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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명량' 최단기간 천만 축포, 흥행 넘은 신드롬 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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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명량' 최단기간 천만 축포, 흥행 넘은 신드롬 그 까닭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10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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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개봉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12번째 1000만 영화이자 한국영화로서는 10번째 기록이다. ‘변호인’ ‘겨울왕국’에 이어 올해 3번째 1000만 영화이기도 하다.

'명량'은 9일 하루에만 109만3292명(영진위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 누적관객 975만4086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어 10일 오전 8시 1022만6042명을 기록하며 1000만 고지에 안착했다. 이는 역대 최단 기간 1000만 돌파 타이틀을 가진 ‘괴물’(2006)의 21일을 9일이나 앞당긴 수치다. '아바타'(2009)의 38일보다는 무려 26일이나 빠른 대기록이다.

 

◆ 신기록 양산 흥행질주…절묘한 기획력, 40대이상 관객, 막강 배급력 영향

1597년 임진왜란 6년, 진도 울돌목에서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액션대작 ‘명량’은 지난달 30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서며 흥행 열풍을 예고했다. 이후 12일 동안 연일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200만 돌파(3일), 최단 300만 돌파(4일), 최단 400만 돌파(5일), 최단 500만 돌파(6일), 최단 600만 돌파(7일), 최단 700만 돌파(8일), 최단 800만 돌파(10일), 최단 900만 돌파(11일), 최단 1000만 돌파(12일)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같은 기록을 양산한 데는 ‘명량대첩’의 ‘이순신 장군’을 임진왜란 당시의 영웅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영웅으로 불러낸 기획력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 이와 아울러 개봉 직후부터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이 극장으로 몰리고, 가족관객 행렬이 확산한 점이 주효했다. 관람층이 대거 늘어난 셈이다. 실제 ‘명량’은 1000만 영화 최초로 40대 관객 수가 20대 관객을 넘어섰다. 게다가 영화를 관람한 10대의 50%가 부모님과 같이 관람, 1040세대와 2050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독과점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친 투자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CGV)의 막강 배급력이 뒷받침됐다. 지난 5일 ‘명량’은 무려 1506개 스크린을 차지하며 60%에 가까운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복 관람도 빠트릴 수 없는 요인이다. 7일 기준 ‘명량’의 반복 관람률은 3.7%로 한국영화(동기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1000만 관객 영화는 총 11편이며 외화는 ‘아바타’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편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최다 관객 기록인 ‘아바타’의 1330만명도 다음주 내에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 위기의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이순신 신드롬’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사즉생 생즉사(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흥행을 넘어 신드롬의 중심에 선 이유는 스크린에 되살아난 이순신 덕이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실천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서 관객들이 세대와 이념을 뛰어넘어 카타르시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웅을 요구하는 시대의 산물”이라며 “광풍에 가까운 ‘명량’ 열풍은 그만큼 우리 사회 지도층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 불신이 임계수위에 도달해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안은영 드라마 작가는 “위태로운 현실을 살아가던 대중의 불안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영리하고도 뜨겁게 품어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객들은 “가상의 영웅이 아니라 실존했던 인물의 용기와 희생, 불굴의 의지가 가슴을 뒤흔든다” “중고등학생들이 함께 보고 우리의 역사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함께 관람한 아버지가 폭풍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울컥하는 영화는 처음이다” “나이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는 평을 쏟아내고 있다.

스포츠 스타, 영화인, 방송인 등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인, 국가대표로서 용기와 자부심을 얻었다”(양궁 국가대표 오진혁),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한다”(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이순신 장군의 정신은 내게 큰 힘과 자극이 될 것이다”(탁구 국가대표 서효원), “젊은 관객들이 더 많이 봐야 한다. 나 또한 느끼는 게 많았다”(가수 겸 배우 수지), “울컥했고, 심장이 요동쳐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영화감독 김용화), “정말 감동적이었고 지난 역사에 대해 돌이켜보게 됐다”(방송인 박지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가슴 벅찼다”(개그맨 황현희)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 정치권도 ‘명량’ 열풍에 들썩…너도나도 이순신 품기

‘명량’의 흥행 돌풍은 정치권에도 큰 파장을 미쳤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도력 부재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만회하고,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여야를 막론하고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극장을 찾은데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출입기자들과 함께 13일 ‘명량’을 관람할 예정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9일 관람을 마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30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처한 어려움을 임진왜란 당시 상황과 비교하며 연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직을 맡으며 영화 속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차용해 ‘무당무사(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라는 첫 일성을 터뜨렸다. 전병헌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장군에게서 죽어서 이기는 혁명적 개혁을 배워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외 상당수 여야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관람 소감을 올리고 있다.

정치권의 ‘명량 마케팅’은 “이순신의 정신을 배움으로써 쇄신하고자 하는 의미”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제 논에 물대기’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기도 하다.

정치권 너머에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며, 가수 김장훈은 '난중일기'를 빗댄 '단중일기'를 내걸고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 영화를 둘러싼 엇갈린 평가 "미학적으로 부족" vs "묵직한 정공법 감동"

쓰나미급 돌풍의 한켠에는 영화적 완성도를 둘러싼 엇갈린 평가가 존재한다. 최근 진중권 비평가가 자신의 SNS에 “영화 ‘명량’은 솔직히 졸작이죠. 흥행은 영화의 인기라기보다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해석해야할 듯”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듯이 영화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영화적 완성도나 미학적으로 뛰어나진 않다”는 평이 적잖다.

 
 

또 이순신 장군의 배가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백성들이 나룻배를 동원해 끌어내는 장면이라든가 거북선을 불태우고 이순신 암살 기도를 한 뒤 도망치는 배설 장군, 탐망꾼 임준영의 비장한 죽음, 탈영병의 목을 베는 이순신과 피를 토하는 고문 후유증 등은 허구이며 지나친 영웅화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웃음기 없이 묵직한 정공법으로 스크린에 구현한 점과 무려 61분에 이르는 해상 전투 장면이 그간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이라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으로 동화한 배우 최민식의 열연은 여러 가지 흠결을 뒤덮고도 남으며 ‘명량’의 천만 돌파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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