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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24) 장성호] 야구 레전드 스나이퍼가 생각하는 좋은 해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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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24) 장성호] 야구 레전드 스나이퍼가 생각하는 좋은 해설이란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10.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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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세현 객원기자] 해설. 문제나 사건의 내용 따위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함이란 뜻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주로 쓰인다. 해설위원 혹은 해설가는 영어로 코멘테이터라 한다. 어떤 분야나 주제에 관해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이에게 붙이는 타이틀이다. 

뜯어 보면 흐름을 진단하고 이를 쉽고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게 좋은 해설위원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정량적인 개념의 데이터와 정성적인 개념의 경험을 한데 버무리는 센스도 요구된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친근한 용어로 풀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다. 해설위원의 말 한마디는 경기·기록에 의미를 더하고 선수·지도자의 가치·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스포츠잡알리오 기자단 스미스가 스포츠산업 일자리를 탐방하는 코너 JOB아먹기 124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장성호 해설위원이다. 현역 시절 그의 별명은 '스나이퍼'였다.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때려낸 통산 안타만 무려 2100개(이 부문 역대 13위)일 정도로 타격이 정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40주년 기념 레전드 순위 41위에 선정된 레전드의 해설 철학을 들어보자. 

장성호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장성호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BS N 스포츠에서 야구 해설을 맡고 있는 8년차 해설위원 장성호라고 합니다.”

-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해설위원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야구 해설이 주 업무입니다. 또한 매거진 프로그램 '아이러브베이스볼'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야구 현장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일주일에 4일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해설이 있는 날 밤 6시30분 경기면 최소 3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전날 준비해놓은 내용을 토대로 해설을 진행하죠. 반면 매거진 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는 5시30분까지 도착해 분장을 받고 녹화에 들어가죠. 그 외 쉬는 날에는 가정이 있으니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이호근 캐스터(왼쪽), 장성호 해설위원(오른쪽). [사진=본인 제공]
이호근 캐스터(왼쪽), 장성호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 해설위원이란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39세 때까지 현역 생활을 했어요. 30대 중반쯤 당구 해설을 한 경험이 있어요. MBC스포츠플러스에서 개최한 대회로 시즌이 끝나면 각 팀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한두 명씩 모아서 진행했죠. 선수들이 당구를 잘 치거든요. 당시에는 전문위원을 위촉하지 않고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해설했어요. 저는 2경기를 중계했는데 큰 재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은퇴 후 해설을 해야겠다고 준비했습니다. 시기적절하게 좋은 제의가 들어와서 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죠.”

(장성호 위원은 충암고를 졸업하고 199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6순위로 해태 타이거즈 2차 1라운드로 지명됐다. 이후 KIA(기아) 타이거즈-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KT 위즈에서 은퇴했다.)

- 선수 경험은 어떤 자산으로 남았나요?

“흔히들 야구를 인생과 많이 비교하거든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은퇴 후 야구가 제게 준 메시지가 명확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단체 생활을 했던 것이 사회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지금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서 소속감도 분명히 더 갖고 있습니다. 또 현역 시절은 제게 경험치에 기반한 지혜와 적응력을 길러준 것 같습니다.”

- 해설위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최근에는 세이버메트릭스(야구에 통계학적 방법론을 적극 도입한 것)가 도입되면서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늘 새로운 트렌드와 지식을 접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번역된 칼럼을 읽고 최근 흐름을 익힙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장성호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고척 스카이돔에서. [사진=본인 제공]

- 해설위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일단은 예전부터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재미있고, 위트있게 얘기하는 편이었죠. 사실 해설은 옆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쭉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생각을 정확히 끊기지 않게 나열하기 위한 연습을 했어요. 화장실에 혼자 앉아서 소리 내서 책을 굉장히 오래 읽었어요. 화장실은 닫혀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가 귀에 더 잘 들리거든요. 이게 정확한 발음인지, 문장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지를 파악하며 노력했던 것 같아요.“

- 한 경기를 해설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시나요?

