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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민 '발칙' 세리머니가 말한 '김세진식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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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민 '발칙' 세리머니가 말한 '김세진식 소통'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26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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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올스타전서 김규민의 돌발 세리머니에 익살로 화답한 김세진 감독 '형님리더십'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사전에 이야기 되지 않은 세리머니였다. 감독님 사랑합니다.”

충격의 세리머니를 펼친 김규민(25·안산 OK저축은행)의 수상소감이다. 무엇이 스승을 향한 제자의 거리낌 없는 애정표현을 이끌었을까.

김규민이 짓궂지만 사랑이 듬뿍 담긴 세리머니로 장충체육관의 열기를 더했다. 그의 엉덩이춤 한 방에 관중들은 박장대소했다.

김규민은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올스타전에서 도발적인 득점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에 그는 경기 후 세리머니상 수상자에 선정,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상황은 이랬다.

이미 선수들의 다양한 세리머니가 휩쓸고 지나간 4세트. 김규민은 속공을 성공한 뒤 갑자기 벤치로 뛰어갔다. 소속팀 사령탑인 김세진 감독에게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펼치기 위해서였다. 그는 김세진 감독의 얼굴을 향해 엉덩이를 들이민 뒤 천연덕스럽게 춤을 췄다.

이에 김 감독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며 세리머니에 화답했다. 김규민의 엉덩이를 발로 차는 시늉을 한 것. 팬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리액션이었다.

▲ OK저축은행 김규민(뒤)이 8일 V리그 LIG손해보험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송명근을 향해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월드스타, 선수들과 눈높이 맞추다

아무리 올스타전이라지만,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감독과 선수가 장난치듯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은 흔치 않는 일이다. 그만큼 사제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감독은 팀이 승리하기 위한 작전을 지시하고 그것을 이행해야 하는 것이 선수의 몫이다. 일반 팬들에게 스승과 제자, 상명하복 관계로 정의된다.

그런데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사령탑 부임 후 이런 것들을 서서히 깨뜨리고 있다. 코트 안에서는 냉철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지만, 경기를 하지 않을 때는 선수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려 애쓴다. 선수 시절 그의 별명인 월드스타와는 사뭇 다른 면모였다.

단적인 예가 연패를 당한 뒤 나눴던 ‘소주 대담’이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6일 천안 현대캐피탈전 패배로 3연패 늪에 빠졌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아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것을 인지한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단, 연패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선수들의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줬다.

김규민은 “감독님이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 의외였다”며 “감독님의 배려로 연패에 대한 부담을 없앨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음의 짐을 던 OK저축은행은 4일 뒤 인천 대한항공전을 3-2로 꺾고 연패를 끊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채찍을 써야한다는 판단이 설 때는 매정하게 휘둘렀다. 선수 시절 자신의 스승이었던 신치용 대전 삼성화재 감독의 화법을 벤치마킹했다. 선수들의 자존심을 자극함으로써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김규민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다”며 “단순히 내가 못 하기 때문에 지적을 받는 것이다. 다음에 잘하면 칭찬해주신다”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평소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김세진 감독이기에 혼을 쏙 빼놓는 독설화법도 통했다. 자칫 자신들의 플레이에 도취돼 노력하지 않을 수 있는 선수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 OK저축은행 선수들은 김 감독이 독설한 보람을 느끼게끔 했다. 18승6패 승점 49를 기록, 전반기를 2위로 마쳤다.

▲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이 2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올스타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7블로킹 활약 후 5연승…"선두 탈환위해 노력할 것"

시몬과 송명근이 낸 시너지 효과가 막강했지만 가운데에서 버텨준 김규민도 팀 상승세에 한몫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0일 대한항공전에서 5세트 막판 3연속 블로킹에 성공하는 등 7개의 가로막기를 기록했다. 이는 개인 통산 최다기록이었다. 그는 세트 당 0.548개의 블로킹으로 이 부문 8위, 속공 성공률 58.27%로 5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5전 전패를 안겼던 대한항공을 잡은 OK저축은행은 김규민의 활약을 시작으로 5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12월 30일 삼성화재전을 패하며 연승이 끊겼지만, 4라운드 마지막 경기까지 다시 5연승을 거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선두 삼성화재와 격차는 승점 7이다. 5·6라운드 1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 참이다. 김규민은 “선두를 탈환하기 위해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연승을 달리고 있는데, 이 분위기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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