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K 가두기' 빌보드·'K+알파' 에미상, 왜 다를까
상태바
'K 가두기' 빌보드·'K+알파' 에미상, 왜 다를까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1.17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한 '성난 사람들'(BEEF)이 미국 방송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TV계 오스카'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휩쓸었다. 2022년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한 데 이어 또 한 번 한국인의 피가 통했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 16일 미국 로스앤젤레(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작가상(이성진),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 등 총 8개 부문 트로피를 안았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성난 사람들'은 남녀 조연상, 음악상을 제외한 모든 부문을 수상했다. '성난 사람들'이 수상한 부문은 작품상, 감독상, 작가상, 남녀주연상, 캐스팅, 의상상, 편집상이다. 특히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과 중국·베트남계 배우 앨리 웡이 동시 수상하면서 에미상 최초 아시아계 배우 동시 주연상 쾌거를 이뤘다.

스티븐 연(왼쪽), 이성진 감독. [사진=AP/연합뉴스]
스티븐 연(왼쪽), 이성진 감독. [사진=AP연합뉴스]

앞서 미국 대표 시상식 골든글로브에서 3관왕(작품상·남녀주연상),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4관왕(작품상·남녀주연상·여우조연상)을 수상해 에미상 수상을 점 치기도 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 활성화와 함께 '오징어 게임', '성난 사람들' 등이 방송 시상식 주요 부문에 한국을 새겨넣으면서 비교군으로 떠오른 것은 빌보드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뮤직어워드는 지난해 시상식을 앞두고 K팝 부문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정국, 지민 등 솔로 앨범으로 빌보드 차트에서 크게 활약한 가수들을 K팝 부문 수상자로만 호명했다. 이에 메인 시상에서 K팝 아티스트를 제외하기 위해 장르 부문을 신설한 것이 아니냐는 원성을 낳았다.

음악을 나라별 장르로 한정 짓는 빌보드와 새로운 세계에 주목하는 에미상은 무엇이 다를까.

배우 이정재 [사진=AP연합뉴스]
배우 이정재 [사진=AP연합뉴스]

답은 산업 특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 '성난 사람들'은 모두 미국 내 본거지를 두고 있는 넷플릭스의 작품이다. 넷플릭스라는 거대 스트리밍 기업은 미국 자본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물을 내든 미국 시장이 이득을 보는 구조다. 그렇기에 산업 측면에서는 제작자, 배우가 누가 되든 상관없다. 오히려 제작자가 미국 밖 인물일 수록, 비주류일 수록 시청자의 호기심과 구미를 잡아당기기 좋다.

시상식은 여러 재능 있는 제작자를 자국 밖으로 끌어내기 좋은 기회다. 이들의 영향력을 치하하면서 미국으로 편입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통한다. 비주류는 주류로의 진출로 보지만, 주류 입장에서는 비주류를 안고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 가깝다. 봉준호 감독 역시 '기생충' 이후 해외 작품 제작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으며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 수상 행보와 함께 미국 최고 인기 SF물인 스타워즈 시리즈의 프리퀄 드라마 '애콜라이트' 주역에 캐스팅됐다. 정호연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애플TV+ 시리즈 '디스클레이머', 영화 '가정교사'로 미국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가요는 다르다. 결과물이나 영향력이 아티스트와 장르에 집중된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아무리 미국에서 콘서트를 열고 앨범을 발매한다 한들 K팝 가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확장 방식도 컬래버레이션에 그친다. 무엇보다 팬덤이 응집해 차트를 장악하는 K팝 특유 스트리밍 방식은 빌보드에게 배스(Bass)나 다름없다. 글로벌을 내세우고 있지만 글로벌 장르가 상위 포식자로 올라가는 것을 경계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K팝이 팝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 그래미어워드 주최 레코딩 아카데미의 빌 프라이무스 CAO의 빌보드뮤직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 [사진=스포츠Q(큐) DB]
방탄소년단(BTS) [사진=스포츠Q(큐) DB]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한국계 창작자 및 배우들은 계속해 늘어날 전망이다. 배두나, 이병헌 등 일찍이 주목받은 이들 외에도 최근 NS윤지(김윤지)가 넷플릭스 '리프트: 비행기를 털어라'(감독 F. 게리 그레이)에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K팝의 숙제는 장르 한계 돌파다. 해외 투어, 페스티벌 참석, 방송 출연 등 일회성 스케줄 위주의 기회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K팝이 빌보드의 선심을 뚫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