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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장 불태운 베테랑 파워, 응답한 만원 관중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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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장 불태운 베테랑 파워, 응답한 만원 관중 [기자의 눈]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5.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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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농구장은 후끈했다. 난방 효과도 있었겠지만 수천 명의 관중들로 들어찬 농구장의 열기는 대단했다. 7일 안양 KGC인삼공사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봄농구’가 아니라 ‘여름농구’에 가까웠다. 많은 사람들이 겉옷을 벗었고 반팔을 입는 사람들도 있었다.

챔프전 1차전을 제외한 6경기가 모두 매진됐다. 7경기 총관중은 3만7059명. 야구나 축구처럼 몇만 명이 모이는 종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7차전에는 최다인 5905명의 관중이 몰렸다. KGC 관계자는 “KGC가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등 성적이 좋아 안양 내 팬들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KBL 최고 인기구단인 서울 SK 나이츠가 챔프전에 올라온 것도 한몫했다. 매 경기 명승부가 나왔고 한 팀이 앞서 나가면 바로 따라붙는 ‘장군멍군’이 이뤄졌다는 점도 흥행 요소였다.

격일로 경기가 펼쳐지는 강행군 속에서 선수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조금 더 뜨거웠던 건 베테랑이었다.

안양 KGC 양희종(왼쪽), 오세근이 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7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경기에서 100-97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받아들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KGC 오세근(36)은 7경기에서 평균 35분 56초를 뛰면서 19.1득점 10리바운드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그는 통산 5시즌 챔프전에 나섰는데, 신인 시절이었던 2011~2012시즌(평균 36분 39초)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다. 오세근은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오면 거의 탈진 상태처럼 보였지만 어김없이 하루 쉬고 경기에 나섰다. 김상식(55) KGC 감독은 “오세근 본인은 힘들어도 뛰겠다고 하더라. 챔프전 경험도 많고 하니 본인이 무리해서라도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챔프전을 내줘 가려졌지만 SK 김선형(35)의 활약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했다. 7경기에서 평균 34분 22초를 뛰면서 18.3득점 8.6도움 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4~6차전에는 체력적 안배를 위해 1쿼터 중후반부터 나섰음에도 나온 기록이다. 특히 7차전에는 선발 출전해 연장전까지 무려 43분 48초를 소화하면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7점을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 두 베테랑의 대활약을 넘어선 한편의 스토리가 이번 챔프전에 있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KGC 양희종(39)이 주인공이다. 오른 어깨 부상으로 4차전부터 출전하지 못한 그는 그대로 더 이상 코트를 밟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어떻게든 17년 동안 팀에 공헌한 스타의 마무리를 멋지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서울 SK 김선형이 7일 오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7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경기에서 슛을 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서울 SK 김선형이 7일 오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7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경기에서 슛을 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마지막 7차전에서 기회가 왔다. KGC가 100-97로 앞선 경기 종료 3.4초전. 아무리 3점 차지만 종료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팽팽한 상황 속에서 김 감독은 양희종을 코트에 넣었다. KGC는 그대로 경기를 끝냈고 양희종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코트에서 우승 축포와 함께 마무리했다. 양희종은 "선수로 마지막을 코트에서 밟으며 끝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웬만한 지도자들은 못할 것 같은데 감독님이 세세한 걸 신경써주셨다"고 말했다.

챔프전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경기 종료 3.4초전에 나온 셈이다. 농구장 불태운 베테랑의 힘과 이에 응답한 만원 관중, 그리고 감동의 스토리까지 올 시즌 챔프전은 이렇게 우리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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