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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벌 한파 녹인 모비스-SK '농구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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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벌 한파 녹인 모비스-SK '농구대전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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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모비스 19점차 뒤집고 2연패 탈출…SK도 박상오 30점 앞세워 맞불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앞으로 농구팬들은 2014년 12월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졌던 '농구대전쟁'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역대급 명승부가 나오면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한겨울 잠실벌을 후끈 달궜다.

울산 모비스는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29득점, 18리바운드)와 문태영(24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양동근(19득점, 3점슛 4개, 3리바운드, 5어시스트, 5스틸) '삼총사'를 앞세워 서울 SK를 89-88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4쿼터 종료 버저가 울렸음에도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을 정도로 팽팽했다. 마지막 순간 애런 헤인즈(15득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의 자유투가 들어갔더라면 연장전 돌입이었다. 마지막 순간 헤인즈의 추가 자유투가 림을 맞고 나오면서 모비스의 승리로 끝났다.

양동근도 "이겨서 다행인 경기다. 우리가 잘했다기보다 SK가 운이 없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모비스는 2연패를 끊어내면서 선두를 지켜낼 수 있었다. SK는 비록 아쉬운 1점차 패배를 당하면서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두번째 기회마저 놓쳤지만 올 시즌 모비스를 위협할 유일한 경쟁팀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 울산 모비스 양동근(왼쪽)과 문태영이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1점차 짜릿한 승리로 2연패에서 탈출한 뒤 포옹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특히 SK는 박상오(30득점, 3점슛 7개, 8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뿐 아니라 박승리(16득점, 3점슛 2개, 4리바운드, 3어시스트)까지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김민수(7득점, 3스틸)의 득점이 약간 저조했지만 박승리가 공격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 '빅4'로 맞선 SK, 모비스 공격을 단순화시키다

전반만 하더라도 SK는 '빅4'로 재미를 봤다. 김선형(6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또는 주희정(무득점)을 가드로 놓고 헤인즈와 코트니 심스(8득점, 3리바운드) 외에 박상오, 김민수, 박승리, 최부경(6득점, 3리바운드, 2스틸)을 고르게 기용했다.

김민수와 최부경, 헤인즈가 200cm, 박승리가 198cm, 박상오가 196cm, 심스가 206cm로 김선형을 제외하면 나머지 네 선수는 2m에 가까운 장신들로 채운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장점은 키가 크면서도 스피드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센터 심스가 느리긴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키가 크면서도 스피드가 빨라 수비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다.

이는 잘 맞아들어갔다. '빅4'의 수비에 모비스는 양동근, 문태영, 라틀리프의 공격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모비스가 이날 올린 89득점 가운데 72득점이 이 세 선수에서만 나오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함지훈(6득점, 6어시스트)도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 서울 SK 박상오(오른쪽)가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울산 모비스 배수용 앞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다시 말하면 모비스의 공격 패턴이 그만큼 단순해졌다는 뜻이다. 그 결과 모비스는 1쿼터에 16점을 넣은 뒤 2쿼터 6분 30초 동안 고작 3득점에 그쳤고 한때 19-38, 더블 스코어로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SK가 2쿼터 후반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서 모비스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20점 가까이 앞섰던 SK는 2쿼터 마지막 3분 30초 동안 16점을 내줬다. 양동근과 함께 라틀리프의 공격이 불을 뿜었기 때문이다.

◆ 2쿼터 후반 상승세 타기 시작한 모비스, 경기 막판까지 대접전

2쿼터 후반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모비스는 순식간에 19점의 점수차를 지워버리고 3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59-54로 오히려 앞서갔다. 불과 10분 사이에 19점 뒤졌던 모비스가 5점 앞서가면서 24점을 극복했다.

이후 사상 유래없는 농구대전쟁이 벌어졌다. 특히 4쿼터가 뜨거웠다.

