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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온도차 다른 더블헤더, '서울농구데이' 달아오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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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온도차 다른 더블헤더, '서울농구데이' 달아오르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5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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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유일 '서울 더블헤더', 6000명대 관중 찍었지만 응원 열기는 확연

[잠실=스포츠Q 박상현 기자] 프로농구 시즌을 치르다보면 서울에서 '더블헤더' 또는 '동시 경기'가 벌어지는 경우가 한 번씩은 꼭 나온다. 경기 시간이 같을 때가 있고 둘로 나뉠 때도 있다.

지난 14일은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유일하게 '더블헤더'가 있는 날이었다. 서울 SK는 오후 2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창원 LG와 맞붙었고 서울 삼성은 이보다 2시간 늦은 오후 4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원주 동부와 만났다.

두 팀이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두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잠실벌은 농구팬들로 들끓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팀의 성적차가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관중들도 확실하게 나뉘는 양상이다.

SK의 화끈한 농구를 보고 싶은 팬들은 SK 경기만 지켜보는 경우가 많고 이상민 감독을 좋아하는 팬들은 삼성 경기만 즐겨본다. 삼성이 성적은 바닥이지만 이상민 감독에 대한 향수와 인기가 여전해 관중수는 아직까지 '평타'수준을 찍고 있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서울 SK와 창원 LG의 경기가 열린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는 6373명의 관중이 입장, 뜨거운 응원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에서 SK와 삼성은 관중 흥행면에서는 만족 수준이었다. SK 경기에는 6373명의 관중들이 입장했다. 잠실학생체육관의 수용인원은 대략 6200명 정도다. SK 구단은 6000명을 넘기면 사실상 '만원 관중'으로 본다. 올 시즌 홈 11경기 가운데 벌써 6번째 만원이다.

삼성도 6443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하지만 잠실실내체육관은 잠실학생체육관에 비해 관중 수용 규모가 배 이상이다. 그런만큼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 SK의 화끈함, 포기하지 않는 허슬 플레이에 매료된 관중

문경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만 해도 SK 성적은 지금의 삼성처럼 바닥이었다. 1999~2000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01~2002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빼놓고는 그 어떤 감독도 SK를 살려내지 못했다.

이상윤 감독, 김태환 감독, 김진 감독, 신선우 감독 등 적지 않은 명장이 SK 지휘봉을 잡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 나가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SK는 일찌감치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혼합한 스포테인먼트 전략을 수립했다. 성적은 바닥이었지만 관중은 적지 않게 들어왔다.

그 결과 SK는 2001~2002 시즌 17만6088명의 관중수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여태껏 단 한차례도 관중수 10만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3~2014 시즌까지 총 관중수도 218만1458명으로 창원 LG(218만6571명)으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SK가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으면서도 관중들이 꾸준히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스포테인먼트 전략으로 경기장만 찾으면 언제나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관중들의 기대심리도 있었다. 또 결코 포기하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보려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생각하고 싶지 않은 대패를 한 적도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SK 팬들은 묵묵히 팀을 기다려줬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서울 SK 최부경(오른쪽)이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홈경기에서 점프슛을 시도하고 있다. 최부경은 경기 도중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안면골절상을 당한 뒤 마스크를 쓰고 출전하고 있다.

결국 김선형과 최부경 등 특출난 신인들의 활약과 함께 애런 헤인즈, 코트니 심스 등 외국인 선수들의 분전, 박상오와 주희정 등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SK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2~2013 시즌 19만727명으로 최다 관중을 기록한 SK는 2013~2014 시즌 역시 18만3811명의 관중이 들어오며 KBL 최고 흥행 구단으로 자리했다.

SK의 14일 경기만 보더라도 흥미진진했다. 벌써 내년 40을 바라보는 주희정은 2쿼터 종료와 동시에 3점슛을 꽂아넣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주희정은 김선형과 호흡을 때때로 맞추며 17분42초를 소화, 7득점을 넣었다.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도 3개씩 기록하며 결코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SK에서 최근 '핫'한 선수는 김민수다. 한때 계륵이라고까지 천대받았던 김민수는 최부경이 안면골절상을 입은 이후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김민수는 4쿼터에 8득점을 몰아치며 SK가 재역전승을 거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김선형이다. 김선형은 필요할 때마다 3점슛 2개를 꽂아넣으며 클러치 슈터로서 진면목을 보여줬고 이날 36득점을 올린 헤인즈에게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찔러넣고 속공을 전개시키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현재 SK의 슈퍼스타는 물론 김선형이다.

