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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즐거운 투쟁심으로 맞은 슈틸리케호 '파주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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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즐거운 투쟁심으로 맞은 슈틸리케호 '파주의 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4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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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슈틸리케호 첫 파주NFC 소집, 몸푸는 족구 훈련에도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으로 가득

[파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북쪽과 가까워서인지, 아니면 근처 임진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 때문인지 3월의 파주는 여전히 쌀쌀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가 모인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는 꽃샘추위는 어느덧 사라지고 뜨거운 열정만 남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월 A매치 2연전을 치르기 위해 24일 경기도 파주 NFC에 집결했다. 지난해 9월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팬들에게 처음으로 인사하고 10월에 데뷔전을 치렀으니 이번이 슈틸리케 감독 부임 6개월이었다.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넘어 이제 러시아 월드컵을 바라보고 뛰는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소집 첫날부터 다소 삐걱거렸다. '완전체'가 되지 못했다.

은퇴경기를 위해 오는 30일 대표팀에 합류하는 차두리(35·FC 서울)를 빼고 모여야 했던 선수는 22명. 하지만 김진수(23·호펜하임)가 분데스리가 경기를 치르고 난 뒤 뇌진탕 증세를 보여 소집이 불발됐고 그토록 대표팀 승선을 간절히 바랐던 김은선(27·수원 삼성)도 감기 몸살로 인한 열이 내리지 않아 역시 오지 못했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24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실시한 첫 소집훈련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러닝으로 몸을 푸는 가운데 울리 슈틸리케 감독(오른쪽)이 생각에 잠겨있다.

곽태휘(34·알 힐랄)는 인천국제공항에 낮 12시 20분에 도착, 12시 30분까지 파주 NFC에 들어오지 못했다. 소집 약속시간까지 들어온 선수는 19명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평가전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또 지동원(24·아우쿠스부르크)과 김보경(26·위건 어슬레틱), 윤석영(25·퀸즈파크 레인저스) 등을 새로 불러 주전 경쟁에 불씨를 당겼다. 선수들은 여전히 투쟁심을 발휘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 언제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뛴다는 '캡틴 기'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수의 차출 불발로 인해 대체 선수를 뽑지 않겠다고 했다. 또 김은선의 상태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일단은 20명 체제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함께 하지 못하고 새롭게 들어온 선수는 모두 7명이다. 장현수(24·광저우 푸리)를 대체한 정동호(25·울산 현대)와 김기희(26), 이재성(23·이상 전북 현대), 윤석영, 김보경, 지동원, 김은선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김은선은 파주 NFC에 아직 들어오지 못했다.

새로운 선수와 기존 선수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역시 대표팀 주장의 책임이 막중하다. 아직 주장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아시안컵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던 기성용이 유력하다. 기성용은 소집 첫날 인터뷰에 선수들을 대표해 나오기도 했다.

기성용도 이를 잘 아는 듯 보였다. 기성용은 "아직 주장을 맡을지에 대해 결정나지 않았지만 다시 주장완장을 찬다면 새로운 선수들이 기존 있는 선수들과 호흡을 빨리 맞출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한 기성용은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기성용이 24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실시한 첫 소집훈련에서 패스 연습을 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던 기성용은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2018년이면 서른이 되는 나이다. 그래서 다음 월드컵에 뛸 수 있을지 몰라서 얘기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뛴다. 그렇기에 A매치를 뛰면서 단 한번도 쉽게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월드컵 본선도 쉽지는 않다. 예선부터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며 "선수들이 조금 더 준비를 잘해야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이런 평가전도 허투루 볼 수 없다. 다가올 경기를 잘 대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파주 그라운드를 쩌렁쩌렁 울린 '족구왕 손흥민'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회복 훈련을 지시했다. 주말 경기를 뛰고 온데다 유럽에서 온 선수들은 장시간 비행까지 했다. 회복이 가장 중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부터 회복 훈련으로 족구를 실시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전 족구와는 약간 달랐다. 이전 족구는 네트를 무릎 높이로 내려서 했다면 지금은 가슴까지 높였다. 족구가 아니라 거의 세팍타크로 수준이다.

