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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메가 '숨은 조력자', 정관장 통역 대학생 김윤솔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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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메가 '숨은 조력자', 정관장 통역 대학생 김윤솔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2.14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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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7시즌 만에 봄배구 진출을 꿈꾸는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서는 외인 ‘쌍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출신의 지오바나 밀라나(26·등록명 지아)와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왓티 퍼티위(25·등록명 메가)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수. 둘 모두 V리그 경험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 둘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적응을 돕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 통역을 담당하는 김윤솔(23) 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두 시간의 낮 휴식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 종일 두 선수와 붙어있는 김윤솔 씨는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대학생이다. 3학년 2학기까지 마치고 휴학한 상태다. 그는 “외국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통역은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며 “이타심도 중요하다. 나보다 외인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장 큰 책임은 나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윤솔 씨가 정관장 통역을 맡게 된 건 지난해 4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가 계기였다. 당시 남녀 드래프트에서 인도네시아어 통역을 하던 그를 눈여겨 본 메가의 에이전트가 정관장에서 통역을 할 생각 있는지 제의했다. 김 씨는 단번에 하고 싶다고 했다. 이후 정관장에서 '영어 통역도 가능하냐'고 물어봤고 김 씨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정관장의 지아(왼쪽부터)와 김윤솔 통역, 메가. [사진=김윤솔 씨 제공]
정관장의 지아(왼쪽부터)와 김윤솔 통역, 메가. [사진=김윤솔 씨 제공]

김 씨는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출신이다. 학과 단톡방에 드래프트 통역 아르바이트 공고가 올라왔을 때 “너무 하고 싶어 바로 이력서를 냈다”던 그는 프로팀에서 정식 통역까지 하게 됐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비즈니스 포럼 등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에게 통역이 낯설지 않다. 언어는 인도네시아 배낭여행과 넷플릭스로 익혔다. 영어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3년간 필리핀에 살면서 익숙해졌던 게 컸다. 다만 생소한 배구 용어에 익숙해져야 했다. 인도네시아배구연맹 사이트에 들어가 인도네시아로 배구 규정을 읽고 유튜브로 인도네시아어 배구 해설 경기를 몇 번이나 봤다.

통역의 하루는 꽉 차 있다. 오전 7시 코치진과의 작은 회의가 시작이다. 이후 선수들과 동기부여 영상을 보거나 명상을 한다. 영상을 보는 날에는 그 내용을 지아와 메가에게 통역해야 한다. 아침 식사와 오전 훈련, 점심 식사, 오후 훈련, 이후 이어지는 경기 분석과 치료 시간까지 김 씨는 지아와 메가 옆에 붙어 있다. 치료까지 끝나면 어느덧 오후 9시. 가끔씩 셋이 함께 숙소 근처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기도 한단다. 김 씨는 “하루가 금방 끝난다”며 웃었다.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선수만큼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작전 타임. 김 씨는 메가와 지아 사이에 꼭 선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의 지시를 우선 영어로 통역한다. 메가가 베트남과 태국에서 뛰던 시절 영어로 통역을 한 적이 있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가능하면 영어를 쓴 뒤 인도네시아로 메가에게 통역해 주려고 한다.

지아에게 고희진 감독의 지시를 통역하는 김윤솔 씨(왼쪽에서 2번째). [사진=KOVO 제공]

김 씨는 ‘눈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감독님이 지아한테 말하는지, 메가한테 말하는지, 아니면 팀원 모두에게 말하는지 잘 파악해야 해요. 훈련 때도 코치님들이 ‘자세 낮춰’라는 말을 누구한테 하는지 집중 안하면 몰라요. 선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바로바로 말하니까 초집중 해야 합니다.”

집중하다 보면 체력도 바닥난다. 김 씨는 하루에 7시간 이상 꼭 자고 아침을 먹고 나서는 짬을 내 체육관에서 러닝머신을 탄다. “감독님도 옆에서 같이 러닝머신을 타시거든요. 그때 지아와 메가에 관해 얘기해요.”

지아와 메가를 바로 옆에서 한 시즌 가까이 본 느낌은 어떨까. 김 씨는 “지아는 모범생의 표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아가 추가 훈련을 정말 많이 한다. 오후 훈련 최소 1시간 전에 나와 운동하고 스트레칭을 한다.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득점을 많이 해야 하는 외인 특성상 부담도 크게 받는 것 같다. 다만 한 번도 자기 실력에 안주한 적 없다. 득점 많이 한 날에도 보완할 것만 생각하더라”고 했다.

경기 후 메가 선수 인터뷰를 통역하는 김윤솔 씨. [사진=김윤솔 씨 제공]

메가에 대해선 “적응력이 정말 빠르다”며 “한국 문화를 많이 배우고 적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를 한국어로 들으면서 영어 자막으로 본다고 한다. 김 씨는 “메가가 선수들이랑 간단한 한국어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교성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씨는 최근 메가와 코인 노래방에도 같이 갔다고 했다.

김 씨의 원래 꿈이 통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 역량을 잘 발휘하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일”이라고 말한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통역만 할 줄 알았는데 입사하고 나니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더라고요. 항상 집중해야 하고요. 그게 통역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보다 더 팀워크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아요.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이 한 경기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벤치에서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집중! 집중!’이라고 소리치면 저도 똑같이 통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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