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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벤투, '그저 벤버지셨습니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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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벤투, '그저 벤버지셨습니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08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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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월드컵에 돌입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축구 대표팀을 향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다. 역대 최고 수준 선수단이라는 평가와 대비됐던 가장 큰 이유는 파울루 벤투(53) 감독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단 한 달. 벤투 감독이 자신을 향한 여론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데 걸린 시간이다. 특히나 세계 강팀들을 상대로도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며 이뤄낸 16강 진출은 적지 않은 울림을 전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많은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금의환향한 대표팀을 팬들은 진심으로 뜨겁게 반겼다. 월드컵 전까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이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귀국 행사에서 팬들의 환호에 엄지를 들어올리며 화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묵묵히 버틴 벤투, 결과로 증명한 ‘빌드업 축구’

2018년 부임 후 4년 4개월 동안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라 불리는 한 길만을 팠다. 월드컵 예선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으나 세계 수준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랐다. 브라질과 평가전 1-5 대패 이후 월드컵 수준의 팀들과는 맞붙지 않았고 이강인(마요르카)과 같은 선수들을 좀처럼 기용하지 않는 것에도 비판이 커졌다.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도 역시나 벤투 감독은 어렵지 예상할 수 있었던 라인업과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동안 비판의 중심에 섰던 나상호(FC서울)과 정우영(알 사드) 등은 대표팀 핵심 전력으로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고 이강인에게도 기회를 주며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가나전 2-3 패배는 뼈아팠지만 분명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고 강호 포르투갈전엔 직전 경기에서 퇴장을 당하며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음에도 대표팀은 4년 넘게 잘 준비된 덕에 대표팀은 2-1 극적인 역전승으로 12년 만에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만큼이나 한국 축구가 보여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강호들을 상대로 잔뜩 웅크려든 채 역습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공을 점유하며 플레이를 펼치는 방식으로 오른 16강이어서 더 의미가 깊었다. 회의적이었던 시각을 ‘우리도 선진적 축구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바꿔놓았다는 게 놀라웠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이러한 희망을 찾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벤투 감독(왼쪽에서 3번째)은 4년간 잘 준비한 축구로 월드컵 16강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사진=연합뉴스]

 

◆ 들끓었던 비판 여론, ‘벤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벤투 감독을 향한 여론은 순식간에 변화했다. ‘고집불통’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벤버지’, ‘지략가’, ‘뚝심의 사나이’ 등으로 바뀌었다. 

이날 인터뷰를 가진 벤투 감독은 “인생뿐 아니라 축구에서도 우리가 하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원칙을 정해서 실천해 나갈지 등을 고민하는 것은 축구뿐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다. 난 우리가 하는 것, 우리의 준비, 그리고 우리의 선수들을 믿으면서 나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선수들에게 이게 최고의 축구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나의 축구에 믿음을 가지고 따라왔다는 것이다. 결국 믿음이 있었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단에게 깊은 신뢰를 받아왔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한 선수들은 그의 선진적 훈련 방식과 이와 관련한 소통 과정 등을 높이 샀다. 손흥민은 이날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좋은 경기력 보여줄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4년 동안 똑같은 방향으로 준비해 이룬 성과라 더욱 뜻깊다”고 전했다.

벤투 감독(오른쪽)은 "선수들이 최적의 상태,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 떠나는 벤투, 한국 축구를 향한 조언

우루과이와 첫 경기가 끝난 이후부터 벤투과 재계약을 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벤투 감독이 재계약을 원했는데,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아시안컵까지 1년을 보장한 뒤 결과에 따라 3년을 더 연장하는 1+3 방식을 원해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벤투 감독은 한국을 떠난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미 선수단과도 이야기를 마쳤다. 손흥민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등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함과 함께 진한 아쉬움을 남겼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사실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있다. 선수들도 항상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결정은 하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여러 요소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자세한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축구 팬들은 벌써부터 벤투 이후에 대해 걱정한다. 4년 동안 열심히 쌓아왔고 월드컵에서 과정과 결과 모두 합격점을 받은 축구가 한 순간에 무너져내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차기 감독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차기 감독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선수들이 최적의 상태,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전을 승리로 이끈 손흥민(오른쪽)은 "벤투 감독의 마지막 경기를 벤치에서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스승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모든 것들을 축구협회가 분석해서 잘된 부분은 계속 이어나가고 잘 안 된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며 “그라운드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의 준비나 지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년 전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에 선수로서 마지막 대회에 나섰던 그는 한국에 덜미를 잡혀 아쉬움을 안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다시 한 번 한국과 연을 맺고 감독으로서 준비한 이번 월드컵은 달랐다. “당시와는 달리 긴 과정이었고 전체적으로 잘 진행이 됐다”며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우리의 스타일지키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 개인적 커리어에도 연결이 돼있긴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제는 내 인생, 기억에서도 항상 남아 있을 것”이라고 끝맺음했다.

수많은 비판에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갔고 선수단의 깊은 신뢰를 샀다. 이를 바탕으로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아낸 성공한 지도자로 이름을 남겼다. 2002년 4강 신화를 이뤄낸 거스 히딩크 감독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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