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영원한 우승후보의 위용이다. 브라질은 브라질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여정이 4경기로 마무리됐다.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1-4로 완패했다.
피파랭킹 1위 브라질의 화려한 퍼포먼스 앞에 순위가 27계단 아래인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었다. 6개월 전 안방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친선 평가전에서 당했던 것(1-5 패)과 결과도, 내용도 유사했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2-0) 카잔의 기적, 이번 대회 조별리그 포르투갈전(2-1) 알라이얀의 기적 같은 파란은 브라질을 상대론, 그것도 녹다운 토너먼트에선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수준 차가 너무 현격해 국민들의 아쉬움도 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브라질은 월드컵 최다우승국(5회)이다. 초대 대회인 1930 우루과이부터 이번 2022 카타르까지 22회 월드컵에서 ‘개근’한 유일한 나라다. 월드컵 2연패(1958 스웨덴, 1962 칠레)에 성공한 나라가 브라질과 이탈리아밖에 없다.
대회 전부터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해외 주요 도박사이트 26곳의 우승 배당률 평균은 3.5:1로 아르헨티나, 스페인, 잉글랜드 등 다른 축구강국들을 앞질렀다. 자국 레전드인 ‘축구 황제’ 펠레가 대장암 투병 중이라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우승 도전을 향한 동기부여도 상당했다.
네이마르(PSG),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히샬리송(토트넘 홋스퍼) 등은 한두 명 정도는 가볍게 벗겨내는 우아한 컨트롤로 감탄을 자아냈다. 골키퍼 알리송(리버풀)은 야속했다. 놀라운 운동능력으로 황희찬, 손흥민의 슈팅을 멋지게 막아내 애를 태웠다.
그중에서도 브라질의 3·4번째 득점 과정은 압권이었다. 속공을 펼칠 때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현란했다. 또 달려드는 동료들에게 알맞게 찔러 주는 패스는 화려한 삼바 리듬을 연상시켰다. 마무리는 깔끔했다. 골키퍼 김승규가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한국은 포르투갈전 이후 단 74시간만 쉬고 나왔다. 16강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한 주요멤버들이 그대로 또 피치를 밟았다. 카메룬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힘을 완전히 빼고 로테이션을 돌린 브라질에 체력조차 뒤졌으니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선배들도 완패를 인정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잘 하는 건 잘 하는 거다. 많이 속상하다. 이렇게 격차가 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박지성 SBS 위원도 “브라질은 우리가 집중력을 잃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거머쥔 월드클래스 캡틴 손흥민(토트넘)도 실력 차를 시인했다. 경기 직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풀죽은 목소리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차이를 좁히는데 어려운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의 브라질전 역대전적은 1승 7패가 됐다. 한국 축구는 세계 최고로 공을 잘 차는 나라가 지는 순간 짐을 싸는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에서 마음 먹고 임하면 어떤 레벨인지를 직접 확인하는 아주 값진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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