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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10년 주기 대운설' 바꿔버렸다 [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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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10년 주기 대운설' 바꿔버렸다 [프로축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0.3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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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명장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홍명보(54) 울산 현대 감독 말이다. 사령탑 부임 2년 만인 지난 시즌 울산의 K리그1 17년 만의 우승컵을 이끌더니 올 시즌에는 2연패(連霸)까지 달성했다. 부임 3년 만에 2번의 우승. 위대한 업적이다.

울산은 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A 35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23분 김민혁의 헤더 결승골과 후반 44분 장시영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21승 7무 7패(승점 70)의 울산은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60)와의 승점 차를 10으로 벌려 남은 3경기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울산의 역대 4번째 K리그1 우승이다. 1996년 첫 정상에 오른 울산은 2005년 2번째 우승을 맛봤다. 긴 시간 우승컵과 인연이 없다가 홍명보 감독 부임 2시즌째인 지난 시즌 통산 3번째 우승을 달성했고 올 시즌에는 울산의 첫 2연패까지 이뤄냈다.

홍명보 감독이 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A 35라운드 홈경기에서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당연히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우승을 확정한 후 "졌을 때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선수들과 함께 방법을 찾았다“며 ”개인적인 감정으로 선수들에게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선수들과 다양한 대화를 통해 함께 해법을 찾은 게 시즌 내내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은 원동력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의 역습에 의한 실점률이 30% 이상 줄었다"며 "지난해까지 빌드업 과정에서 볼을 뺏긴 뒤 역습을 당해 실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좋아졌다"라고 했다.

덕분에 울산은 올 시즌 여러 차례 위기 속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우승까지 일궈냈다. 특히 올해 6월 말 일부 선수들이 소셜네트워크시비스(SNS)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되며 팀 조직력이 흔들렸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 이적하면서 경기력도 떨어졌다.

2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경기가 끝난 후 리그 우승을 확정한 울산 홍명보 감독이 코치진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경기가 끝난 후 리그 우승을 확정한 울산 홍명보 감독이 코치진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라운드까지 패배가 2경기 밖에 없던 울산은 22∼34라운드에서 3승 5무 5패에 그쳤다. 22~23라운드에서는 시즌 첫 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선두 자리까지 내주진 않았다. 지난 21일 광주FC전에서 0-1로 졌지만 연패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우승의 달콤함까지 얻었다.

홍명보 감독은 "스코어에서 앞서고 있다가 후반에 안일한 플레이로 흐름이 바뀌는 장면이 올해에도 몇 차례 나왔다. 그래도 올해에는 팀이 전체적으로 느슨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K리그에서 역대 6번째로 2연패 이상을 달성한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K리그에서 2연패를 달성한 사령탑은 김호 감독(1998·1999년·수원 삼성), 故(고) 박종환 감독(1993·1994·1995년), 고 차경복 감독(2001·2002·2003년·이상 당시 성남 일화), 최강희 감독(2014·2015년, 2017·2018년), 조제 모라이스 감독(2019·2020년·이상 당시 전북 현대), 홍명보 감독이 전부다.

2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경기가 끝난 후 리그 우승을 확정한 울산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경기가 끝난 후 리그 우승을 확정한 울산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우승은 '10년 주기 대운(大運)설'도 깨뜨렸다. 10년 주기 대운설은 말 그대로 10년마다 대운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홍명보 감독은 1992년 포항제철(포항 스틸러스의 전신)에 입단해 팀의 우승에 공헌하며 신인 최초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10년 후인 2002년에는 FIFA(국제축구연맹) 한일 월드컵에 4강 신화와 대회 MVP 3위 격인 브론즈볼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받았다.

또 10년이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사령탑으로 대표팀을 지휘해 한국 축구 올림픽 최고 성적인 동메달을 이끌었다. 다시 10년이 지난 2022년에는 울산의 17년 만의 우승 대업을 이뤘다.

이번 우승으로 K리그 우승이 단지 운이 아니라 실력임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우승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선수들이다.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면서 어렵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우승 타이틀을 획득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 게 개인적으로 가장 기쁘다”고 했다.

이어 “우승을 위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했지만, 선수들에게 '집중하는 한 주가 되자'고 말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후반기 들어서 맘고생이 많았는데 우승을 이뤄냈다”고 기뻐했다.

울산 현대 주민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주민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우승에 제일 공헌도가 높은 선수는 단연 공격수 주민규다. 주민규는 2019년 울산에 입단했다가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이후 3시즌 89경기에서 47골을 몰아치며 K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으로 돌아온 그는 어김없이 자기 실력을 뽐냈다.

정규리그 33경기에 출전, 15골을 터뜨려 팀 내 득점 1위다. 팀 득점(58골)의 25%가량을 홀로 책임진 셈이다. 그러면서 2013시즌 K리그2 고양HIFC에서 데뷔 후 11시즌 만에 처음으로 K리그1 우승을 맛봤다.

주민규는 2021년 22골로 토종 선수로는 2016년 정조국(현 제주 감독대행) 이후 5년 만에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해도 17골로 조규성(미트윌란)과 최다 골을 기록했지만 조규성보다 출전 경기 수가 많아 2년 연속 득점왕 수상을 아깝게 놓쳤다.

올 시즌에 그는 다시 득점왕을 노린다. 16골로 득점 선두인 티아고(대전 하나시티즌)와는 1골차다.

주민규는 K리그 스트라이커 중에는 가장 골 감각이 좋지만 유독 국가대표팀에서는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아쉬움을 털어냈다.

울산은 단일 시즌 홈 관중 30만명 돌파라는 경사도 누렸다. 이날 문수축구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8933명. 누적 관중 30만406명이다. 울산은  유료 관중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홈 관중 30만명을 넘긴 2번째 구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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