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양현종이 흔들릴 때) 도현이 올리고 바로바로 붙이면 따라갈 수 있을 거라 봤다.” (이범호 감독)
“김도현이 있었기에 6~7월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텼다. 내년을 구상할 때 우선권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수 김태군)
우승을 이끈 사령탑과 포수가 나란히 한 투수를 콕 집어 언급했다. 김도현(24)이 KIA(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 나아가 통합우승의 숨은 공신이었다.
김도현은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신한 쏠(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3회초 2번째 투수로 등판, 2⅓이닝 무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맹활약했다. KIA는 삼성을 7-5로 꺾고 시리즈를 4승 1패로 마감했다.
앞서 3승 1패로 우위를 점했던 KIA는 5차전 초반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선발 양현종이 3회를 버티지 못한 채 3피홈런 5실점으로 무너져 마운드를 내려왔다. 1-5로 뒤진 위기에서 이범호 KIA 감독의 선택은 2000년생 신예 김도현이었다.
김도현은 경기 전부터 이범호 감독이 만약을 대비해 준비한 롱 릴리프 자원이다. 이 감독은 “투수들이 전원 대기한다. 양현종이 초반에 안 좋으면 윤영철과 김도현을 먼저 준비한다”며 “2~3이닝을 버티고 중후반으로 갈 때 불펜을 써야 한다”고 플랜B를 언급한 바 있다.
구상은 있었지만 실천에 옮기는 건 또 다른 이야기. 더군다나 선발 양현종의 투구수가 아직 41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냉철하게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 김도현을 믿고 내보냈다.
김도현은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는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자 김영웅을 공 3개로 뜬공 처리해 이닝을 정리했다. 이후에도 안정감을 보였다. 4회와 5회 박병호에게 내준 볼넷을 제외하면 6명의 삼성 타자를 삼진, 범타로 돌려세웠다. 그사이 KIA 타선이 3회말 1점, 5회말 3점을 뽑아내면서 5-5 동점을 만드는 발판을 마련했다.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 김도현은 6회초 곽도규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김도현은 투구수 33개를 기록하며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투심, 체인지업을 다채롭게 구사했다.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으로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으며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을 내렸을 때 상황을 복기하면서 “(초반에) 삼성 투수가 많이 없어서 지금부터 잘 막으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도현이 올리고 바로 붙어서 따라갔다”며 김도현을 칭찬했다.
신일고등학교 출신 김도현은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33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다. 2022년 4월 투수 이민우, 외야수 이진영과 1:2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KIA에서는 4개월 동안 단 4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2년 8월 현역으로 입대해 오랜 시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의 이름 석 자를 아는 야구팬이 많지 않았다.
올해 2월 전역한 김도현은 4월까지 1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5월부터 불펜으로 조금씩 마운드에 올라왔고, 7월 윤영철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대체 선발로 낙점됐다. 후반기 13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ERA) 4.14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 윤영철 등 선발이 빠질 때 가장 힘들었다. 그때 김도현과 황동하를 대체 선발로 넣었다”며 “그들이 잘 메워서 1승을 지켜줘 한국시리즈에 왔다. 김도현은 이닝만 길게 맡으면 잘할 수 있는 선발”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베테랑 포수 김태군 또한 “김도현이 있었기에 6~7월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텼다. 내년을 구상할 때 우선권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연봉 3500만원, 군필 우완 김도현의 미래가 창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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