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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로 흥-욱일기로 망, 일본 '업다운'에 팬들도 분열 [월드컵 핫&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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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로 흥-욱일기로 망, 일본 '업다운'에 팬들도 분열 [월드컵 핫&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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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르헨티나를 잡아낸 일본. 관중들은 관중석을 깨끗이 청소하는 성숙한 관람 문화를 보여주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은 2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치른 코스타리카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응원팀 패배에도 관중들은 깨끗하게 관중석을 청소했으나 이에 앞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위로 도마 위에 올랐다. 욱일기가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일본 축구 팬들이 27일 코스타리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 욱일기를 들고와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욱일기는 일본이 19세기 말부터 태평양전쟁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 전쟁 때 사용했던 군대의 깃발로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것이다.

일본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욱일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은 선수는 물론이고 관중들에게도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욱일기가 등장했을 때는 제대로 제지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독일의 나치 하켄크로이츠가 상징하는 바와 다를 게 없지만 국제적으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탓이 컸다.

다행스럽게도 이날은 달랐다. 일본 관중 일부는 욱일기를 경기장 곳곳에 붙이려고 했고 흔들기도 했으나 안전요원들로 인해 제지를 받았고 이날은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의 역사 왜곡 바로잡기와 욱일기 퇴치 운동 등에 앞장서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적관계망(SNS) 계정을 통해 “이는 FIFA가 드디어 욱일기 응원을 공식적으로 제지한 것이라 아주 의미가 크다”며 4년 전 러시아 월드컵부터 욱일기의 문제점에 관한 영상을 만들어 전 세계에 홍보하고 FIFA 측에 꾸준히 항의해온 한국 누리꾼들 덕분에 이번 성과가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타리카에 일격을 당해 0-1 패배를 당한 일본 선수들(왼쪽)이 허탈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이날 코스타리카를 압도하고도 골을 넣지 못했고 후반 막판 어설픈 수비 속 결승골을 헌납하며 0-1로 졌다.실망스러운 결과에도 관중들은 일본을 상징하는 파란색 봉지로 응원을 펼쳤고 이를 활용해 경기 후엔 쓰레기를 담아 퇴장했지만 이중잣대를 보는 시선은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독일과 1차전 때 ‘전범 매치’라는 비아냥도 따랐지만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독일과 달리 여전히 역사왜곡을 일삼고 수시로 욱일기를 꺼내드는 일본의 행태는 결코 개인의 일탈이라고만 볼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이에 대한 확실한 제지나 주의 등이 없다는 건 이를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허탈한 패배에 일본 내에서도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차전까지만 해도 뛰어난 용병술로 박수를 받았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향한 경질론이 불거지고 있다. 과거 아시안게임, 도쿄올림픽 등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통계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독일을 꺾으며 75%까지 올랐던 일본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이날 패배로 20%로 폭락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을 만하다.

경기 후 응원을 펼친 봉투를 활용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일본 관중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나아가 선수기용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모리야스 감독이 1차전 독일을 잡아냈을 때와 달리 선발 라인업에서 5명의 변화를 줬기 때문.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미토마 가오르(브라이튼)을 쓰지 않은 것도 여론을 들끓게 만들고 있다. 이 모든 비판은 2차전 패배 이후 한순간에 폭발하고 있다.

심지어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일에도 아니꼬운 시선이 따라 붙었다. 이가와 모토타카 다이오제지 전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기분 나쁜 일은 그만하라. 쓰레기 줍기로 칭찬받고 기뻐하는 노예근성이 싫다”며 “단적으로 축구장 쓰레기를 주운 것으로 칭찬받고 기뻐하는 것 외에는 자존감을 채울 게 없을 만큼 일본이 자랑할 것 없고 가난한 나라가 됐다는 것”고 이라고 비판했다. 대체로 반발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일본의 지나친 ‘보여주기식 문화’라며 공감이 된다고도 했다.

독일을 잡아냈지만 벼랑 끝에 몰렸다. 이제 만날 상대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는 스페인이다. 승리하지 못하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일본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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