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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에서 작가가된 김동화 '미제르꼬르디아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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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에서 작가가된 김동화 '미제르꼬르디아와 드라마'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1.26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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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배우에서 공연작가로, 공연작가에서 드라마작가로 변신 중인 김동화(35)를 만났다. 그는 서울예술전문대학 극작과를 졸업한 이후 배우가 됐다. 아름다운 외모와 연기력으로 뮤지컬과 연극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잘나가던 배우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인 스스로 작가의 길이 진짜였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드라마와 뮤지컬로 수년 만에 '주목하는 젊은 작가' 대열에 올랐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노민규 기자 ] 김동화 작가는 최근 두 개의 프로젝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나는 두산아트랩에서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뮤지컬 '미제르꼬르디아'를 무대 위에 올린다. 또 하나는 지상파 드라마 메인 작가로서의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한해 김동화는 배우에서 작가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 '김동화' 잘나가던 배우에서 작가로 변신 계기

김동화의 본래 직업은 배우다. 지난 1999년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8편의 영화와 각종 연극 및 뮤지컬을 소화했다. 특히 공연계에서는 잘나가는 배우였다. 하지만 그는 돌연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작가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원래 제 대학 시절 전공은 극작가예요. 작가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학교에서 우연히 배우로서 활동하던 것이 계기가 되면서 배우가 됐어요. 그러나 제 가슴속에는 항상 글을 써야 한다는 꿈이 존재했죠."

"배우로서 솔직히 중급 이상이었어요. 돈도 많이 벌었고요. 영화도 꾸준히 했고 특히 공연 쪽에서는 괜찮은 배우였죠. (웃음) 지금도 배우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고 요청도 많이 들어와요."

"그렇지만 전 배우에 대한 회의를 느꼈죠. 이혼을 하게 된 일 때문이에요. 6개월도 살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됐죠. 가장 힘든 순간을 맞이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글이 써지더라고요. 그리고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작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드라마 작가로 데뷔 앞두고 편성 좌절 후 '뮤지컬 작품을 시도' 

이혼은 그의 배우 인생을 크게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배우가 지녀야 할 열정과 에너지를 사라지게 했다. 그러나 그는 2012년 7월 배우 박호산과 재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삶과 일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작가로서의 변신이었다.

"남편이 뮤지컬 배우입니다. 같이 공연하면서 만났어요. 서로 사랑이 싹텄고 재혼을 하게 됐죠. 둘 다 재혼이다 보니 결혼식 대신 작품을 무대에 올리자는 계획을 세웠죠. 제가 글을 쓰고 남편과 함께 연기했어요. 그 작품이 '여왕개미'예요. 많은 선후배 배우 동료들이 이 작품을 도와서 공연해 줬어요. 자연스럽게 이슈가 됐고 이를 계기로 제작사인 초록뱀에서 드라마 작품제의가 들어왔죠."

 

김동화에게는 큰 기회였다. 드라마 작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사극 '그미가 그린 놈'을 집필했다. 허난설헌과 허균, 홍길동의 내용을 다룬 이 드라마에 무려 1년을 집중했다.

"드라마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죠. 당시 기획안을 수십 번 고쳤고 작품을 배우들에게 맞추는 작업 등등 포기할까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일들이었어요, 무려 1년을 고생했죠."

하지만 김동화에게 불운이 닥쳐왔다. 무려 1년을 고생하며 만든 작품이 계속해서 제작이 미뤄지다 결국 방송에 편성되지 못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김동화는 뮤지컬을 쓰기 시작했다. '미제르꼬르디아'다.

"'그미가 그린 놈'이 편성되려 한 곳은 tvN이었는데 계속 미뤄지더라고요. 여러 가지로 아쉬운 상황들이 이어졌죠. 결국, 방송사는 2014년 8월 제 작품이 아닌 '삼총사'를 편성했고 '그미가 그림 놈'은 방송을 타지 못하게 됐죠. 그래서 집필을 시작한 것이 뮤지컬 '미제르꼬르디아'였습니다."

