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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에 눈뜬 '무록' 양희종, 투혼으로 채우는 기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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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에 눈뜬 '무록' 양희종, 투혼으로 채우는 기록지
  • 박현우 기자
  • 승인 2014.12.20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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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KCC전 결승골…고참으로서 팀 5위 도약 견인

[스포츠Q 박현우 기자] 양희종(30·KGC인삼공사)의 가장 대표적인 별명은 '무록(無錄)'이다. 기록이 없다는 뜻으로, 주전급 선수임에도 득점이나 도움 등의 활약이 없어 기록지가 빈 것에서 유래했다.

그의 기록지는 항상 빌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연세대 3학년 때부터 리바운드를 포함해 수비를 전담으로 맡아온 선수였다. 그는 프로 2년차인 2008~2009시즌 '수비 5걸'과 지난 시즌 한국프로농구(KBL) 최우수 수비상을 받으며 수비 실력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양희종의 기록지가 항상 비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울산 모비스를 상대로 28점을 넣기도 했고 올 시즌에는 네 차례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1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전에서는 올 시즌 최다득점 타이기록인 15점(8리바운드 4어시스트)을 기록하며 시즌 다섯 번째이자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팀도 80-78로 이기며 2연패를 벗어났다.

▲ 양희종이 1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삼성전에서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삼성전 이후에는 다시 무록으로 돌아왔다. 지난 13일 울산 모비스전에서는 5점 4리바운드, 17일 원주 동부전에서는 6점 5리바운드에 그쳤고 19일 전주 KCC전에서는 9점 4리바운드로 3경기 연속 한 자릿수 득점에 머물렀다.

그러나 KCC전에서 2쿼터 리드를 지키는 3점슛 두 개를 성공시키며 팀이 필요할 때는 공격에서도 나설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양희종의 활약 속에 KGC인삼공사는 75-72로 이기며 5할 승률(13승13패)과 5위를 유지했다.

◆ 수비의 달인, 때로는 공격의 중심

앞서 언급한대로 양희종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활약을 보이는 선수다. 그러나 지난 삼성전만큼은 달랐다. 이동남 감독대행은 삼성전 후 "리오 라이온스의 수비를 외국인 선수(애런 맥기, 리온 윌리엄스)에게 맡기고 양희종을 4번(파워포워드)에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파워포워드 역시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오히려 양희종은 공격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1쿼터부터 3점슛 두 개를 성공시키며 팀 공격의 중심으로 나섰다. 리바운드도 3개나 잡아내 수비수로서 임무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2쿼터 초반 팀이 22-32로 뒤지자 그는 자신의 장기인 수비로 김준일, 이동준 등 상대 선수들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정휘량, 이원대, 윌리엄스 등 벤치 멤버들이 힘을 내며 KGC인삼공사는 삼성에 1점차까지 따라 붙으며 전반을 마쳤다.

▲ 양희종이 1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삼성전에서 드리블 돌파 후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2쿼터 수비에 집중한 양희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에도 불을 붙였다. 3, 4쿼터에서 KGC인삼공사는 김윤태, 김기윤을 제외한 10명의 선수가 득점에 가담, 삼성의 수비를 어지럽혔다. 삼성 선수들은 누구를 막아야할지 혼란스러워 했다.

양희종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쐐기를 박는 점수를 올렸다. 경기 종료 42초 전 김동우의 슛으로 78-78 동점을 만든 삼성은 한 순간에 양현종을 놓쳤고, 양희종은 경기 종료 28초전 빠른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그는 팀의 마지막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승리를 자축했다.

평소에 소화한 스몰포워드와 달리 이날 파워포워드를 맡은 양희종은 "대학 때도 파워포워드를 맡아본 적이 있어 잘하자는 생각으로 했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03학번 '황금세대'의 선봉장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에서 농구로 전향한 양희종은 중, 고등학교 때부터 또래 선수들을 넘는 실력을 자랑했다. 고등학생 때는 하승진과 함께 삼일상고를 전국 최강으로 이끌었다.

이후 연세대에 입학한 뒤에는 김태술, 이광재 등과 함께 농구대잔치 3연패를 달성하며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등 대학리그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다.

아울러 잘생긴 외모로 또래 김태술, 정영삼, 함지훈 등과 함께 '황금세대'라 불린 양희종은 많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이런 활약 속에 2007년 드래프트에서 KGC인삼공사(당시 KT&G)에 전체 3순위로 뽑힌 그는 데뷔 시즌부터 뛰어난 수비실력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시즌 후 한국농구대상에서 신인상(김태술은 KBL 신인상)은 그의 몫이었다.

다음 시즌을 마치고 2011년까지 군 복무를 한 양희종은 2011~2012시즌부터 다시 주전으로 복귀했다. 이 시즌에 동기인 김태술과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는 오세근, 박찬희, 이정현을 만나며 정규시즌 2위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경기 당 평균 6.33점(개인 최저)을 올리며 저조한 기록을 남겼지만 양희종은 정규시즌에서 부진을 포스트시즌 맹활약으로 날려버렸다.

▲ 양희종이 1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삼성전에서 심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부산 KT를 상대로 한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점수를 올리지 못했던 양희종은 2차전 10점에 이어 4차전 18점을 기록, 팀의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챔프전에서는 당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원주 동부 윤호영과 맞붙어 그를 전담 봉쇄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6경기 중 3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6차전 종료 9초 전 동점 상황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슛으로 팀에 첫 우승컵을 안겼다.

◆ 분위기 전환 이끈 최고참

이 후에도 꾸준히 KGC인삼공사의 주전으로 활약한 양희종은 어느새 팀 내 최고참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지난 8일 창원 LG전 패배 이후 코칭스태프가 연 회식 이야기를 꺼내며 "사소한 게 많았지만 (그동안 쌓였던 것을) 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이 끝난 후에는 "최근 두 경기에서 역전패 등 안좋은 경기가 많았다. 모비스 등 상위권 팀과 경기를 앞두고 꼭 이기자고 했다. 맏형으로서 승리를 이끈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후배들과 함께 지난 13일 리그 선두 모비스를 80-67로 물리치고 팀의 중위권 상승 기반을 다졌다.

7년 전 신인에서 어느새 팀 내 최고 고참이 된 양희종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KGC인삼공사를 이끌고 상위권까지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parkhw88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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