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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예산 전액 삭감'... 한국영화, 동아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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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예산 전액 삭감'... 한국영화, 동아줄도 없다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9.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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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지역 영화제, 예술 영화제, 장편 애니메이션에 이어 지역영화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지역영화 네트워크 및 영화단체는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역영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예산 전액 삭감' 결정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지역영화 네트워크 및 영화단체에는 강원, 광주, 대구경북, 대전, 부산, 인천, 전북, 제주독립영화협회와 지역영화관, 지역제작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문체부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지역영화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 지원 사업'의 예산을 0원으로 전액 삭감 결정한 것은 지역영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처사"라며 "전액 삭감 결정에 있어 지역영화 생태계를 고려한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지역영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 결정에 반대하고, 원상복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 지원 사업'은 4억원, '지역영화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 8억원의 예산으로 진행됐다. 영진위 전체 예산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체부는 2024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사실상 지원 제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장기간 영화 지원 사업을 준비해 온 영화인들에게는 당혹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지역영화 지원 사업은 2013년 문화기본법 제정과 함께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과제로부터 출발했다. 이후 5년 만인 2018년 본격적인 지원사업이 시작됐다. 예산이 전액 삭감된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 지원 사업', '지역영화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은 해당 과제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영화인 육성 및 교육 프로그램, 지역영화 배급사업, 지역민의 영화문화 향유를 위한 상영 프로그램 운영 등이 이어져 왔다.

지역영화 네트워크는 ▲영화진흥위원회 지역사업 관련 사업 원상 복구 ▲일방적인 사업 폐지와 예산 삭감 철회 및 지역영화문화 발전 논의 테이블 마련을 요구하며 "12억 예산이 삭감되고 사업이 폐지되는 일이 이 정부에게는 간단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간단한 결정은 지역영화인들의 꿈을 잃게 하고 어렵게 구축해 나가던 지역영화 생태계를 한순간에 무너지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문체부, 지자체 등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영화 지원 사업이 폐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산 삭감은 영화를 넘어 문화예술 전역으로 퍼진 상황이다. '국민독서문화 증진지원' 사업은 무려 60억원이 증발했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제도적으로 꼭 지속해야 할 사업들만 남겼다"고 해명했지만, 기준이 모호해 문화예술 사업을 대거 들어내는 이유로 적합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특히 영화 분야는 비상업영화를 상대로 한 사업이 대거 폐지돼 논란을 빚었다. 연상호, 홍준표, 김청기, 한지원 등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27인 또한 최근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 예산 전액 삭감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원 사업의 의의를 무시하고 '수익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전형적인 탁상행정과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낳은 참담한 결과"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타를 맞은 한국영화 산업 전반의 우려로도 이어지고 있다.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 1990년~2000년대 한국영화 부흥을 이끈 강제규 감독은 스포츠Q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영화계는 영화 만들 돈이 없다"고 호소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3년간 이어지며 나타난 부작용이었다.

그는 "코로나라는 평상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자금이 돌지 않으니까 영화가 개봉할 수 없고 제작도 안 된다. 기존의 펀드도 모두 사라졌다. 대형 제작사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한들 돈이 무궁무진한 게 아니다. 코로나로 밀린 영화가 개봉한 뒤 개봉할 새로운 영화가 없다. 한국영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또한 2019년 촬영을 시작했으나 팬데믹과 여러 상황으로 3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이어 "그동안 영화 산업이 정부의 커다란 도움을 받고 영화를 만들고 산업을 부흥시키는 개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의 부작용을 방치하면 굉장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다 죽는 거다. 이런 긴급한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영화가 회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개입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6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발전기금 예산을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하고, 지원대상 선정에도 불공정성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해 사업 및 운영체계를 전면 정비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영진위의 예산 낭비로는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운영 사업', '뒤늦은 중국사무소 인력 감축', '자격 요건 미달 상영관 지원', '공모사업 심사위원 전문성 미흡', '영화제작지원 사업의 낮은 집행률'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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