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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숙의 단단함은 엄정화를 닮았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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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숙의 단단함은 엄정화를 닮았다 [인터뷰Q]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3.06.23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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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지난해 데뷔 30주년을 넘어 선 엄정화가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는 소감을 전했다. 여전히 대중들의 응원에 눈시울을 붉히고, 또 다시 달려나갈 힘을 얻는 엄정화를 만났다.

지난 5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불륜'이 중심 소재로 자리했지만, 20년차 전업주부에서 꿈을 찾아 도전에 나선 차정숙의 성장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종영 직전 서울 강남구 사람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엄정화는 "재밌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잘 따라 주실지는 몰랐다. 잔잔하고 착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매일매일이 신난다"고 종영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는 "제 이름이 아니라 차정숙으로 불려질 때 실감한다. 이런 건 또 처음이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처음 느낀 기분이다. 너무 좋다"고 답했다.

이어 "캐릭터로 불리는 게 어렵지 않나. 그만큼 차정숙과 동일시 되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많은 분들이 차정숙을 응원하는 건지 엄정화를 응원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큰 응원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특히 최근 tvN '댄스가수 유랑단'으로도 대중을 만나면서 배우이자 가수인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를 향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엄정화는 이에 대해 "최근 몇년에는 떨어지는 느낌으로 지냈는데, 최근 무대에서의 환호를 다시 만나게 돼서 더 기쁘다. 차정숙 인기와 합쳐져서 더 호응 받는 느낌이다. 드라마에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축제 무대에서요? 어린 친구들이 내가 누군지 아는 것도 기뻤는데 '차정숙~' 해서 놀랐죠. 제가 엄정화가 아니라 차정숙으로 불린다는 것도 기쁘더라고요. 오랜만에 무대 선 것도 기쁜데, 차정숙이라고 불리는 것도 기뻤고, 떼창 해주는 것도 기뻤고. 3단 콤보였어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 "차정숙의 모든 선택과 삶에서 힘을 얻었어요"

엄정화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엄마였던 20년차 전업주부였던 차정숙이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고서야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서게 된 '인생 봉합기'를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연기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차정숙의 행보는 엄정화에게도 매 순간 공감이었다. 엄정화는 "정숙이가 레지던트 시작하고 나서 딸이 '왜 오빠랑 나랑 차별하냐, 나 고3인데'라고 따질 때, 정숙이가 딸한테 '니가 고3이지 내가 고3이냐' 얘기할 줄 몰랐다. 사실 모든 엄마들이 하고 싶은 얘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숙이의 단단함, 그럼에도 해내겠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고 짚었다.

20년 동안 주부라는 틀 안에 갇혀 느껴야만 했던 공허와 무력감부터 다시 레지던트가 되어 발산해 내는 뜨거운 열정까지, 엄정화는 극 속에서 차정숙 그 자체로 존재했다. 그는 "정숙의 상황과 감정 따라가면서도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불쌍해보여야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했다. 많은 분들이 가엽게 여기고 공감해주셔서 저도 놀랐다. 그냥 (캐릭터를) 잘 따라온 것 같다. 불쌍한 걸 강요하지 않았던 게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정숙과 엄정화는 얼마나 닮아 있을까? 엄정화는 "정숙이의 삶을 대하는 자세? 닮았다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어 "힘든 상황이나 벽에 부딪혔을 때 숨기보다 앞으로 나아가서 자기 스스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마음. 그게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마침내 남편 서인호와 이혼하게 된 결말에 대해서도 만족했다. 엄정화는 "정숙이가 오롯이 혼자 가는 걸로 마무리가 됐다. 댓글 보니 많은 분들이 그걸 원하시더라. 저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며 "남편에게도 로이에게도 기대지 않고 다른 인생을 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촬영하면서 차정숙의 모든 선택과 삶에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게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고, 내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정숙이의 선택도 외롭거나 불행한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자기 삶을 찾아보겠다는 멋진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 "10년 후? 어디 두고 봅시다!" 엄정화의 원동력

'닥터 차정숙'은 엄정화가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후 약 5년 만에 복귀하게 된 작품이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인 만큼 부담도 적지 않았다. 엄정화는 "대본 받고 촬영까지 1년을 기다렸는데, 촬영 끝나고도 편성이 미뤄졌다"며 "이 대본 꼭 연기하고 싶었고, 많은 분들에게 공감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촬영했는데 편성까지 미뤄져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만나게 된 첫 방송 날은 어땠을까. 엄정화는 "엄청 부담되고 불안했다. '유랑단' 첫 무대랑 첫 방송이랑 겹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다음 날 동료들, 가족들 메시지나 기사들 보고 엄청 감동했다. 모든 힘든 시간들이 없어지면서 진짜 행복했다. 그 때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 난다. 그만큼 많이 긴장했다"고 생생한 소감을 전했다.

엄정화는 지난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수술 과정에서 성대 한 쪽이 마비돼 8개월간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급성 간염으로 수술을 받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은 차정숙의 서사가 그를 떠올리게 한다는 시청자 반응에 엄정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엄정화는 "저에게는 큰 수술이었다. 수술 마치고 나서 시야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인생이 별게 없구나, 정말 언제 어떤 일에 부딪힐지 모르고 건강 잃으면 다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지금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내 인생을 위해 살자는 마음가짐이 차정숙과 비슷한 점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정숙이와 지내는 시간이 저에게도 더 공감이 되고 치유가 됐던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많이 사랑을 받으니까 치유가 된 것 같습니다.(웃음)"

'차정숙'을 향한 응원은 엄정화에게도 원동력이 됐다. 엄정화는 "이 사랑으로 한참 또 갈 수 있겠다 느낀다"며 "이런 시간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뜨겁게 사랑받으니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사실 다른 고민들도 있는데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기뻐야 돼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기쁨을 온전히 드러냈다.

"꿈꾸기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하지만 꿈꾸기 늦은 나이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 점에서 요즘이 정말 신나요. 조금 더 꿈꿀 수 있게 돼서 기쁘고요. 제 또래나 자신감 떨어지는 분들이 저를 봤을 때 '할 수 있겠다' 생각하게 된다면 감사한 일일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꿈꿀 수 있어 기쁘다'는 엄정화가 꿈꾸는 앞으로의 10년은 어떨까? 잠시 고민하던 엄정화는 "생각을 못하겠다. 30대에서 40대 생각할 때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거야, 싶었는데 50대에서 앞으로 10년은 잘 안 떠오른다"고 답하면서도 "그 때도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다. 뭘 할지 미리 정해놓지는 않으려고 한다. 어디 두고 봅시다!"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이 일을 좋아하는 게 제 원동력이다. '이런 게 힘들어서 못하겠다'가 아니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히 크다"고 밝힌 엄정화는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묻자 엄정화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다. 안 줘서 못 했다"며 "사극은 한 번도 들어와 본 적이 없다. 한 번 들어온 적 있는데 그 때는 자신이 없어서 고사했었다. 제 마음이 움직이는 역할은 악역이든 사극이든 장르 뛰어넘어서 해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것 많다는 건 참 좋은 거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제가 거장 감독님과 작품을 해 본 적이 없어요. 필모그래피를 보시면 신인 감독 입봉작이 많았거든요. 봉준호 감독님 같은 거장과 함께 작업하면 어떻게 변신할 수 있을까 기대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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