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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배구 경쟁력 잃었다, 더 배워야 한다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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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배구 경쟁력 잃었다, 더 배워야 한다 [아시안게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0.0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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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프로 종목의 비애다. 한국 농구와 배구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초라한 현실을 보여줬다. 수억원씩 받는 프로 선수들이 출격했지만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잃은 모습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은 8강 탈락도 모자라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4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저장대 쯔진강 체육관에서 열린 이란전에서 82-89로 졌다. 앞서 8강에서 중국에 진 한국은 7~8위 결정전으로 밀렸다. 남자 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들지 못한 건 2006년 도하 대회가 유일했다. 당시 5위로 마무리했다.

물론 정상급 전력은 아니었다. 오세근(서울 SK 나이츠), 최준용(부산 KCC 이지스), 문성곤(수원 KT 소닉붐), 송교창(상무) 등 부상자가 연이어 나왔다. 선수단 12명 중 6명이 가드로 채워져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시아 팀들과의 격차는 상당했다.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조별리그 D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허훈이 일본에게 83대77로 진 뒤 코트를 나서고 있다. 허훈은 이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로서 실망스럽고, 저 자신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조별리그 D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허훈이 일본에게 83대77로 진 뒤 코트를 나서고 있다. 허훈은 이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로서 실망스럽고, 저 자신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추일승 감독은 8강전을 마치고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죄송스럽다. 개인적으로도 치욕스러운 대회"라면서도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자농구도 비슷하다. 여자농구는 17년 만에 대회 결승전 진출이 좌절됐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 농구대표팀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일본에 58-81로 졌다. 여자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에 오르지 못한 건 2006년 도하 대회(4위) 이후 처음이다.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준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김단비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준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김단비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자농구는 2010년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북한과 단일팀을 이뤄 은메달을 땄다.

남녀 농구 모두 일본과의 격차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일본 남자 대표팀은 지난달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멤버가 1명도 포함되지 않은 2진을 내보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벌인 평가전 멤버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리그 D조 예선에서 일본에 3점슛 17개를 내주면서 77-83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 여자 농구대표팀은 도쿄올림픽 대표팀 12명 가운데 7명을 이번 대회에 데리고 왔다. 당시 대회에서 일본은 은메달을 따는 이변을 연출했다.

일본은 한국전에서 3점슛 14개(성공률 44%)를 기록했다 한국은 3점슛 3개를 꽂는 데 그쳤다. 실책은 일본이 7개로 한국(14개)보다 2배 적었다.

여자농구 에이스 김단비(아산 우리은행 우리WON)는 일본전을 마치고 "우리 선수들도 알아야 할 것이 우리나라에서 잘한다고 최고가 아니다"라며 "저도 안일한 마음에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정체가 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후배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서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이렇게 국제 대회에 오면 그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며 "항상 자기가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늘 배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성장해서 다음 후배 선수들은 일본을 이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22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 차이나 텍스타일 시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12강 토너먼트 한국과 파키스탄의 경기.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 차이나 텍스타일 시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12강 토너먼트 한국과 파키스탄의 경기.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녀배구도 메달 획득은 꿈에 그쳤다. 일제히 노메달에 그치며 아시아에서의 경쟁력을 잃은 모습이다.

남자배구는 이번 대회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지만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61년만의 노메달이라는 어두운 현실과 마주했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 배구대표팀은 역대 최악인 7위로 대회를 마쳤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27위인 한국은 첫 경기에서 약체 인도(73위)에 졌다.

아시아에서는 일본(5위), 이란(11위), 카타르(17위), 중국(29위)이 강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최근 약체에도 잇따라 덜미를 잡히면서 위기에 빠졌다.

남자배구의 이번 대회 출전 선수 12명의 연봉은 총액 66억5800만원(2023~2024시즌). 몸값이 상당하지만 ‘내수 종목’ 신세를 면치 못했다.

여자배구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여자배구도 4일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8강 라운드 E조 첫 경기에서 중국에 0-3(12-25 21-25 16-25)으로 져 메달을 따는데 실패했다. 여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2번째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여자배구는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2연패에 빠졌다. 지난달 초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역대 최하인 6위에 그쳤다. 곧이어 나선 파리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7연패에 빠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베트남전에서 세트 점수 2-0으로 앞서 있다가 2-3으로 역전패하는 충격을 안겼다.

불과 2년전인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던 영광은 이제 없다. 김연경과 김수지(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양효진(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이후 계속된 내리막길이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그 동안 약체라고 평가받았던 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베트남은 올 초 아시아선수권이 개막할 때까지만 세계랭킹 47위였다. 당시 한국은 35위였다. 하지만 한국이 부진한 틈을 타 베트남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39위로 시작했다. 한국은 40위였다.

여자배구는 5일 북한과 8강 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르고 6일부터 5∼8위 결정전에 나선다. 여자배구의 역대 아시안게임 최저 성적은 2006년 도하 대회 때의 5위.

세자르 곤살레스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은 "남은 순위 가운데 가장 높은 5위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면서 "어려운 경기가 될 카자흐스탄전에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했다.

여자배구의 실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결과가 위치를 알려준다. (4강 좌절이)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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