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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까지 장착한 '식스맨 교과서'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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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까지 장착한 '식스맨 교과서' 김연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31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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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17연승 저지 일등공신...떨어진 성적에도 여전한 존재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인천 신한은행은 여자 프로농구 최고의 명문구단이다.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 시즌까지 이어진 통합 6연패라는 업적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함이다.

‘승리 DNA’를 보유했던 그 때 그 영광의 멤버들은 하나둘씩 신한은행을 떠났지만 김연주(28)만은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록 출전 시간도, 개인 성적도 떨어졌지만 ‘신한은행이 뽑은 첫 선수’라는 자부심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다.

김연주는 세밑에 그 활약이 더욱 뜨거워졌다. 특히 지난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홈경기에서 우리은행의 질풍노도를 잠재우는데 버팀목이 됐다. 시즌 최다인 25분34초 동안 코트를 누비고 3점 5리바운드 1도움 1블록슛을 올리며 팀의 61-55 승리에 힘을 보탰다.

▲ 김연주의 활약 속에 신한은행은 선두 우리은행과 격차를 4경기차로 줄였다. 아직 맞대결이 3번이나 남아 있어 1위 탈환이 꿈은 아니다. [사진=WKBL 제공]

기록만 놓고 보면 전혀 빛나지 않았다. 그러나 1블록슛이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개막 후 16경기 동안 패배를 모르던 무적 우리은행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최고 식스맨’ 김연주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이었다.

◆ 천금의 블록슛. 우리은행 파죽지세에 제동

4쿼터 55-53 리드 상황. 김연주가 날아올라 임영희의 슛 시도를 막았다. 이날 경기에서 양팀을 통틀어 유일하게 나온 블록슛이었다. 동점 허용 위기를 넘기고 분위기를 가져온 신한은행은 끝 모르고 내달리던 우리은행의 연승 행진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모든 팀들이 ‘타도 우리은행’을 외친다. 2년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정인교 신한은행 감독은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함께 가장 오래 여자농구 사령탑을 지냈기에 더욱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레알 신한’ 시대를 종식시킨 팀이 우리은행. 정상 탈환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상대다.

이번 시즌 세 차례 맞대결에서도 모두 져 자존심이 상했다. 4라운드 격돌에서도 패한다면 기가 죽을 것이 분명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도 반납하고 이날만을 바라봤다. 박빙의 승부에서 나온 김연주의 굿 디펜스가 팀을 구해낸 것이다.

김연주는 지난 22일 KB스타즈전에서 코트를 밟아보지도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정 감독은 제자가 3점슛으로 흐름을 바꾸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수비에서도 제몫을 해주기를 바랐다. 베테랑답게 김연주는 스승의 생각을 읽고 미션을 완수해냈다.

◆ 성적은 떨어져도 존재감은 그대로 

▲ 김연주의 성적은 예년과 비교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기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비, 리더십 등에서 공헌도가 늘어났다. [사진=WKBL 제공]

김연주는 이번 시즌 2009~2010 시즌 이후 가장 적은 경기당 평균 13분51초 출전에 그치고 있다. 3.0득점, 0.9리바운드 0.3어시스트는 프로 초년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성적이다. 지난 28일 KB스타즈전에서도 3점 4리바운드만을 기록했다. 비중이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정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우리은행전에서 김연주를 스타팅 멤버로 기용했다. 2011~2012 시즌부터 3년 연속 우수후보선수상 수상의 이유였던 순도 높은 외곽포는 아직도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선일여고를 졸업하고 2005년 전체 2순위로 입단한 그는 어느덧 프로 11년차가 된다. 신한은행에서 그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하은주, 곽주영, 최윤아 정도다. 지난 9월에는 대표팀 주장으로 2014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여자선수권대회도 다녀왔다. 이젠 리더십까지 생겼다.

라이벌의 17연승을 저지한 신한은행은 여세를 몰아 KB스타즈마저 완파하고 2014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김단비와 최윤아, 카리마 크리스마스를 든든히 떠받치는 김연주의 희생이야말로 신한은행이 강팀으로 군림하는 이유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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