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테일러 빠진 흥국생명, 겁없는 막내 이한비의 새로운 발견
상태바
테일러 빠진 흥국생명, 겁없는 막내 이한비의 새로운 발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27 2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소휘와 원곡고 정상 이끈 주역…현대건설전에서 이재영 이어 팀내 두번째 최다 12득점 '눈도장'

[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인천 흥국생명이 비록 3연패 수렁에 빠지긴 했지만 잃은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겁없는 막내 이한비(20)를 다시 보게 됐다. 외국인 선수 테일러가 있었을 때만 해도 출전이 제한됐지만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리며 박미희 감독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이한비는 2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수원 현대건설과 NH농협 2015~2016 V리그 여자부 원정경기에서 12득점을 기록하며 이재영(20득점)에 이어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현대건설과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8경기에서 12득점을 올린 이한비는 이날만 그동안 올렸던 득점을 기록하며 차세대 거포의 탄생을 알렸다.

▲ 인천 흥국생명 이한비(왼쪽)가 2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V리그 여자부 원정경기에서 수원 현대건설 양효진(오른쪽), 정미선의 이중 블로킹 벽을 향해 스파이크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 백업으로 간간이 출전

이한비는 갑자기 나타난 스타가 아니다. 지난해 4월 태백산배중고배구대회에서 창단 2년에 불과한 안산 원곡고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밝은 미래를 예약했다. 당시 함께 원곡고의 쌍포로 활약했던 선수가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 서울Kixx의 지명을 받은 강소휘(19)다. 이한비 역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한비의 자리는 좁았다. 이미 레프트에는 김연경의 후계자로 꼽히고 있는 이재영이 버티고 있고 외국인 선수 테일러도 있었다. 이한비에게 좀처럼 출전의 기회를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한비는 테일러가 오른발 뒤꿈치 부상을 당하고 라이트 정시영까지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기회를 잡았다. 박미희 감독이 신인급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면서 이한비가 코트를 누빌 수 있었던 것. 첫 세트는 교체로 나와 1득점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2세트에서는 오픈 공격 4득점을 포함해 후위와 블로킹, 서브까지 고르게 점수를 올리며 7점을 기록했다. 비록 흥국생명이 2세트도 내주긴 했지만 접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이한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3세트 다시 1득점에 묶이긴 했지만 4세트에도 3득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또 다른 차세대 거포 탄생을 알렸다. 한 경기에서 4세트나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 인천 흥국생명 이한비(왼쪽)가 2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V리그 여자부 원정경기에서 수원 현대건설 황연주의 블로킹을 넘기는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김세영-양효진 버틴 현대건설 상대로 2개의 백어택 성공, 패기로 밀어붙였다

이날 이한비는 김세영과 양효진 등 국가대표급 센터진이 버틴 현대건설의 블로킹 벽을 상대로 2개의 백어택까지 성공시키며 겁없는 공격을 펼쳤다. 물론 전체 공격 성공률은 27.78%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신인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줬다.

박미희 감독은 "원래 백어택 능력이 좋은 선수다. 신인이라서 아직 덜 다듬어진 것은 있지만 겁없이 때리는 모습은 보기 좋다"며 "아직 경험이 없다보니 서브리시브 부담이 있었는데 오늘은 테일러의 자리였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볼 수 있다"고 흐뭇해했다.

또 박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는 많이 막히긴 했는데 이제 배워가는 단계다. 두려움없이 해야 한다"며 "블로킹 벽에 때려보고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 다음에는 피해서 해봐야지'하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많이 막혀봐야 경험이 쌓이고 노련해진다"고 말했다.

오늘 한 경기 잘했다고 해서 흥국생명의 주전으로 당장 도약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박미희 감독의 말 그대로 다음달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새내기다. 그러나 주전들의 잇단 부상 속에서 박미희 감독과 흥국생명 팬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받은 것 하나만으로도 이한비의 2016년 1월 27일은 특별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