 기록 중인 NC 박민우, 삼성 김상수의 뒤를 잇고 있다. 이는 올 시즌 팀 도루 41개를 기록 중인 넥센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로 넥센의 ‘뛰는 야구’를 서건창이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상대투수들에겐 '악마의 리드오프'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 중심타자만큼이나 빛나는 리드오프
올 시즌 서건창은 톱타자로 넥센이 3일까지 치른 경기에 모두 출전(50경기)해 타율 0.382, 출루율 0.442에 2홈런 22타점 45득점 20도루를 기록 중이다. 특히 출루율 부문에서 개인 첫 4할을 돌파하며 타고투저 속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서건창의 올 시즌 높은 출루율은 지난해보다 더욱 정교해진 볼넷/ 삼진의 비율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서건창은 타석 당 볼넷 8.9%에 타석 당 삼진은 7.8%로 비슷했으나 올 시즌에는 타석 당 볼넷은 9.0%로 비슷한 수치를 보이지만 타석 당 삼진은 6.0%로 떨어져 더욱 정교해졌다.
이로 인해 올 시즌 볼넷/삼진 비율을 지난해 1.14에서 무려 0.4 가량 끌어올린 1.50을 기록하고 있다. 타격에도 적극성이 붙으며 79안타를 기록, 최다안타 부문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서건창을 중심타자 만큼이나 빛나게 하는 것은 그의 ‘1경기 당 득점생산력’(RC/27)에서 나오고 있다. ‘케이비리포트’의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서건창의 RC/27은 10.34로 리드오프로 나서는 타자 중에서는 1위다.
올 시즌 서건창보다 앞서는 RC/27을 보이는 타자는 12.66을 기록한 이재원(SK), 팀 동료 박병호(12.58) 외에 롯데 외국인 선수 루이스 히메네즈(12.54), 두산 오재원(11.75), 삼성 최형우(11.32),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11.10), NC 나성범(10.91) 등이다.
그러나 이 중 2번 타자 오재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중심타선에 자리하고 있어 서건창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 체중 늘려 장타율도 5할 돌파
지난해 서건창은 OPS(출루+장타율) 0.672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0.352로 여전히 좋았지만 극악의 장타율(0.320)을 보인 탓에 고생했다. 이는 상대팀들은 서건창이 주로 왼쪽으로 타구를 당겨치는 것을 파악해 타석에 나오면 2루 쪽에 수비를 집중하는 시프트를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올 시즌을 앞두고 서건창은 체중을 지난해 76kg에서 4kg 더 불렸다. 이지풍 트레이너가 올 시즌 실시한 근력 위주의 증량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올 시즌 서건창은 장타율이 0.531, OPS는 0.973으로 눈에 띄게 상승했다.
서건창은 지난 겨울 내내 증량한 근력 덕인지 홈런도 늘었다. 2012년 9월 29일 한화전에서 홈런을 기록한 이후 맥이 끊겼던 홈런을 561일 만인 지난 4월 13일 한화전에서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쳐낸데 이어 24일 롯데전에서 또 다시 홈런포를 쏘아 올려 개인 커리어 하이(2홈런)를 기록했다.
물론 서건창에게 홈런은 부가적인 것이고 그의 장타율 0.531이라는 수치의 진짜 핵심은 2루타와 3루타에서 나오고 있다. 서건창은 올 시즌 20도루나 성공시킨 빠른 발을 이용해 50경기에서 2루타 13개, 3루타 6개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에 127경기서 2루타와 3루타를 각각 21개, 10개를 기록한 서건창은 올 시즌 이 부문들도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약점을 극복하며 빠른 발과 함께 이를 이용한 장타를 생산하는 매력적인 리드오프로 자리잡는 중이다.
◆신고선수 신화, 정상급 리드오프를 향하다
서건창은 넥센에서 대표적인 신고선수 신화를 쓴 선수다. 광주일고 시절 주전 유격수로 높은 기량을 평가받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박찬호(42)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을 위해 설립한 ‘박찬호 장학금 대상자 1기’에 선정될 만큼 기량을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막상 신인드래프트에서 8개 팀들은 서건창을 외면했다. 프로선수로선 다소 왜소한 체격(176cm 72kg) 때문이었다. 결국 서건창은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1군서 고작 1경기를 나선 뒤 팔꿈치 부상을 당해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군복무와 야구를 동시에 잡고자 경찰청 입대를 지원했지만 불합격해 결국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야구만 해온 서건창에게 어느 때보다 절망스러운 순간이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시작했다.
서건창은 군 제대 후인 2011년 9월 넥센에서 실시한 신고선수 테스트에 합격해 또 다시 신고선수로 입단을 택했고 이번에는 기회를 잡았다. 2012년 1월 정식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127경기서 타율 0.266 1홈런 40타점 39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서건창은 2년 전만 해도 연봉 2400만원을 받았지만 올 시즌 연봉은 93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이 악물고 뛰어 인생역전에 성공한 그는 이제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그의 활약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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