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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6월 극장가 '누아르 대전'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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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6월 극장가 '누아르 대전' 침몰했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22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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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있는 이야기, 캐릭터 부재로 관객 외면

[스포츠Q 용원중기자] 6월 극장가는 누아르 영화들의 격전장이었다. 범죄 세계를 배경으로 남자들의 거친 욕망과 액션을 다룬 한국영화 3편이 잇따라 간판을 내걸었다. 결과는 예상 밖 흥행 부진이다.

지난 4일 부동의 톱스타 장동건과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손잡은 ‘우는 남자’, 드라마·영화를 종횡무진 누비는 차승원과 ‘충무로의 이야기꾼’ 장진 감독이 의기투합한 ‘하이힐’이 개봉했다. 12일에는 청춘스타 이민기와 명품조연 박성웅 주연의 ‘황제를 위하여’가 뒤를 이었다.

▲ '우는 남자'의 장동건

누아르 공식을 충실히 따르다보니 3편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큼 폭력과 잔인함의 강도가 셌다. 톱스타 캐스팅,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을 내세웠음에도 흥행은 저조했다. ‘우는 남자’가 59만5986명, ‘하이힐’이 33만1102명, ‘황제를 위하여’가 48만3671명(21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에 그쳤다.

100억원대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우는 남자’의 손익분기점은 400만, 60억원의 제작비들 들인 ‘하이힐’은 300만 관객 정도여야 하는데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이 정도면 참패 수준이다. ‘황제를 위하여’의 손익분기점은 100만 관객이다.

지난해 영화 이정재·황정민 주연의 ‘신세계’가 한국적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단의 격찬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368만 관객), 누아르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는 추세다. 미국에서 성장한 고독한 킬러가 고국으로 돌아와 완수해야 하는 마지막 임무와 갈등을 담은 ‘우는 남자’, 성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인 ‘하이힐’, 부산의 사채업을 중심으로 두 남자의 욕망을 그린 ‘황제를 위하여’는 내용상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 '하이힐'의 차승원

하지만 ‘신세계’처럼 어두운 세계를, 거칠고 잔인하게 담았다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6월에 개봉한 세 작품이 관객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있다는 게 중평이다.

곽명동 영화 칼럼니스트는 “개연성 없는 스토리, 납득하기 힘든 캐릭터가 관객 소구에 실패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아저씨’와 ‘신세계’는 스토리의 설득력, 캐릭터의 호소력이 관객에게 어필했기에 피비린내 나는 과도한 폭력이 강렬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억울하게 아이를 잃은 원빈이 옆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잔인한 격투, 친동생과 같은 오른팔이 이중첩자임을 알아챈 뒤 또 다른 배신자를 삽으로 내리쳐 죽이는 황정민의 살기는 드라마와 맞아 떨어져 공감을 샀다.

반면 개연성 없이 회칼, 군인용 칼을 들고 스크린을 피칠갑할 경우 ‘불필요한 잔인함’ ‘의도적 부각’으로 읽혀 거부감을 살 뿐이다. 그나마 '하이힐'은 트랜스젠더가 되기를 원하는 남성 캐릭터란 새로운 시도를 한 점과 괜찮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정서적 거부감이라는 벽을 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와 더불어 누아르의 주인공들이 ‘고독한 영웅’식의 폼 잡거나 힘이 들어간 판타지 캐릭터들이기 일쑤라 이에 대한 관객 피로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점도 빼놓을 수 없다.

▲ '황제를 위하여'의 이민기

이런 관점에서 범죄 액션물 ‘끝까지 간다’가 256만 관객을 모으며 롱런 체제에 돌입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영화홍보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팀장은 '끝까지 간다‘에 대한 관객의 호응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이야기 전개와 더불어 인간적 매력의 이선균 캐릭터와 조진웅의 악역 연기가 밀도 높은 앙상블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누아르(noir)는 ‘검은, 어두운, 우울한’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로, 1940~50년대 할리우드의 저예산 B급 영화이자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범죄·스릴러물을 지칭한다. 살인청부업자·형사·사립탐정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비정하고 냉혹하게 범죄자들의 세계를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전후의 환멸감,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의 등장,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과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에 기인했다.

세기를 지나 지금도 누아르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영화계의 단골 장르로 사랑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아르냐 액션이냐의 장르 구분이 아닌 장르의 본질에 대한 이해이자 '기본에의 충실’이 아닐까.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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