”예전에는 준비를 참 많이 했죠. 한 경기를 준비하는 데 3시간 가량 걸렸어요. 하지만 이젠 8년차다 보니까 시간이 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왜냐하면 준비 내용을 다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쓸 수 없단 생각이 드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고 팬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더 파죠."

- 중계에서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요?

“캐스터 즉, 아나운서는 경기 자체의 흐름을 끌고 가는 사람입니다. 해설위원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를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애매한 상황이라든가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 수비 자세, 타격 자세 등 왜 그래야 하는지를 주로 설명해주는 거죠.”

- 해설위원이 갖는 직업적 특성이나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요?

“일단 본인이 가진 생각을 정확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해설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팬들이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그 부분을 잘 긁어줄 줄 알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들을 많이 알고 규정들까지 모두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장성호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장성호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 해설을 하며 새롭게 보이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 10구단 모두를 객관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각 팀에 소속돼 있는 코치들보다 조금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팀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 팀이 잘 나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이야기할 수 있죠. 이런 부분들이 해설위원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직업병이나 루틴도 있나요?

“저 같은 경우 현역 때 루틴이 많은 편이었어요. 해설을 하면서는 없어질 줄 알았는데 더 생기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옷을 입거나 어떻게 글씨를 썼는데 그날 중계가 굉장히 잘될 수 있잖아요. 그러면 다음번에도 똑같은 옷을 입게 되고 글씨도 비슷하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루틴이라는 게 좋은 해설을 하고 싶고 시청자들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생긴 욕망이자 신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해설 하면서 루틴은 더 많아진 것 같네요.”

-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많죠. 선수 이름을 틀린 적도 있고 규약을 똑바로 설명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가장 생각나는 건 제가 중계한 경기에서 대기록이 나왔을 때인 것 같습니다. 최형우(KIA) 선수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마지막 타석 때 홈런을 때려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전 두산) 선수가 200안타를 눈앞에 둔 마지막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해 199안타로 끝난 적도 있어요. 그런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장성호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사진=본인 제공]

- 선수 출신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상황을 잘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왜 이 상황에 이 투수가 올라온 건지, 감독이 이 타자를 대타로 기용한 이유와 작전 수행의 전말을 보다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거죠.”

- 반면, 단점도 있을까요?

“너무 잘 알다 보니까 건방을 떨다 틀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잘난 체일 수 있죠. 그래서 늘 신중하게 짚어가고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 꼭 선수 출신이어야만 해설할 수 있을까요? 비선출 해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비선출이 야구 해설가를 할 수는 있죠.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해설하는 건 겉핥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경험하지 않았는데 해본 것처럼 말하는 건 아무래도 어려우니까요. 야구는 스포츠 중에서도 룰이 가장 많은데, 감독의 생각을 읽고 선수 기용을 말하고 상황을 예측하는 건 선수 출신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방송국 측에서도 비선출을 콘택트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 직업 만족도는 어떤가요?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 주고 싶네요.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온전한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프리한 직업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계약직의 숙명은 어느 정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직무 장단점은요?

“장점은 어디를 가서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이크를 잡는 직업 특성상 제 발언의 무게감을 모두가 인지하고 계시니까요. 반면 단점은 라이브를 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실수를 할 수 있어요. 바로 날아오는 날선 피드백과 질타들이 확실히 저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해설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성호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프로필 사진 촬영. [사진=본인 제공]

-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장성호 위원만의 무기가 있다면요?

“이전에는 제 무기가 개그 코드와 위트라고 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8년차에 접어들면서 이젠 '준비성'인 것 같아요. 시청자들을 대하는 진심에서 우러난 철저한 준비성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해설위원을 포함한 야구계 종사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야구를 지겹도록 많이 보더라도 질리지 않고 야구를 사랑해야 합니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와 더불어 특히 기록적인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자 흐름의 스포츠입니다. 왜 이런 상황에 이 선수를 기용하고 이 작전을 낼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차리는 눈을 터득해야 합니다.

본인이 선수 출신이 아니더라도, 야구를 잘 아는 이들에게 끈질기게 물어보는 자세나 스스로 기사와 자료들을 모아가며 공부하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과정을 밟아가며 준비하다 보면, 분명 기회는 여러분들 앞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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