 

◆ '미제르꼬르디아', 작가 김동화를 다시 한 번 일으키다

김동화는 드라마 편성 실패 이후 미제르꼬르디아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드라마에서는 다룰 수 없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다루려는 노력을 이어나갔다. 이런 노력은 큰 결실을 맺었다.

'미제르꼬르디아'는 지난 2014년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에서 음악극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이어 2015년에는 두산아트랩의 지원을 받아 낭독공연의 기회를 잡게 됐다. 작가로서 좌절을 맛본 그에게 이 작품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미제르꼬르디아 제목= 미제르는 미저리 비극, 디아는 디오 하느님, 꼬르는 심장을 말한다. 비극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마음이다. "자비를 베프소서 저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드라마 좌절 이후 뮤지컬 '미제르꼬르디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다루기 힘든 '시대의 비극'과 '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미제르꼬르디아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요. 부유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와 남미지역의 땅을 사서 원예와 맥주 공장을 만들죠. 처음에 원주민들은 지역이 개발될 줄 알고 좋아하지만, 이것은 비극의 시작이 돼요. 이주한 유럽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원주민이 먹는 식수를 차단합니다. 원주민 생활은 파멸 직전까지 몰리는 중이죠."

"이 내용을 토대로 꽃의 나라와 물고기 나라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만들었어요. 재미를 추구하고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뮤지컬 형식에 맞춰 다룬 거죠. 이 작품을 공개하자 반응들이 좋았어요. 상도 받게 되고 공연을 올릴 기회까지 얻게 됐고요. '미제르꼬르디아'는 쓰러질 수도 있던 제 작가 생활에 생명을 준 것이나 다름없어요. 대중들도 이 작품을 느껴보시길 바래요."

 

◆ 작가 김동화의 큰 꿈은 여전히 "드라마"

김동화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미제르꼬르디아'는 '음악극 대상', '두산아트랩 지원' 외에도 더 큰 선물을 안겨줬다. 다시 한 번 드라마에 도전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수상 이후 이 작품을 한참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드라마계의 대부이신 이희우 작가 주변에서 연락이 왔어요. 미제르꼬르디아가 너무 좋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감격했죠."

"그리고 얼마후 이희우 작가님께서 저와 같이 지상파 드라마를 하자고 제안하셨어요. 현재 작품은 기획 중입니다. KBS에서 편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니시리즈가 될지 주말드라마가 될지 아직 고민 중이에요. 작가로서 크게 목표로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기회가 다시 와서 지금은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 작가 김동화의 목표? "드라마, 뮤지컬 모두 무조건 잘 쓰는 거죠"

김동화에게 작가로서의 최종 목표를 물어봤다. 공연, 드라마, 영화 중 어떤 장르의 대표 작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어느 한 길만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아요. 작가들도 드라마든 뮤지컬이든 영화든 스스로 경계를 짓고 사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가라면 어떤 장르에도 국한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아가야죠."

"대중들과는 뮤지컬로도 소통할 수 있고 드라마로도 소통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자세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창작자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종영한 '왔다 장 보리'를 보세요. 비록 막장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시청률은 대박이 났죠. 이것은 대중들이 이 작품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는 소리입니다. 아름다운 문학이든 막장드라마든  대중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이것이 창작자와 대중 간의 진짜 소통이죠."

"그래서 저는 대중작가의 길을 선택했고 어떤 작품이든 무조건 잘 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취재 후기] 배우에서 작가로 변신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동화는 이런 과정을 무사히 잘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에게는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중요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대중성이다. 대중을 위해 연기하는 배우 출신 답게 대중을 먼저 생각하고 대중을 위하는 작가 정신이 있는 것이다. 이런 작가 정신을 바탕으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로 완성되길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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