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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의 변화무쌍한 얼굴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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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의 변화무쌍한 얼굴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0.02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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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배우 전여빈(34)은 신중한 사람이었다. 가벼운 질문에도 진중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지는가 하면 행동 하나하나에도 조심스러움과 깊은 생각이 묻어났다. 영화 ‘거미집’ 홍보 일정이 남아있기에 먼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의 반응을 살펴보지 않았다는 답변에서도 신중함을 엿볼 수 있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대만 인기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거미집’ 속 전여빈이 열정 가득한 털털한 매력의 소유자라면 ‘너의 시간 속으로’의 전여빈은 한결 차분하고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보여준다. 동시기에 180도 다른 전여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도 즐거운 일이다.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여빈은 두 작품을 선보이는 소감에 대해 “2023년을 살아가는 성인으로서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 가진 능력 중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일로 스스로를 책임 지면서 밥벌이한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며 거듭 ‘감사함’을 강조했다.

“감사함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고 잘 해내고 싶어 고민하죠. 지금 이 순간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시야를 멀리 보고 싶어요. 멀고 긴 항해를 한다고 생각하고, 깊은 숨을 쉰다고 생각하면서 배우 생활을 해내가고 싶어요.”

원작의 팬이기도 한 전여빈은 ‘너의 시간 속으로’를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저도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물론 아주 많은 마음을 쏟아주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온도가 낮을 수 있지만 배우로서, 시청자로서 작품이 탐났다”고 밝혔다.

원작 인기로 인한 부담감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부담보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좋아할 땐 ‘헤어지면 어쩌지’라는 걱정보다 먼저 다가가게 되지 않나. 제게 다가와준 행운을 겁도 없이 덥석 잡았다”며 “오히려 촬영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작품을 첫사랑처럼 간직하고 있는 부분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워지더라. 그래도 이 무게에 잠기면 안되니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모든 것을 쏟아서 표현했다. 첫사랑만큼의 사랑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에 상응할 만한 사랑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희망을 마음껏 품으려고 했다”고 답했다.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제공]

‘너의 시간 속으로’와 ‘상견니’는 성격이 다른 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김진원 감독은 ‘너의 시간 속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 배우들에게 “원작을 보지 말아달라” 부탁하기도. 전여빈은 “(감독님께서) 우리만의 새로운 그림을 칠해가길 바라셨다. 우리가 원작의 모방성에만 갇히는 걸 염려하셨다. 그래서 저희도 주어진 글 안의 인물들을 찾아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물을 보니 ‘참 우리끼리 많은 애를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을 만들며 각자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긁어 모은 기분이었죠. 감독님이 특히나 힘드셨을 거예요. 어렵고 복잡한 상상을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신 의지를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12부까지 본 뒤 감독님에게 ‘평가가 어떻든 감독님은 제게 훌륭한 연출자이십니다.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문자 드렸어요.”

전여빈은 2023년의 준희와 1998년의 민주를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1인 2역 연기를 소화했다.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민주의 몸으로 들어가며 민주가 된 준희를 연기하는 다층적인 연기도 필요했다. 이에 “모든 것이 고민됐다. 처음 준희가 직장생활을 할 때는 준희라는 이름이 밝혀지는데, 민주의 모습이 나오고 나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시청자에게 내가 준희가 아니라 민주라는 사실을 던져줘야 했다”고 말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 권민주 역 배우 전여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너의 시간 속으로' 권민주 역 배우 전여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너의 시간 속으로' 한준희 역 배우 전여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너의 시간 속으로' 한준희 역 배우 전여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어 “학생인 민주의 몸에 있는 준희는 어른이기도 하고 남자친구 연준(안효섭 분)을 상실한 슬픔이 있다. 그 슬픔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사람이다. 그 슬픔의 수위를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 1998년도의 민주라면 어떻게 걷고 말하고 친구를 바라볼 것인지 매 순간 만들어가야 했다”며 “30대 준희, 대학생 준희, 민주 몸에 들어간 준희, 그리고 민주는 민주였을 때와 자신이 준희라고 주장하는 민주였을 때, 깊은 곳에 빠진 민주였을 때의 격차가 다양해서 어떻게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체크했다”고 이야기했다.

어려운 과제지만 ‘배우 전여빈’이 가장 원했던 과제였다. 그는 “배우는 자기 안에 있는 에너지를 밖으로 표현하며 동력을 얻고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다. 쉬운 시간은 아녔고 편안한 과정도 아녔지만, 제 안에는 ‘잘 해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1인 2역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은 어려움이었고 원했던 어려움이었다”며 “즐거워하면서도 난감했고, 기뻤다가 주저앉곤 했다. 이를 반복하면서 나 자신을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단련하게 됐다. 앞으로 연기를 해나감에 있어서도 좋은 도움을 주는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층 더 성장한 전여빈의 내일을 기대케 하는 답변이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넷플릭스를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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