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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SK 만드는 혼혈 듀오 민수와 승리의 '이인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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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SK 만드는 혼혈 듀오 민수와 승리의 '이인삼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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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박승리, 팀플레이 녹아들며 평균득점, 두배 가까이 증가…리바운드도 늘며 공수 맹활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산 모비스 못지 않게 2014~2015 KCC 프로농구에서 '잘 나가는' 팀이 있다. 바로 서울 SK다. SK는 현재 모비스에 반 경기 뒤진 2위를 달리며 호시탐탐 선두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SK는 지금 정상 전력이 아니다. 2012~2013 시즌부터 골밑을 튼튼하게 책임졌던 최부경(25)이 최근 부상으로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SK가 이처럼 잘나가는 것은 팀을 더욱 강하게 떠받치는 튼튼한 대들보가 있기 때문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해주고 있는 김민수(32)와 박승리(24)가 그 원동력이다.

'혼혈 듀오' 김민수와 박승리는 한동안 SK에서 계륵과 같은 존재로 치부되기도 했다. 김민수는 최부경의 영입과 동시에 출전시간과 득점력이 뚝 떨어지며 주전과 벤치를 오갔고 박승리 역시 혼혈 선수로서는 다소 빈약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박승리는 주전이라기보다는 식스맨급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두 선수는 환골탈태했다. 김민수는 세 시즌만에 다시 평균득점이 두자리로 올라섰고 박승리 역시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맹활약하며 문경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고 있다.

▲ 서울 SK는 최부경의 부상으로 전력에 공백이 생겼음에도 김민수(오른쪽)와 박승리 '혼혈선수 듀오'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울산 모비스를 위협하는 팀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한동안 겉으로 돌던 김민수,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하다

김민수는 2008~2009 시즌 SK를 통해 데뷔한 뒤 주득점원으로 활약해왔다. 데뷔 시즌은 물론이고 두번째 시즌 역시 평균 득점이 14점이 넘었다.

그러나 김민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에는 큰 기여가 없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최부영 전 경희대 감독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고 개인 플레이 대신 팀 플레이에 녹아드는 경향이 짙은 선수였지만 SK에서는 다시 개인 플레이 성향이 짙어졌다.

결국 문경은 감독이 정식 감독이 된 이후에는 김민수의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개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 선수는 문 감독에게 필요가 없었다.

2011~2012 시즌까지 주포로 활약했던 그는 2012~2013 시즌부터 출전시간이 뚝 떨어졌다. 2011~2012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평균 출전시간이 30분에 달했지만 이후 두 시즌 동안 출전시간이 24분 내외로 줄었다. 당연히 팀내 기여도도 떨어졌다.

특히 김민수는 2012~2013 시즌 데뷔한 최부경의 존재 때문에 더욱 효용가치가 줄었다. 몸싸움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곤 했던 김민수가 이후 거친 골밑 싸움을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최부경에게 완전히 주전을 내주는 상황까지 됐다.

▲ 김민수(오른쪽)가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경기에서 상대의 골밑슛을 수비하고 있다. 김민수가 골밑 수비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SK는 올 시즌 최소 실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김민수는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올시즌 김민수의 평균 출전 시간은 26분 47초로 지난 시즌 23분 53초보다 3분 가량 늘었다. 그러나 보여주는 기록은 그 이상이다.

평균 득점은 6.7점에서 11.1점으로 4점 가까이 늘었고 리바운드는 3.2개에서 5.5개로 증가했다. 또 블록슛 숫자도 지난 시즌 0.4개에서 0.9개로 늘어나면서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실제 경기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면모다. 김민수가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가 더블 팀 수비를 하게 되고 그 틈을 노려 김선형 등 다른 선수들이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김민수가 골밑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SK의 다양한 공격 옵션이 만들어진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혼혈 선수로 2m의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는 김민수가 골밑에 버티고 있으면 상대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SK가 올 시즌 평균 실점에 10개팀 가운데 가장 적은 것 역시 김민수가 골밑에서 든든히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경은 감독도 김민수를 칭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자들만 만나면 김민수에 대한 얘기로 침이 마를 날이 없다.

문 감독은 "김민수에게 인사이드에서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왜 뛰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선수 본인도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며 "여기에 슛 컨디션까지 좋아지면서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어 "또 수비에 대한 중요성까지 깨우치면서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선수에게는 조언이 필요없다"며 "지금 잘나가는대로 하면 되고 그때그때 잡아주면 된다"고 흐뭇해한다.

▲ 김민수는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겉도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과 수비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인사이드로 적극적으로 파고 들고 골밑을 지켜주며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육성형 혼혈선수 박승리, SK의 새로운 옵션 자리매김

김민수가 주전으로 재도약했다면 박승리는 육성형 혼혈선수로 점점 성장 중이다.

SK는 지난 시즌 혼혈선수를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잡으면서 3년 동안 인천 전자랜드에서 뛰었던 문태종(39)이 아닌 박승리를 영입했다. 나이가 많다고는 하지만 이미 기량이 입증된 문태종이 아닌 어리고 경험이 없는 박승리를 데려온 것은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박승리는 점점 SK에서 진화하고 있다. 198cm의 장신이지만 스피드까지 갖추고 있어 활용 폭이 넓다. 파워까지 겸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대부분 30대인 대부분 혼혈 선수와 달리 박승리는 아직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데뷔 시즌인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평균 출전시간이 11분 13초에 2.66득점에 그쳤지만 박승리가 올 시즌 들어 기용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출전 시간이 21분 28초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평균 득점도 5.00점으로 증가했다.

▲ 박승리는 198cm의 장신이지만 빠른 발을 갖고 있어 상대 외국인 선수는 물론이고 포인트 가드까지 막으며 팀 수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아직까지 박승리를 중심으로 한 공격 옵션은 없다. 공격보다는 수비 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상대팀 외국인 선수 수비는 물론이고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가드까지 막아낸다. 문경은 감독은 최근 들어 상대 포인트 가드에 대한 수비를 박승리에게 맡기고 있다.

박승리를 지켜보는 문 감독은 아직까지는 모자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시즌보다 기량이 늘고 효용가치가 많아졌음은 인정한다.

문 감독은 "승리가 아직까지 자신이 수비를 잘하는 줄 안다. 그러나 지금의 활약으로는 아직 성이 차지 않는다"며 "그래도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이어 박승리에게 매기는 점수를 '50점'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박승리가 못해서가 아니라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두 배 더 기량이 늘어나고, 두 배 더 많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점수다.

▲ 서울 SK는 지난 시즌 문태종 대신 박승리를 혼혈 귀화 선수로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지만 젊은 선수로 미래 가능성을 보고 뽑았고 올 시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활약으로 문경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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