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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새 얼굴들이 변화시킨 창의성, 슈틸리케호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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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새 얼굴들이 변화시킨 창의성, 슈틸리케호의 '가능성'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7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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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우즈벡 뒤흔드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수비진은 조직력 맞지 않아 다소 불안

[대전=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지난 1월 호주에서 벌어졌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당시 멤버와 비교해 선발 출전 선수 5명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만큼 신선했다. 또 새로 들어온 선수인만큼 의지나 동기부여에서도 강했다. 다만 수비진은 다소 불안했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초청 대표팀 평가전에서 구자철(26·마인츠05)의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조케르 쿠지보예프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한국 축구대표팀으로서는 우즈베키스탄과 역대 10번째 홈경기에서 처음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경기 내용도 한국이 우즈베키스탄보다 앞선 것은 없었다. 한국은 후반에 단 1개의 슛에 그치며 모두 5개의 슛을 기록한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전반 중반부터 미드필드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며 전후반 90분동안 10개의 슛을 때렸다. 슛 숫자가 경기 내용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공격 기회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 [대전=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재성(가운데)이 27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다만 선수가 5명이나 바뀌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호주 아시안컵 당시 경기력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는 최고의 경기력과 조직력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승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대회였지만 이번 경기는 승패보다는 경기 내용이나 선수 테스트에 중점을 두는 평가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슈틸리케 감독도 "결과는 분명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퇴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 슈틸리케 감독에게 합격점 받은 '뉴 페이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단연 이재성(23·전북 현대)이었다. 이날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가운데 이재성은 오른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다. 김보경(26·위건 어슬레틱)과 구자철이 나란히 이정협(24·상주 상무)의 뒤에 서고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과 이재성이 나란히 좌우 측면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날 이재성은 후반 41분 한교원(25·전북)과 교체돼 물러나기 전까지 85분 넘게 활발한 활동량을 자랑했다. 현장 취재진에서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재성은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어떻게 보면 전북에서 보여줬던 것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며 전방위로 움직였다. 공격포인트만 있었더라면 구자철이 아닌 이재성이 경기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가 될 수도 있었다.

▲ [대전=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보경이 27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며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재성의 활약상을 본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은 "이재성은 갑자기 나타난 선수가 아니라 오랜 내공이 있는 선수다. 이미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며 "소속팀 전북에서도 1년만에 주전을 꿰찬 선수다. 그냥 어린 선수로 봐서는 안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재성을 오랫동안 지켜봤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봤던 모습 중에서 오늘 경기가 최고였다"고 대만족을 표시했다.

이재성은 "경기 전날 훈련에서 너무 많이 긴장을 해 실수가 잦았다. 긴장과 실수는 어제로 끝내고 오늘은 긴장을 완전히 풀고 경기했다"며 "슈틸리케 감독님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한 말이 더 큰 힘이 됐다. 그저 열심히 뛰었다"고 웃어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재성 외에도 다른 '뉴 페이스'에 대해서도 합격점을 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동호(24·울산 현대)는 부상 때문에 전반에 교체시켰지만 그 전까지는 좋은 활약을 했다; 또 윤석영(25·퀸즈파크 레인저스)도 왼쪽 측면에서 자기 플레이로 수비를 잘해줬고 공격에서도 오버래핑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김보경에 대해서도 "좋은 개인기를 보여줬다. 수비를 하다가 공격으로 전환했을 때 자기가 갖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기회를 만들어가는 빌드업이 필요한데 김보경이 바로 그 역할을 해줬다"고 밝혔다.

▲ [대전=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윤석영(오른쪽)이 27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잘해주면서 선수층이 두꺼워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고 정리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이기진 못했지만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으로 대표팀의 주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여기에 슈틸리케 감독은 하나를 더 붙였다. "경기 내용이나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계속 실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월드컵 예선전이 벌어지는 기간이라도 굳이 베스트 11을 결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경쟁을 시키겠다는 의미다.

◆ 다소 흐트러진 수비력, 선수 변화 따른 어쩔 수 없는 문제점

한국 축구대표팀은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호주와 결승전에서 1-2로 지기 전까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철벽 수비를 자랑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는 어이없는 실점을 했다. 사르도르 라시히도프에게 한 순간에 페널티지역 왼쪽이 뚫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김승규(25·울산)가 라시히도프가 갖고 있는 공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려봤지만 이보더 먼저 땅볼 패스로 쿠지보예프에게 전달됐다. 쿠지보예프는 텅 비어있는 골문을 향해 왼발을 툭 갖다대기만 했고 공은 골라인을 넘어갔다.

구자철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하고도 이정협의 부상으로 10명이 뛰는 수적인 열세 속에서 한순간 집중력과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나온 실점이었다.

▲ [대전=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오른쪽 풀백 정동호가 27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터치라인 부근에서 공을 살려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윤석영이나 정동호를 비롯해 김기희(26·전북)까지 포백 가운데 3명이 바뀐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조직력 측면에서는 아시안컵 당시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집중력까지 흐트러진 부분은 지적받을 것이지만 선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문제점으로 의미를 축소해도 된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도 최상의 경기력은 아니었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 경기를 지켜본 차상광 17세 이하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전반에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보였다.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다보니 한국 선수들을 막기 위해 파울이 대거 나왔다"고 지적했다.

송영주 해설위원도 "아무래도 3명의 수비가 바꾸다보니 조직력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어보였다"며 "윤석영과 정동호의 오버래핑도 그렇게 많이 눈에 띄지 않았고 상대 공격을 막는 것도 조금씩 부족했다"고 말했다. 윤석영과 정동호가 좌우 풀백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서둘러 포백 수비 조직력에 녹아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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