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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체제 선언한 슈틸리케의 '2대 선발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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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체제 선언한 슈틸리케의 '2대 선발원칙'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01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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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소속팀서 맹활약하면 뽑힐 수 있다' 메시지…가급적 30대 선수는 배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랍에미리트와 평가전, 미얀마와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에 나설 대표팀 명단 23명을 발표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은 '완전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은 부상으로 뛸 수 없고 박주호(28) 구자철(26·이상 마인츠), 김보경(26·위건),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 등은 군사 훈련을 받기 때문에 역시 제외됐다. 차두리(35·FC 서울)는 은퇴했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를 선발함에 있어 자신의 두 가지 원칙을 확실하게 지켰다. 대표팀 명단 23명과 대기선수 명단 6명 등 29명의 선수 면면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면 언제든지 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이제는 미래를 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선수 명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좋은 활약 보이면 대표팀 발탁이라는 보상은 확실히 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을 짜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운 것이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활약이 뛰어나고 성적이 좋다면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문호는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것이다.

선수 23명 가운데 4명이 K리그 클래식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 소속인 것도 슈틸리케 감독의 '보상 정책' 덕분이다. 이들 모두 A매치 경험이 거의 없음에도 부름을 받았다.

왼쪽 풀백 이주용(23)은 A매치 출전 경험이 단 한 차례뿐이고 이재성(23) 역시 A매치 2경기 출전에 1골을 넣은 기록밖에 없다. 수비형 미드필더 최보경(27)은 사상 첫 성인 대표팀 발탁이다. 김기희(26)가 그마나 A매치 9경기 출전으로 많은 편이다.

이들은 전북 '닥수(닥치고 수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대표되던 전북의 팀 컬러는 닥수까지 더해지면서 K리그 클래식에서 2위 수원 삼성에 승점 10이나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이재성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효용 가치가 높다. 무릎 수술을 받은 기성용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다.

▲ 전북의 왼쪽 풀백을 맡고 있는 이주용(오른쪽)은 수비력과 오버래핑 능력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염기훈(32·수원 삼성)이 지난해 1월 미국 전지훈련 당시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 포함된 이후 17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염기훈은 수원의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뿐 아니라 정교한 왼발로 공격포인트를 올려주고 있다. 리그 11경기에서 6골 6도움으로 국내 선수 가운데 단연 1위다.

슈틸리케 감독은 "명단을 발표하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일부 팬들은 만 32세인 그가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가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K리그에서 국내 선수 가운데 공격 포인트 1위인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수일(28·제주)의 발탁도 리그 맹활약이 근거가 됐다.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만족을 샀던 강수일은 골대 가까이로 접근해 슛을 시도하면서 득점력을 크게 높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강수일 데이터에 의하면 올해 슛 대비 득점율이 0.21, 유효슛 대비 득점율이 0.42가 나왔다. 유효슛 5개를 때리면 2골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 같은 경쟁력이면 젊은 선수로, 30대 최대한 배제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또 다른 철칙 하나는 이제 월드컵 체제로 들어갔기 때문에 같은 경쟁력이면 30대 선수를 최대한 배제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를 바라면서 이동국, 차두리 등 노장 선수들을 적극 발탁한 것과 180도 다르다.

이는 아시안컵 준우승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았고 자신감도 축적, 젊은 선수들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제주 강수일(가운데)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5골을 넣으며 득점력이 향상됐다. 이미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서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었다. [사진=스포츠Q DB]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30대 선수는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 곽태휘(34·알 힐랄), 염기훈 등 셋뿐이다.

김창수와 곽태휘의 발탁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상황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는 김창수뿐이다. 여기에 김기희가 도전하는 양상이다. 중앙 수비 역시 김영권 등이 빠져 의지할 수 있는 선수는 곽태휘 밖에 없다.

하지만 염기훈은 다소 원칙에 맞지 않는 선수일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자신의 1원칙에는 부합하지만 2원칙에 맞지 않는 염기훈의 발탁을 두고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토로했을 정도다.

슈틸리케 감독은 "명단을 발표하면서 월드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는 것이 먼저였다"며 "이동국(36·전북) 뿐 아니라 양상민(31·수원), 하대성(30·베이징 궈안)에 대한 발탁을 고민했고 해당 포지션에 비슷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선수가 있기 때문에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를 봤을 때 앞으로 30대 선수는 염기훈처럼 경쟁력 우위에 서지 못한다면 대표팀에 들어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 역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대표팀에서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 수원 삼성 염기훈은 30대 필드 플레이어를 가급적 뽑지 않는다는 원칙과 맞지 않지만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는 선수에게 확실한 보상을 준다는 원칙에 합치돼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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