이런 흥미진진한 플레이와 함께 성적까지 좋으니 SK 경기는 계속 만원이다. 올 시즌 SK의 주말 홈경기는 모두 6000명을 넘겼다. SK의 주말 경기를 보려면 일찍 서둘러야 한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서울 SK 애런 헤인즈(오른쪽)가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홈경기에서 드라이빙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 삼성의 부족한 투혼 2%, 팬들도 뜨뜻미지근

SK와 달리 삼성의 경기가 열리는 잠실실내체육관 바깥의 풍경은 차분하다. 잠실학생체육관 앞에는 치킨이나 김밥을 판매하는 노점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잠실실내체육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삼성은 지난 시즌 13만8005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이를 평균 관중으로 나눠보면 5111명밖에 되지 않는다. 잠실실내체육관 수용 규모가 대략 1만5000명 수준이기 때문에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SK의 지난 시즌 평균 관중 6808명과 비교해도 대략 1000명의 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처음부터 SK에 입장 관중에서 이처럼 큰 차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시즌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했다. 뒤져도 큰 차는 없었다.

급격하게 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9~2010 시즌부터였다. SK는 당시 15만738명의 총 관중을 기록했지만 삼성은 전 시즌 17만4241명에서 10만8121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삼성은 2011~2012 시즌 13만309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13만 밑의 관중수를 기록 중이다.

이는 성적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늘 중상위권을 찍던 삼성이 2009~2010 시즌 6위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2006~2007 시즌을 끝으로 전주 KCC로 간 서장훈이 떠난 자리를 이상민이 들어와 관중 흥행은 그런대로 됐지만 2009~2010 시즌을 끝으로 이상민이 현역에서 은퇴한 뒤로는 흥행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서울 삼성과 원주 동부의 경기가 열린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는 6443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하지만 워낙 큰 경기장 규모인데다 삼성이 최근 성적이 떨어지고 있어 응원열기는 SK만큼 뜨겁지는 않다.

현재 삼성은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말은 곧 팀이 어려울 때 결정적으로 해줄만한 선수가 없다는 말도 된다. 팀이 리빌딩 중이라는 점도 감안되어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해결사가 없다는 점은 삼성의 큰 약점이다.

게다가 삼성은 수비까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삼성의 평균 실점은 81.3점으로 10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80점대다. 같은 서울 연고 팀인 SK(70.1실점)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차인지 알 수 있다.

이는 곧 수비 집중력이 부족하고 SK만큼 허슬 플레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부와 14일 경기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더라면 3점슛 버저비터 2개는 주지 않아도 됐다.

이상민 감독도 수비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이상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전반에 실점을 적게 주자고 했는데 생각만큼 수비가 안됐다. 1, 2쿼터 전반에 수비가 안되면서 점수차가 벌어졌고 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삼성이 성적은 바닥이지만 관중들을 흥분시키게 하는 뭔가가 있으려면 역시 투혼과 허슬 플레이가 필요하다. 현재 삼성에는 투혼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팬들의 응원 소리도 뜨뜻미지근하다.

또 삼성은 최근 6연패에 빠져들었다. 26경기를 치르면서 5승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성적과 경기 내용에 실망한 팬들이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일이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서울 삼성 이정석(왼쪽)이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원주 동부와 홈경기에서 골밑 돌파를 시도하다가 라인 크로스로 공격권을 잃고 있다.

◆ 한 시즌에 한 번 있는 '더블헤더', 농구 열기에 이용할 수 없나

최근 프로농구가 프로배구의 인기에 밀리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인기를 만회하려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팬들은 재미와 흥미가 있는 콘텐츠에 저절로 눈길이 돌아가고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렇다면 한 시즌에 한 번 있는 '서울 더블헤더'는 충분히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를 농구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된다면 어떨까.

SK와 삼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더블헤더'가 열릴 경우 공동 프로모션을 하기를 원해왔다. 아주 손쉬운 예로 먼저 경기가 열리는 팀의 티켓을 구입하면 그 다음 경기가 열리는 팀의 티켓을 할인해준다던가 아예 두 경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티켓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지탁 SK 사무국장은 "좋은 방안이긴 한데 너무나 걸림돌이 많다"며 "티켓 할인 판매 및 공동 프로모션이 쉬운 것 같지만 티켓 판매가 서로 다른 창구로 되어 있기 때문에 관중 수입 정산 등 처리되어야 할 부분이 너무나 까다롭다"고 털어놨다. 또 연장에 들어갈 것에 대비해 경기 시간도 충분히 간격을 두는 방안도 필요하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원주 동부 선수들이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서울 삼성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삼성은 이날 패배로 6연패 수렁에 빠져들었다.

또 그동안 두 팀의 성적이 극과 극이었던 것 역시 공동 프로모션을 꺼리는 이유가 된다.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계속 진출했을 때는 SK의 암흑기였고 SK가 최근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을 때 삼성은 팀 리빌딩에 들어가면서 줄곧 하위권으로 밀려나있다.

그러나 KBL과 SK, 삼성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더블헤더'를 의미없이 지나칠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날을 '서울 농구데이(가칭)' 등으로 만들어서 잠실벌을 농구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도 충분한 이슈가 되지 않을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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