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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암흑기'의 희망으로 빛나는 '거미손'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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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암흑기'의 희망으로 빛나는 '거미손' 박진우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28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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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당 0.84개 블로킹 1위, 우리카드 박상하-신영석 공백 보란듯 메워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우리카드 한새로서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시즌일 것이다. 24경기를 치르는 동안 웃어본 적은 단 2번에 불과하다. 6위 LIG손해보험(승점 22)과 승점차는 11점에 달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프로 3년차를 맞은 센터 박진우(25)가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에 걸쳐 분투하고 있는 김정환과 함께 팀을 이끌고 있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도 리그 최고의 ‘거미손’으로 올라서며 팀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11월초부터 12월 중순까지 10연패 수렁에 빠졌고 지난 8일에는 사령탑이 교체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추진하던 인수기업 물색 작업마저 흐지부지되고 있다. 연이은 악재에도 우리카드가 포기할 수 없는 건 20대 중반을 맞아 배구에 점차 눈을 뜨고 있는 박진우 때문이다.

▲ 박진우는 시즌 내내 꼴찌에 머물러 있는 우리카드의 희망이다. 프로 3년차를 맞은 그는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박상하-신영석의 연이은 입대, 센터 1옵션으로 올라선 박진우 

“(신)영석이도 없고 (안)준찬이도 없고 (박)상하도 없고…”

강만수 전 감독은 시즌 전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시즌을 맞는 각오를 말해달라고 하자 프로야구 김응용 전 감독을 넋두리를 흉내내며 신세 한탄을 했다. 해태 타이거즈 재임 시절 일본으로 떠난 선동열과 이종범의 공백을 걱정하던 김 감독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20대 초반의 대학 졸업 선수들로 창단 멤버를 꾸린 우리카드는 지난 2년간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입대했다. 전력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박상하, 신영석, 안준찬 등이 줄줄이 군복무로 빠지자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특히 신영석과 박상하가 동시에 빠져버린 센터진이 큰 구멍으로 지적됐다. 이 콤비는 20대 초반 선수들 중 단연 눈에 띄어 국가대표로도 찰떡궁합을 과시할 정도였다. 둘은 초창기 시절부터 공수 양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최강 센터 듀오’로 불렸다.

박진우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루키 시즌 13경기 19세트를 뛰는데 그쳤던 그는 지난 시즌 상무에 입대한 박상하를 대신해 주전으로 도약했다. 세트당 평균 0.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이 부문 7위에 올라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더욱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박상하에 이어 신영석마저 상무로 떠나면서 단숨에 박진우가 센터진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블로킹 1위 박진우(오른쪽)는 전문위원회 추천 선수로 올스타에 선발되기도 했다. 지난 25일 V리그 올스타전에서 김광국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박진우. [사진=스포츠Q DB]

◆ 블로킹 일품, 속공 능력 보완 과제 

‘1번 센터’가 된 박진우는 보란 듯이 기회를 잡았다. 현재 세트당 0.8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 최민호(현대캐피탈), 지태환(삼성화재), 시몬(OK저축은행), 레오(삼성화재) 등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중이다. 우리카드 선수 중 개인 타이틀 1위에 올라 있는 선수는 박진우가 유일하다.

종종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 22일 대한항공전에서 팀은 1-3으로 패했지만 박진우는 블로킹을 무려 6개나 잡아내며 12점을 올려 상대 공격진을 힘들게 했다. 최근 3경기에서는 정확히 세트당 1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센터가 갖춰야 할 덕목인 블로킹 능력은 입증됐다. 이제는 공격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육상선수였던 그는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배구에 입문했다. 점프가 느려 속공 능력이 부족해 득점력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을 받는다.

속공 성공률은 45.14%에 불과해 14위에 머물러 있다.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경쟁자 이선규(삼성화재), 하현용(LIG손해보험), 지태환, 김규민(OK저축은행) 등이 모두 60% 언저리의 성공률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는 수치다.

경기대 재학 시절 숱하게 우승컵을 들었던 박진우는 프로에 입문해서는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익숙해졌다. 비록 팀은 정체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한층 성숙하는데 이보다 좋은 경험은 없다. 우리카드라 박진우의 활약이 더 빛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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