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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썰매사관학교서 피어난 정소피아의 '평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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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썰매사관학교서 피어난 정소피아의 '평창 드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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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선수 출신, 지난해 강습회 거쳐 스타트 선수권 우승…대표선수로 첫 메달까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슬라이딩 코스 하나 없는 한국 썰매종목에서 또 다른 신예가 나타났다. 이제 스켈레톤에 입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정소피아(22·용인대, 강원도연맹 소속)다.

정소피아는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북아메리카컵 8차 대회에서 1, 2차 합계 2분1초95의 기록으로 6위에 올랐다.

비록 9명만 출전한 대회였지만 대회 규정에 따라 6위까지 주어지는 메달을 획득했다. 정소피아의 국제 대회 첫 메달이었다.

정소피아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던 북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도 1, 2차 합계 2분1초67의 기록으로 7위에 올라 국제 대회 첫 10위권 진입에 성공하는 등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정소피아의 이번 2014~2015 시즌이 첫 국제대회 출전이라는 점이다. 나이도 아직 젊기 때문에 3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표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였다.

▲ 정소피아가 지난해 8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주최 강습회에서 안정적인 자세로 썰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비인기 종목 알리고 싶어" 스켈레톤 선수로 변신한 육상 소녀

정소피아는 고등학교까지 육상을 했다. 단거리와 멀리뛰기, 높이뛰기, 계주 등을 뛰었지만 특출난 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용인대 진학 후 육상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했다.

그가 스켈레톤으로 전향한 것은 2년 전 학교 선배의 권유였다. 썰매 종목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고 스켈레톤이라는 말도 생소했을 때였다. 썰매를 엎드려 타고 쏜살같이 내려가는 모습에 거부감마저 느꼈다. 평소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도 무서워 타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한번 타보니 갈수록 재미가 붙었다. 열심히 해서 비인기 종목인 스켈레톤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렸다.

그는 지난해 8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타트 훈련경기장에서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 강습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스켈레톤을 타보긴 했지만 훈련과 스타트 강습까지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정소피아는 당시 "이전부터 조금씩 배우고 타봤지만 스타트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무래도 육상 선수로 뛰었던 경험이 스타트에 큰 도움이 된다. 스타트부터 썰매에 타기까지 소수점 아래의 촌각을 다투는 스피드가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소피아는 코스가 없어 직접 타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정규 코스 경험이 전혀 없는 새내기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정소피아는 "스타트가 중요하긴 하지만 코스를 타보지 못해 너무 아쉽고 지루하다"며 "실제로 코스를 타면 어느정도 속도가 나는지 궁금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 정소피아(오른쪽)가 지난해 8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주최 강습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소피아는 네번째 공식 대회 출전만에 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스포츠Q DB]

◆ 스타트 대회 1위,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발탁까지

정소피아는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대단하다. 잘 갖춰져있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성적을 낸다.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모든 국가대표가 롤모델이지만 특히 이한신(27·강원도청) 선배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모두의 선망인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강습회와 훈련을 통해 스켈레톤의 기초를 익힌 정소피아는 지난해 9월에 열렸던 봅슬레이스켈레톤 스타트 선수권 대회에서 5.437초의 기록으로 여자부 1위에 올랐다. 또 다른 국가대표 문라영(19·삼육대, 5.578초)보다 0.141초 빠른 기록이었다. 연맹은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를 거쳐 정소피아와 문라영을 대표 선수로 선발했다.

정소피아는 강습회 때만 하더라도 "2015년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으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해서 코스를 타보고 싶다"고 했는데 대표 선수가 된 것이 1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그의 첫 공식 대회는 캘거리에서 열렸던 북아메리카컵 3차 대회. 지난해 11월 22일 출전했던 대회에서 정소피아는 1, 2차 합계 2분4초85의 기록으로 12위였다. 13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한 선수가 도중 탈락했으니 사실상 최하위였다. 스타트 기록도 5.78초, 5.88초로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정소피아는 다음날 같은 코스에서 열렸던 4차 대회에서도 2분8초13의 기록으로 최하위나 다름없는 11위에 머물렀다. 1, 2차 합계는 2분8초13으로 더 나빠졌고 스타트 속도는 6초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는 코스에 적응하는 단계였다. 게다가 부상이 있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미국 파크 시티와 캘거리 등에서 계속 훈련을 해왔던 그는 결국 세번째 공식 대회를 통해 10위권 진입에 성공한 뒤 네번째 대회만에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정소피아는 "첫번째와 두번째 대회에서는 부상 때문에 제대로 못탔지만 공식 대회 네번째 출전만에 첫 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며 "감독님, 코치님이 많이 알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태극기를 꼭 걸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소피아라는 새로운 기대주를 발굴한 강습회는 육상 기초체력과 허들 넘기, 제자리 멀리뛰기 등 육상 체력 훈련과 이론 교육, 스타트 훈련으로 구성돼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슬라이딩 센터가 없어 정규 코스를 경험하지 못하지만 스타트 훈련을 통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했던 서영우(24)를 비롯해 적지 않은 선수들이 2010년부터 시작된 강습회를 통해 발굴된 경우다.

아직 한국 썰매종목은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각종 대회에 나가 좋은 기록을 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빠른 스타트와 안정적인 썰매 탑승이 기록 단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앞으로도 정소피아 같은 선수가 여름마다 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정소피아(아랫줄 왼쪽)가 26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끝난 FIBT 북아메리카컵 8차 대회에서 6위를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메달 수상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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