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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신뢰로 빚어낸 '기일 매직', 화룡점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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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신뢰로 빚어낸 '기일 매직', 화룡점정만 남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2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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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챌린지 PO서 4위 불리함 딛고 승강 PO 진출…승격 꿈 이루기 위한 경남과 마지막 승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렇게 잘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인 4위에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남기일(40) 감독대행이 이끄는 광주FC의 도전 이야기다.

광주는 지난달 22일 원주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강원FC와 준플레이오프에서 1-0으로 이긴 뒤 29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안산 경찰청과 플레이오프에서 3-0으로 완승, K리그 클래식 11위팀과 겨루는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광주가 턱걸이로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 나가기는 했지만 가장 불리했다. 4위였기 때문에 모든 경기를 이겨야만 했다. 90분 전후반 동안 무승부 결과가 나올 경우 상위팀에 상위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주는 독특한 규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광주에 약이 됐다. 반드시 이겨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절대 승리를 위한 전술이 필요했다.

▲ 남기일 광주 감독대행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며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이제 40대가 된 젊은 지도자 남기일이 이끄는 광주는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4위의 불리함을 딛고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K리그 클래식 복귀에 도전한다. [사진=광주FC 제공]

모든 것은 남기일 감독대행의 머리에서 나왔다. 남기일 감독대행은 손사래를 친다. 모두가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라며 공을 돌린다.

이제 광주는 오는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과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 뒤 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2차전을 갖는다. 홈앤어웨이 방식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원정경기 다득점 우선 원칙도 적용된다.

◆ 최초의 강등팀·구단 내홍, 남기일 감독대행의 리더십으로 치유

2011년에 창단한 광주는 K리그 챌린지 팀이 생기기 전까지 K리그의 막내팀이었다. 그리고 K리그 구단 가운데 최초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물론 상주 상무가 최초의 강등팀이긴 하지만 박항서 감독 등이 리그 운영방식에 반발해 이후 일정을 보이콧하면서 스스로 강등의 길을 택했기 때문에 광주가 성적으로 강등된 최초의 팀이라고 할 수 있다.

강등은 혼란을 불러왔다. 창단 감독이었던 최만희(58) 감독이 물러나고 수석코치였던 여범규(52) 감독이 취임했다. 그러나 좀처럼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남기일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지난해 8월 지휘봉을 잡은 남기일 감독대행은 아직까지 '대행'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난다. 감독은 자신의 뜻대로 전권을 갖고 팀을 운영할 수 있지만 감독대행은 권한에 한계가 있다. 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단 남기일 감독대행은 선수단을 추스렸다. 설상가상으로 내홍까지 일어났다. 구단내 반목까지 생긴 상황에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급선무였다.

▲ 남기일 광주 감독대행은 젊은 지도자답게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하면서 다독이며 자신의 팀으로 만들어갔다. [사진=광주FC 제공]

젊은 지도자인 남기일 감독대행은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다. 선수들의 말을 먼저 들어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소통이 되다보니 팀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내홍과 반목도 사라졌다.

이는 성적에서도 잘 나타났다. 강등되자마자 K리그 클래식 승격을 노렸던 광주는 여범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19경기에서 7승 5무 7패에 그쳤다. 그러나 남기일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16경기에서 9승 7패의 성적을 올렸다. 3경기를 덜 치르고도 비슷한 승점을 올렸다.

◆ 당장 성적 대신 끝까지 기다림, 중반부터 급상승세

광주의 올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전체 36경기를 세등분했을 때 초반 12경기에서 3승 4무 5패에 그쳤다. 하지만 남기일 감독대행은 서두르지 않았다.

남기일 감독대행은 "다그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전술과 경기 운영이 자리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선수들이 전술을 이해하고 따라온다면 분명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중반 12경기에서는 성적이 나아졌다. 13라운드부터 24라운드까지 5승 5무 2패의 성적이 나왔다. 초반 12경기에서 13에 그쳤던 승점은 중반 12경기까지 24경기를 치르면서 33까지 늘어났다.

상승세는 후반까지 이어졌다. 25라운드에서 36라운드까지도 5승 3무 4패로 나쁘지 않았다. 대전과 안산 등에 밀려 4위에 그쳤지만 일단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시즌 초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고민거리였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중반부터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결국 중반 이후 팀이 비로소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며 "4위까지만 어떻게 해서든 차지한다면 승격에 도전할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가 추구하는 축구는 공격적인 축구다. 그 역시 현역시절 공격수였다. 성남 일화에 몸담았던 2007년 피스컵 코리아에서 당시 잉글랜드 프리머이리그에 있던 볼턴 원더러스를 상대로 동점골을 넣었던 선수가 바로 남기일이었다.

▲ 남기일 광주 감독대행이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하고 있다. 남기일 감독대행은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전술과 경기 운영을 선수들에게 차근차근 알려주며 팀을 만들어갔다. [사진=광주FC 제공]

성남 시절 남기일을 특히 아꼈던 김학범 성남 감독은 "젊고 이제 시작하는 지도자지만 광주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강원과 안산을 차례로 물리치고 승강 플레이오프 자격만 따낸 것만 보더라도 지도력과 리더십은 충분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광주가 만날 팀은 경남이다. 광주는 강원, 안산을 차례로 꺾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경남은 마지막 상주 상무와 경기에서 조직력이 무너지며 1-3으로 완패, K리그 클래식 11위로 떨어졌다. 분명한 하락세다.

남기일 감독대행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안산에 3-0 완승을 거두면서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선수들의 사기도 하늘을 찌른다"며 "첫 강등됐을 당시 아픔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팀과 만나도 자신있는만큼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도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지원을 약속했다. 정원주 대표이사는 승격할 경우 사재 5000만원으로 특별수당을 주기로 약속했다. 또 강원전과 안산전을 앞두고 했던 '한우파티' 역시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2일 실시해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성남이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과 함께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불과 3개월만에 팀을 바꿔놓은 김학범 감독의 '학범슨 매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학범 감독의 제자였던 남기일 감독대행은 광주에서 '기일매직'의 완결판에 도전하고 있다.

▲ 광주는 강원전 승리에 이어 올 시즌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안산을 완파하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선수들을 믿고 뚝심으로 밀어붙인 남기일 감독대행의 지도력에 광주 역시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진=광주FC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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