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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강풀 작가, 책장에 간직한 드라마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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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강풀 작가, 책장에 간직한 드라마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0.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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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인기가 최종화 공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7주 연속 키노라이츠 통합 콘텐츠 랭킹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TV화제성 조사에서도 작품 및 출연진 모두 TV-OTT 종합 화제성 1위·톱10을 차지했다. 한국갤럽의 '2023년 9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 정상도 '무빙'의 자리였다.

외신도 '무빙'에 주목했다. 미국 매체 롤링스톤은 "'무빙'은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 히어로 시리즈"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통해 "스타워즈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나오는 시리즈들을 능가했다"고 평가했다. '무빙'은 블록버스터급 히어로물의 본고장이 주목한 한국형 히어로로 자리 잡았다.

영광의 탄생에는 원작자 강풀이 있었다. 강풀 작가는 원안을 구상하고 그림으로 구현하며 독자를 즐겁게 만든 데 이어 다채로운 상상력을 현실화시켰다.

강풀 작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강풀 작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로 배우 류승룡, 조인성, 한효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이 출연한 20부작 드라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웹툰 작가이자 영화계가 사랑하는 웹툰 작가인 강풀은 앞서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26년' 등을 영화화한 바 있지만, 원작자로 나설뿐 시나리오 집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강풀 작가는 "영화는 당신 것이니 당신 마음대로 해라"라는 모토 아래 시나리오조차 확인하지 않는 원작자였다. 그렇기에 그가 '무빙'의 대본을 직접 집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욕심이 난 작품이었을까, 다른 작가들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을까 등 다양한 추측이 오간 가운데 밝혀진 사실은 간단명료했다. 그저 도전하고 싶었다. 

지금이야 드라마 '무빙'이 성공하고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과거만 해도 강풀 원작 기반 영화는 원작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동안 영화화를 하면서 '강풀 영화의 최대 적은 강풀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서로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참 속상하더라고요."

'무빙' 완결 기념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빙' 완결 기념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쉬운 도전은 아녔다. 소규모 그룹 작업 위주인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공동작업으로 진행됐고, 새롭게 배워야 할 내용이 많았다. 흥행 성패도 모두의 책임이었다.

강풀 작가는 "많이 긴장했다. 오픈하기 일주일 전부터 잠이 안 왔다"며 "점차 반응이 좋아하지는 걸 보면서 조금씩 마음의 짐을 내려놨다. 생활 패턴도 바뀌었다. 만화 그릴 때는 댓글을 안 봤는데, 아침에 눈 뜨면 '무빙' 관련 내용을 검색하게 되더라"라고 고백했다.

16회 완결을 목표로 했던 '무빙'은 강풀 작가가 참여하며 총 20회로 늘어났다. 짧으면 6부작, 길면 14부작인 OTT 드라마 시장에서 20부작을 제작한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많았다. 그럼에도 강풀 작가는 '무빙'을 완벽하게 전달하기 위해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완강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서사를 지키고 싶었다"며 "'무빙'은 사람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깊게 파는 동시에 넓게 팔 수밖에 없더라. 앞부분이 조금 지루하고 길게 가더라도 서사를 완성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시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야기가 조금만 늘어져도 스킵하고 유튜브 요약본을 보는 시대인데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며 "하지만 저는 이야기가 완성됐을 때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성된 상태로 책꽂이에 꽂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줄거리를 쓰는 사람이 아닌 스토리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강풀 작가가 공개한 촬영장 비하인드 사진 속 강풀 작가(왼쪽), 배우 이정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강풀 작가가 공개한 촬영장 비하인드 사진 속 강풀 작가(왼쪽), 배우 이정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강풀 작가는 '무빙'이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히어로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주변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초능력물이긴 하지만 등장인물이 마치 내가 아는 사람 같은 느낌,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냥 그런 이야기가 좋아요. 이야기를 쓸 때 첫 번째 독자는 저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착한 사람이 이기고, 좋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어떠한 일을 해내는 이야기예요. 그런 걸 볼 때 행복하더라고요. 저는 제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30년 가까이 만화가이자 이야기꾼으로 살아온 그는 꾸준하게 작품을 쓰는 이유로 "직업이니까 한다"는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으며 "예전에는 작가가 대단한 줄 알았다. 만화를 10여 년 그리고 나니 그냥 직업이더라.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작가도 같다"고 답했다.

작가를 직업으로 인식하며 갖게 된 '직업의식'이 강풀 작가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생계 수단이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작가도 직업의 한 종류인데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오래 못 간다"고 이야기했다.

직업인으로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말한 강풀 작가는 "이제 나이가 50이다.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 남지 않았을까. 나의 재미가 독자와 관객의 재미와 일치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며 매달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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