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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종료 직전 머리쓴 고요한 '서울극장골', 슈퍼매치 커튼콜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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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종료 직전 머리쓴 고요한 '서울극장골', 슈퍼매치 커튼콜 부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09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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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요한 극적 결승골로 역대 K리그 72번째 슈퍼매치 승리

[수원=글 스포츠Q 박상현·사진 노민규 기자]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역대 K리그 72번째 슈퍼매치는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내며 끝났다. 종료 직전 고요한의 한 방에 서울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직전 고광민의 왼쪽 크로스를 그대로 다이빙 헤딩골로 연결시킨 고요한의 활약으로 수원을 1-0으로 이겼다.

서울은 역대 72번째 A매치 승리로 25승 16무 31패로 격차를 더욱 좁혔다. 지난 시즌부터 벌어진 8차례 맞대결에서 5승 1무 2패의 절대 우위도 지켰다.

2010년 8월 28일 2-4 패배 이후 지난해 4월 14일 1-1 무승부까지 수원을 상대로 9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한(2무 7패) 서울의 모습은 더이상 없다. 서울은 2010년 8월 28일부터 2012년 10월 3일 경기까지 수원에 무려 7연패를 당하긴 했지만 이후 수원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 종료 직전 헤딩 결승골을 넣은 고요한(앞) 등 서울 선수들이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K리그 맞대결에서 1-0으로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 팽팽한 기싸움, 양팀 모두 승점 3이 필요했던 경기

슈퍼매치는 언제나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패배는 물론이고 무승부 역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경기다. 앞선 71차례 맞대결에서 무승부가 16차례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 8월 3일 이후 6경기 연속 무승부가 나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어떤 식으로든 골을 넣는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대 슈퍼매치 71경기에서 모두 173골이 나왔다. 경기 평균 양팀 합해 2골 이상은 나온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에 0-0 무승부가 나왔던 것도 2004년 8월 8일 하우젠컵 경기다.

10년 넘게 슈퍼매치를 치르면서 한 골 이상은 나왔다. 범위를 대한축구협회(FA)컵 등으로 넓혀봐도 2007년 8월 1일 FA컵 이후 7년 동안 무득점, 무실점 경기는 나오지 않았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수원도 승점 3이 필요했다. 3위 포항이 아직까지 추격권에 있었기 때문에 2위를 굳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 최용수 서울 감독(왼쪽)과 서정원 수원 감독이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맞대결에서 그라운드로 나오면서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서정원 감독은 한편으로는 근심이 있었다. "꼭 상승세를 타던 팀이 의외로 슈퍼매치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은 부상 선수가 거의 없다. 로저와 산토스의 공격력이 점점 힘을 얻고 있고 정대세 역시 부상에서 회복, 조커로 기용되고 있다. 홍철과 오범석의 좌우 풀백도 활발하고 왼발이 살아있는 염기훈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원은 슈퍼매치 승리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라커룸에는 '우리! 오늘은 서울마저 박살낸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수원은 8월 3일 포항전에서도 '오늘! 우리는 포항을 박살낸다'는 플래카드를 걸어 승부욕을 자극했고 결국 산토스의 2골 등으로 4-1 대승을 거두며 포항 징크스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

이번 플래카드 역시 선수들의 승부욕을 다시 한번 자극시키면서 슈퍼매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었다. 서정원 감독의 근심대로 상승세라고 자만하지 말고 보여줄 수 있는 경기를 하자는 다짐이었다.

서울 역시 다르지 않았다. 3위에 오르려면 수원을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수원전 패배는 사실상 K리그 클래식 성적으로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FA컵 결승전이 남아있긴 하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도 슈퍼매치 승리가 필요했다.

최용수 감독은 "수원과 슈퍼매치를 할 때마다 스릴을 느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며 "그래도 이긴다는 확신을 갖고 경기에 임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 서울 김진규(앞)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맞대결에서 전반 11분 수원 로저(오른쪽)와 충돌 과정에서 손가락으로 코를 찔린 뒤 쓰러지고 있다.

◆ 경기 초반부터 과열, 뜨거웠던 슈퍼매치

수원의 상승세와 서울의 하락세로 어떻게 보면 역대 슈퍼매치 가운데 가장 '싱거운'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서울은 중앙 수비수 김주영이 빠졌고 공격에서도 몰리나와 에벨톤이 결장했다. 에스쿠데로는 후반 조커로 남겨놨다.