족구 경기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기성용 등과 함께 주황색 조끼를 입고 한 팀이 돼 이정협(24·상주 상무) 등이 버틴 녹색 조끼팀과 맞붙었다. 첫 세트에서 한때 6-1까지 앞섰던 손흥민 팀은 동료 선수들의 잦은 실수에 역전을 당하자 목소리를 높이며 분발을 촉구했다. 애매하게 판정이 날 때는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손흥민(왼쪽)이 24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실시한 첫 소집훈련에서 기성용, 곽태휘 등 선배 선수들과 함께 얘기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몸을 풀고 있다.

첫 세트를 아쉽게 진 뒤 손흥민은 조끼까지 벗어던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손흥민의 투쟁심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자 2세트에서 손흥민 팀이 이기면 골대 맞히기로 결승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지는 팀은 대표팀 소집 때마다 단골 코스인 '마트 털기'를 해야만 했다. 손흥민의 투쟁심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고 가위차기 연습을 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2세트에서 손흥민은 기회만 있으면 가위차기를 하며 훈련 장면을 지켜보던 취재진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듀스 없이 치러진 2세트에서 10-10이 된 순간 손흥민은 다시 한번 가위차기로 경기를 끝내겠다며 별렀다. 그러나 손흥민의 회심의 가위차기는 선을 한참 벗어났다. 공이 아웃되는 모습을 보면서 손흥민은 잔디에 얼굴을 파묻었다. 손흥민 팀 선수들은 한 사람에게 몰아주자며 골대 맞히기를 했다. 결국 가장 마지막까지 골대를 맞히지 못한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훈련이 끝난 뒤 "사실은 박건하 코치님의 지갑을 열려고 작정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가위차기로 점수를 많이 벌었는데 다른 선수들이 점수를 잃는 바람에 졌다. 하지만 마지막 점수를 내가 줬으니"라고 말끝을 살짝 흐렸다. 숙소로 들어가면서 "아, 형들이 벼르고 있던데"라며 중얼거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대표팀 막내였다. 그래도 투쟁심만큼은 대표팀 내 최고였다.

◆ 처음 먹어본 파주 밥이 맛있다는 '상병 이정협'

이정협이 호주 아시안컵부터 대표팀에 들었지만 파주 NFC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주도 전지훈련을 통해 처음 슈틸리케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에는 곧바로 호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파주 NFC에 들어온 이정협은 "파주 밥이 그렇게 맛있다던데"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찾아온 대표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대표팀에는 지동원(24·아우쿠스부르크)이 들어와 원톱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동원이 분데스리가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설명이지만 이정협은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배웠던 것을 이번에는 그라운드에서 펼쳐보이겠다며 별렀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구자철이 24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실시한 첫 소집훈련에서 족구로 몸을 풀고 있다.

이정협은 "지동원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낸 친구 사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양보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정협과 지동원이 먼 친척관계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둘의 주전 원톱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파주 NFC에서 족구를 통해 첫 훈련을 마친 이정협은 "사실 국군체육부대에서는 족구를 잘 하지 않는다. 좀 어려웠다"며 "그래도 역시 파주 밥은 맛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선수 못지 않은 제주도 아주머니의 열정

이날 파주 NFC에는 특별한 아주머니 팬이 찾아왔다. 8세 큰 딸과 5세 작은 아들을 데리고 나온 아주머니 팬은 훈련이 끝나자마자 달려들어와 가장 마지막에 훈련을 마친 손흥민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평소 같으면 파주 NFC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할 일이었지만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는 말에 특별히 허가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큰 딸은 "공항에서 차를 타고 오느라고 힘들어 죽겠어요"라며 입을 삐죽거렸다. 손흥민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도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반응이었다.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아주머니 고모(38)씨였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이 학교를 마치자마자 오후 2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이들은 훈련이 끝나기 직전인 오후 5시30분 가까스로 파주 NFC에 도착했다. 기성용도 보고 싶었지만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가까스로 손흥민과 조우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후에도 아주머니 팬은 파주 NFC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은 '뭐가 즐겁냐'는 반응이어서 취재진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래도 손흥민과 단 3분의 만남과 사진을 찍기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온 열정 하나만큼은 인정해줘야 했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손흥민(왼쪽)과 구자철이 24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첫 소집훈련을 하기 위해 어깨동무를 하고 그라운드에 들어서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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