SK는 박상오가 그야말로 '미쳤다'. 3쿼터까지 13점에 머물렀던 박상오는 4쿼터 들어 3점슛 5개를 모두 넣었다. 쏘면 그냥 들어갔다. 어느 자리, 어느 각도에서도 박상오의 3점슛은 림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이날 박상오는 30득점과 3점슛 7개로 자신의 역대 최다 득점과 3점슛을 경신했다.

박상오는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발군이었다. 특히 박상오는 종료 2분 49초를 남기고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함지훈을 5반칙 퇴장시켰다. 함지훈의 퇴장은 모비스에 큰 타격이 된다는 점에서 박상오가 사실상 승리를 '만들어내는' 활약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 울산 모비스 양동근이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이날 SK는 박상오 뿐 아니라 박승리도 자신의 데뷔 최다 득점을 올렸다. 2점슛 5개와 3점슛 2개, 야투 성공 7개에 16득점 모두 역대 자신의 최다 기록이었다.

하지만 모비스에서는 문태영이 있었다. 최근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면서 경기를 그르쳤던 문태영은 4쿼터에만 14득점을 올렸다. 8개의 2점슛 가운데 7개를 성공시켰다.

경기 종료 2분 7초를 남기고 박상오의 3점슛으로 86-80이 됐을 때는 SK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문태영의 2점슛에 이어 송창용(3득점)의 3점슛으로 모비스가 1점차로 따라붙었고 이후 전준범(8득점)의 스틸에 이은 2점슛으로 종료 1분을 남기고 87-86 역전에 성공했다.

전준범의 슛은 헤인즈에게 블록을 당했지만 심판의 비디오 분석 판정을 거친 끝에 골 텐딩이 선언되며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후 양동근까지 2점슛을 성공시켜 89-86이 되면서 모비스의 승리가 가까워졌다.

▲ 서울 SK 박승리(오른쪽)가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홈경기에서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전준범의 본헤드 플레이, 헤인즈의 자유투 실패…'운명의 장난'으로 끝

이제 남은 시간은 20초. SK는 20초 안에 3점을 극복해야만 했다. 방법은 3점슛 뿐이었다.

중책은 김민수(7득점, 3스틸)가 맡았다. 김민수는 종료 5초 전과 3초 전에 두 차례나 3점슛을 던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 순간 헤인즈가 공격 리바운드로 잡아낸 뒤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모비스는 하지 않아도 될 파울을 저질렀다. 헤인즈의 골밑슛이었기 때문에 구태여 파울을 하지 않아도 됐다. 헤인즈의 골밑슛 성공과 함께 종료 버저가 울렸기 때문에 1점차 승리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전준범이 무리하게 수비하다가 헤인즈에게 파울을 저질렀다. 극적인 보너스 자유투였다. 헤인즈의 보너스 자유투가 들어가면 경기는 연장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만약 연장에 들어갔더라면 양동근과 라틀리프가 40분 풀타임을 뛰어 지칠대로 지쳐있고 5반칙 퇴장으로 함지훈이 없는 모비스에 유리할 것이 전혀 없었다. 황당한 파울 하나에 승패가 뒤집힐 수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헤인즈의 자유투도 림을 외면했다. 경기가 끝났지만 유재학 감독은 전준범을 향해 레이저 눈빛을 보냈다. 유재학 감독은 "초등학생도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며 심하게 질책했다.

그래도 더 아쉬운 쪽은 패배한 SK였다. 이날 이겼더라면 SK는 모비스를 반 경기차로 제치고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로 선두 모비스와 승차가 1.5경기로 다시 벌어졌다.

또 SK는 3위 원주 동부의 거센 추격도 부담스럽게 됐다. 동부는 이날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김주성(25득점, 13리바운드, 5어시스트)과 데이비드 사이먼(19득점, 6리바운드)을 앞세워 77-72로 이겼다. SK와 동부의 승차는 3경기에서 2경기로 줄었다.

▲ 울산 모비스 전준범(앞)이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전준범은 이날 하지 않아도 될 파울로 자칫 경기가 연장에 들어갈 뻔 했지만 SK의 자유투 실패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진=KBL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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