하지만 슈퍼매치는 역시나 뜨거웠다.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몸싸움이 있었다. 전반 3분에는 서울 중앙수비수 김진규가 수원 오른쪽 측면을 맡는 고차원과 강하게 충돌했다.

전반 11분에는 로저와 김진규가 서울 페널티 지역 안에서 강하게 충돌하다가 감정이 격해졌다. 김진규가 먼저 손으로 뿌리치자 로저는 손가락으로 김진규의 코를 찔렀다. 김진규는 마치 주먹으로 맞았다는 듯이 그라운드에 누워 얼굴을 감쌌다. 최용수 감독은 왜 퇴장을 주지 않느냐는 듯 강하게 항의했다. 로저는 경고를 받았다.

뜨거웠던 몸싸움만큼이나 서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서정원 감독은 "최근 서울의 스리백은 파이브백으로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예상했지만 이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오른쪽 윙백 차두리의 돌파로 자주 기회를 만들어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오스마르를 비롯해 고명진이나 이상협 등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FC 서울 고요한이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경기 종료 직전 헤딩 결승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미드필드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서울은 물론 수원도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랐고 허리부터 강한 압박을 해나갔다.

이 때문에 오히려 선방이 많았던 쪽은 수원 수문장 정성룡이었다. 전반 35분 서울의 코너킥 상황에서 박희성의 헤딩슛을 잡아낸 정성룡은 전반 38분 박희성과 일대일 패스를 주고 받은 차두리의 슛을 막아냈다.

후반에는 고명진의 패스를 받은 뒤 돌파해 들어간 에스쿠데로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도 슈퍼세이브를 해냈다.

수원 역시 치열한 공격을 펼쳤다. 전반 33분과 전반 36분 민상기와 헤이네르의 슛이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들었다. 후반 35분 정대세의 오버헤드킥 역시 위협적이었다.

▲ 수원 골키퍼 정성룡이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맞대결에서 서울 에스쿠데로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몸을 날려 선방하고 있다.

◆ 고요한의 헤딩 결승골, 93분 고요함이 깨지다

경기 직전 서정원 감독은 "2위를 지켜내기 위해 승점 1이라도 따내겠다는 '승점 관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슈퍼매치는 이겨야 하는 경기다. 수원식 축구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수 감독도 "선수 부상이 있긴 하지만 물러서는 것은 없다"고 맞섰다.

이런 감독의 마음은 그대로 선수들에게 전달됐다. 종료 10분 전인 후반 35분이 넘어서면서 더욱 양팀의 공격은 뜨거워졌다. 수원은 후반에 때린 10개의 슛 가운데 후반 35분 이후에 무려 5개가 나왔다. 서울 역시 8개의 슛 가운데 4개가 10분 사이에 나온 것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도 후반 막판에 있었다. 후반 44분 수원 이상호의 슛이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그 전에 정대세와 유상훈의 충돌이 있었다. 최명룡 주심은 골키퍼 차징을 선언했다.

후반 45분에는 수원 골키퍼 정성룡이 골문을 비운 틈을 타 윤일록의 슛이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홍철이 골라인 앞에서 이를 걷어냈다. 바로 뒤에서 지켜보던 서울 서포터들은 환호성을 지르려다가 아쉬운 탄식만 내뱉었다.

▲ 수원 정대세(가운데)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K리그 맞대결에서 후반 36분 오버헤드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절실함은 서울이 더 강했다. 후반 추가시간 3분이 선언된 가운데 이미 그 3분마저 지나가 추가시간 속의 추가시간이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의 골이 나왔다. 고광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달려들던 고요한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았다. 공은 골키퍼 정성룡의 옆을 통과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10년만에 0-0 경기가 나올 것만 같았던 경기가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로 순식간에 뒤집혔다. 이미 최명룡 주심이 휘슬을 입에 물고 있었을 정도로 막판에 극적으로 나왔다.

최용수 감독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극장 골'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고요한의 헤딩골은 1%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3만4029명의 관중이 몰려 뜨거웠던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는 그렇게 끝이 났다. 수원 서포터즈는 아쉬움에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고 원정 응원석 1층 절반만 채웠던 서울 서포터즈는 경기가 끝난 뒤 구호를 외치며 빠져나갔다.

▲ 서울 최용수 감독(가운데)과 선수들이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K리그 맞대결에서 극적인 고요한의 결승골이 터진 뒤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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